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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反面敎師 삼아 수도교육 개혁”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보수 단일’ 후보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곽노현 反面敎師 삼아 수도교육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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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흔들리는 서울교육, 선생님 氣 살려 해결
  • ● 교육감은 교육 본질에 집착…“이념 주입은 안 돼”
  • ● ‘정치꾼들’ 사절, 교육자답게 ‘아마추어 선거’할 것
  • ● 인권조례, 무상급식 손보고 中1 ‘시험 없는 학교’ 운영
“곽노현 反面敎師 삼아 수도교육 개혁”

문용린<br>● 1947년 만주 푸신 출생<br>● 여주농고, 서울대 교육학과, 미국 미네소타대학원 교육심리학 전공(철학 박사)<br> ●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 교수<br>● 김영삼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위원<br> ● 김대중 정부 교육부장관<br>●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br> ● 現 한국교육학회장·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2시간여 인터뷰하는 동안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불편할 수 있는 질문에도 피하거나 에둘러 설명하지 않았다.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서울교육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물을 때마다 결론은 ‘선생님 기를 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좋든 싫든 선생님이 적극 나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이었지만 30년 넘게 예비교사를 양성한 사범대 교수 출신다운 답변이었다. 돌이켜보면 2010년 6·2선거때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였던 이원희 전 한국교총 회장은 ‘부적격 교사 10% 퇴출’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재미’는 못 봤다. 교사들의 반발과 포퓰리즘 논란도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교사를 끌어안는 모습은 교사들의 기를 살리는 동시에 보수·진보 진영논리를 거부하는 교육자의 모습으로 비쳤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65)는 11월 2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 보수진영 단일후보가 됐다.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시민회의)와 교육계원로회의가 마련한 결선투표에서 추대위원 20명 중 15명의 지지를 얻어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보수진영의 예비후보 2명은 계속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기는 하다. 교육감 재선거는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진다. 당선되면 곽노현 전 교육감의 남은 임기(1년 6개월)를 채우게 된다.

11월 9일 서울 중구 신당동 그의 선거사무실에서 드링크 한 병을 앞에 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 광화문, 종로가 아닌 신당동에 사무실을 냈어요.

“도심 지역에서 건물을 임차하려 했더니 너무 비싸요. 두 달 쓰는 데 3000만 원이랍디다. 여기는 1000만 원이면 선거 끝날 때까지 쓸 수 있어요. 뭐, 저도 돈이 없고요.”



유세차량 없는 ‘벽보선거’

▼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비용 보전액이 38억 원 정도 되지 않나요?

“나라에서 (선거비용을) 보전해준다고 해도 교육감 하겠다는 사람이 돈 많이 쓰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유세차량도 만들지 않으려고요. 그저 ‘벽보선거’로 조용하게 치를 겁니다. 언론 인터뷰를 하거나 토론회 나가서 소신을 알리면 될 거 같아요. 선거비용도 법정 선거비용의 절반 정도만 쓰자, 뭐 이렇게 참모들과 얘기하고 있어요. 소액기부와 펀드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걷히는 비용만큼만 쓸 겁니다.”

▼ 보수진영 단일후보가 되니 ‘선거꾼’들이 찾아오지는 않나요?

“자칭 ‘선거 프로’라는 사람도 오고,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사람도 와서 도와주겠다는데 다 사절했어요. 그랬더니 나보고 ‘아마추어 선거를 한다’고 하기에 ‘나는 아마추어다’라고 말했습니다. 굳이 여론조사를 할 필요도 없어요.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면 되잖아요? 교육자답게 창피하지 않게 하면 되죠. 제 주변에는 휴직하고 와서 도와주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앞서 서울시교육감 두 분이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났는데 깨끗하게 승부를 내야죠.”

그는 전직 교육감 2명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공정택 전 교육감은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곽노현 전 교육감은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당시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문 후보는 “수도교육의 수장 2명이 연거푸 유죄 판결을 받아 교육계가 말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얘기는 자연스레 출마 이유로 흘렀다.

“내가 볼 때 현재의 서울교육은 엉망입니다. 이젠 교육계 위상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또 하나는 곽 전 교육감이 학생인권, 무상급식 등을 너무 정치적으로 몰고 갔어요. 인권이나 무상급식은 좋은 겁니다. 그런데 학생인권을 너무 강조하니 선생님들의 지도력이 없어졌어요. 학생들 주머니 검사, 가방 검사도 못하게 하는데 무슨 교육이 되겠습니까. 소위 진보교육감이 만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 교육감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은 무엇입니까?

“교육 본질에 집착하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교육이라는 게 다양한 가치가 관여돼 있어요. 정치, 이념, 경제, 문화적 가치 등 다양한데 본질은 ‘학생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발달시킬까’입니다. 20년 뒤 제대로 된 인간, 제대로 된 시민을 만드는 게 본질 아닌가요? 교육자는 학생들이 제대로 씨앗을 틔우게끔 만들어야죠. 교육감은 주위의 정치, 경제, 사회이념적 압력을 견뎌내면서 교육철학을 실현해나가야 해요. 교육, 이건 대단히 섬뜩해요.”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미국이 좋다 나쁘다고 판단하는 건 20년 뒤 학생들이 어른이 됐을 때 판단할 문제입니다. 미국이 나쁘다고 얘기하면 이건 주입이고 세뇌입니다. 진보가치가 좋다, 미국이 나쁘다 식의 일방적인 가치주입은 교육 현장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교육감이라면 중심을 잡고 교육 본질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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