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대통령선거 코앞인데 과학기술 교육 비전은 깜깜”

‘내년 2월 퇴임’ 서남표 KAIST 총장

  • 김희균│동아일보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

    입력2012-11-21 16: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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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이드라인-해법 만들어 자료 제시할 것
    • “선진국 모방해선 발전 없다… 원천기술 절실”
    • ‘무조건 반대’, 교수 좋은 일도 반대하더라
    • 학과장에 전권… 글로벌 대학 키워 자부심
    • 잇단 학생 자살-선행학습 풍토는 아쉬워
    “대통령선거 코앞인데 과학기술 교육 비전은 깜깜”
    오랜 퇴진 공방 사태에 지쳤을 법도 하련만 그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껄끄러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하던 기자가 오히려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11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난 서남표 KAIST 총장(76)은 “머리숱이 없으니 사진 찍을 때 앵글을 위쪽에서 잡지 말아달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인터뷰가 진행됐지만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대학과 교육, 한국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의 에너지는 대학생 못지않았다.

    195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줄곧 미국의 대학과 정부에서 일한 그가 KAIST 총장으로 부임한 것이 2006년 7월. 서남표 총장은 2010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급격한 개혁 정책으로 교내외의 반발을 샀다. 특히 지난해 초 KAIST 학생이 잇달아 자살하면서 학생과 교수, 이사회까지 그의 퇴진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학교 구성원 간의 극한 대립 끝에 그는 내년 2월 졸업식을 마치고 학교를 떠나기로 했다.

    2년 가까이 퇴진 요구에 시달렸지만 그는 미국의 요직을 버리고 고국에 와서 KAIST를 이끈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발전을 위해 구상했던 계획들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겼고, 그 결과 KAIST의 세계 랭킹이 많이 올라 보람이 크다고도 했다. 하지만 학내 갈등에 상처 받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지”라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퇴진 과정에서 겪은 이사회와의 갈등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야 있지만 뭐 좀…”이라고 말을 아끼면서 “밝은 이야기나 하자”고 화제를 돌렸다.

    그는 총장에 부임하자마자 학교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조직을 정비하고, 중장기 계획을 짜는 것이 그의 주특기라고 말했다. 서 총장은 1991년 6월부터 10년 동안 MIT 학과장을 하면서 교수진 40%가량을 새로 임명하고 교과과정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혁신을 추진했다. 그 경험을 KAIST에도 접목하려 했다.

    뿌듯하고도 가슴 아픈 6년



    ▼ 총장으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는다면?

    “KAIST가 특화된 대학으로서 실적이 굉장히 좋아졌다. 특히 공학 분야는 세계 순위가 24위까지 올라갔다. 총장 취임 직후 만든 5개년 계획을 지금까지 따라 하며 지켜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일은 교수를 늘린 거다. 내가 있는 동안 교수가 400명에서 600여 명으로 늘었다. 몇 년 만에 교수를 50% 늘린 대학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거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전 세계가 대학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사람을 줄이지 않았나. 그때 우리가 글로벌 무대에서 취업을 못 하고 있던 우수한 인재를 60명이나 모셔 왔다.”

    ▼ 교수 숫자를 급격히 늘릴 때 반대 여론이 있었다던데.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정부 예산이 아니라 학교 예산으로 지원하는 교수가 많아지면 학교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우리는 연구중심대학이니까 스스로 연구비를 벌어들여서 학교를 잘 운영해야 한다. 수업료를 받아서 운영하는 대학이라면 연구중심대학이 될 수 없다. 학부생이 도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내야 교수 연구비를 댈 수 있겠나. 학부생은 자기가 수업을 받는 만큼만 돈을 내고, 우리는 연구비로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KAIST가 연구비로 운영할 수 있다는 능력을 증명해냈다. 이건 한국 대학가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일부 교수와 학생이 그의 퇴진을 요구할 때 첫 번째 이유로 든 것이 독선적인 운영이었다. 학교를 그의 뜻대로 너무 빨리 바꾸려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성적이 나쁜 학생에게 등록금을 받는 바람에 학생들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서 총장 역시 이 대목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럼에도 그는 독선적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내가 KAIST에서 한 일 가운데 한국 대학에 중요한 일이 또 있다. 바로 학과장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했다는 점이다. 나는 내 모든 권한을 학과장에게 넘겼다. 옛날에는 과학기술부가 우리 학교에 신규 교수 정원을 배정해주면 총장이 그걸 받아 들고 와서 어느 과에 나눠주느냐로 총장의 파워를 만들었다. 나는 그런 총장의 파워를 버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수 정원에 대한 혁신이 필요했다. 교수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고, 학과장에게 교수 선발 권한을 맡긴 것이다. 내가 오기 전까지 학과에서 학과장은 파워가 없었다. 제일 높은 선배가 파워가 셌다. 이건 한국의 다른 대학에서도 일반적인 현상이다. 한국 대학은 학과별 교수 정원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오늘날 KAIST는 학과장이 모든 권한을 갖고 책임까지 지도록 바뀌었다. 학과장이 교수 숫자도 전적으로 정한다. 본부는 교수의 수준을 볼 뿐이다. 어떤 결정을 할 때 학과장이 ‘노(No)’하면 학장, 총장이라도 이를 바꿀 수 없다. 물론 아직도 눈치를 보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학과장이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매우 잘하고 있다. 학과장 시스템을 잡아놓으니 테뉴어(tenure·정년 교수직 제도) 시스템도 잡히고, 인사위원회도 강해졌다.”

    ▼ 테뉴어 심사가 너무 엄격하다고 반발하는 교수도 많은데

    “대학에서 테뉴어라는 게 중요한 이유가 뭘까. 우리가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들과 경쟁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면 이제 우리 학교의 정책은 우리 스스로 정할 수 없게 된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강력한 테뉴어 정책이다. 제일 잘하는 대학들을 보고 우리의 테뉴어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한국의 기관이나 대학은 목표를 정하면 덮어놓고 스스로 원하는 정책을 만들어선 안 된다. 세계적으로 잘하는 곳의 정책을 보고 이를 참고해서 정책을 발전시켜야 경쟁이 된다.”

    ▼ 교수도, 학생도 경쟁과 실적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특히 재학생들의 잇단 자살은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줬다.

    “대통령선거 코앞인데 과학기술 교육 비전은 깜깜”
    “내가 처음 KAIST에 왔을 때부터 걱정한 것이 학생 자살이었다. 내가 있던 MIT에도 학생이 자살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MIT를 본떠 정말 좋은 병원을 만들었다. MIT 재직 시절의 지인에게 기부를 받아서 2010년 봄 캠퍼스 내에 병원을 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우수한 의료진이 많이 내려왔고, 시설도 최고다. 여기서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한 교수도 여럿일 정도로 교직원과 학생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런데 병원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더라. 자살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한동안 말을 멈췄다.) 이런 얘기는 아무 데서도 못했지만…, 고민 끝에 학생 자살에 대한 통계까지 내봤다. 주로 봄에, 8년 주기로 자살사건이 많이 발생하더라. 결과는 나왔는데 원인을 밝히지 못해서 안타깝다.”

    총장 퇴진 사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던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속내를 꺼냈다. 학교에서 좋은 일을 추진하려고 해도 무턱대고 반대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는 얘기였다. 병원을 세운다고 했을 때는 물론 체육관을 다시 짓겠다고 했을 때도 반대에 부딪혔다고 회고했다.

    “처음 학교에 와서 보니 체육관이 못쓰겠더라. 학생 수가 얼마 안 되던 옛날에 지은 터라 1만 명을 넘어선 학생을 수용할 수 없는 시설이었다. 낡기도 하고. 주말에 내가 체육관에 가보면 학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스포츠 콤플렉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 어디다 짓느냐가 문제였다. 곰곰이 생각하다 기존 체육관을 허물고 더 크게 짓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왜 있는 건물을 허무느냐’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더라. 아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을 만들겠다는데도 이유 없이 반대를 한다. 막상 체육관을 멋있게 지어놓고 이제는 거기서 졸업식도 할 정도로 잘 쓰고 있으니 반대하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세계에서 1등이 되려면 자꾸 외부의 좋은 것을 보고 비교해야 하는데 학교 안만 보고 얘기하는 게 답답했다.”

    “한국 교육, 달라져야 한다”

    서 총장은 KAIST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이 되려면 미래를 이끄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뽑은 카드는 EEWS(Energy, Environment, Water, Sustainability), 즉 에너지와 환경, 수자원,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분야다. 서 총장의 역점 사업인 모바일 하버나 녹색교통대학원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이제는 인류가 100년 넘게 기술을 쌓아오다보니 기존의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 하나를 하기가 정말 힘들어졌다. 그런데 우리가 녹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과거의 모든 기술이 틀린 것이 된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가 EEWS다”라고 말했다.

    대학의 발전에 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초중고 교육으로 이어졌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산 세월이 더 길어서 새로운 한자어에 약한 서 총장은 인터뷰 중간 중간 ‘Advanced’라는 단어를 꺼냈다. 한국 교육에서 이해가 안 가고, 또 바람직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우리가 흔히 쓰는 말로는 선행학습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서 총장이 취임한 이후 KAIST는 과학고 출신 위주였던 신입생 구성을 다양하게 바꿨다. 일반계고 출신을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뽑고, 외국 고교 출신도 10%가량 된다. KAIST 관계자는 외국 고교 출신들은 고교 때 미적분을 안 배워서 초반에 힘들어하지만 3, 4학년이 되면 교과 성취도는 물론 리더십과 자신감도 좋아진다고 귀띔했다. 서 총장이 선행학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내가 생각할 때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문제가 뭔지 모르는 것이다. 다들 사교육이 문제라고 하는데, 그게 왜 생겼는지를 모른다. 선행학습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뭔가? 선행을 한 애들이 실제로 덕을 보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 그럼 왜 덕을 보게 됐느냐. 물론 공부가 좋아서 공부를 더 하는 거야 좋은데, 그게 왜 입시에서 덕이 되어야 하냔 말이다. 선행학습 때문에 초중고교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국에서 부모들이 그거 시키느라 애들 들볶고 더 들쑤시는데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는 차이가 없다. 미국에서도 한국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올 때는 성적이나 진도가 더 나은데 대학을 마칠 때는 나을 게 없다. 진정한 공부로 먼저 배웠다면 대학에서도 계속 더 우수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는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에 치이고 볶이다보니 아이들의 인성도 거칠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의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 대해, 또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의심하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서 총장은 “한국 네티즌들이 어떤 가수가 미국 명문대를 나왔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몰아붙였다는 뉴스를 봤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가수 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대 출신이 아니라고 비방한 타진요 사건을 언급한 것. 서 총장은 타블로라는 이름은 모르지만 이 사태만큼은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 이런 현상이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일어난다고 보나?

    “말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어른이고 아이고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특히 유대계는 저녁 식사를 할 때 자녀에게 부모와 대등하게 토론하는 법을 가르친다. 의견이 다르면 다른 거고, 거기서부터 절충하면 되는 거니까. 그런데 한국에서는 빙빙 돌려서 이야기를 한다. 앞에서는 아무 말 안 하다가 뒤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속 얘기도 그냥 하고, 듣는 것도 직설적으로 받아들여서 한국에서 바보가 될 때가 많다. 하하하. 남들이 나를 보고 웃는다. 말한 사람 뜻은 그게 아닌데 잘못 이해하고 혼자 좋아한다고. 소통의 방식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물론 문화적 차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말이 다른 건 잘못된 것 같다.”

    학벌보다 미래지향적 思考해야

    그는 정말 궁금하고 의아하다는 듯 기자에게 갑자기 “지금 다니는 회사는 어떠냐”고 물었다. 한국 기업들이 정말 단기간에 발전했는데, 이런 문화에서 한국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면서.

    “윗사람이라고 다 맞는 게 아닌데, 토론해서 결론을 내야 하는데…. 미국 사람들이 일본 사람과 협상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게 바로 그거다. 하루 종일 얘기해도 예스(Yes)인지 노(No)인지 모르겠다는 거. 중국도 그런가? 한국은 그런 것 같다. 특히 어린 학생들조차 총장실에 와서 한 얘기랑 다르게 나가서 얘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 한국 학생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얘긴가?

    “KAIST 학생이나 교직원이 내게 메일을 보내서 3시간 내에 답장을 못 받으면 KAIST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나는 그만큼 대화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일부 학생은 나와 나눈 말과 전혀 다르게 말하는 경우가 있더라. 그런데 이건 아이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다. 신문 1면에서 늘 돈 받고 나쁜 일하는 어른들만 보고 자란 아이들은 의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좋은 롤 모델은 없고 밤낮 부정부패만 보니까 어른들의 사회를 다 그렇게 보지 않겠나.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한국의 신문에는 고위 인사의 부패 뉴스가 훨씬 많다. 그래서 어른들이 도덕과 윤리를 지켜야 한다. 안 그러면 젊은이들이 그런 얘기만 듣고 봐서 잘못 생각하게 된다. 특히 학교에 있는 이들은 윤리를 지켜야 한다. 좋은 학생을 데려다가 마음이 삐뚤어진 아이를 만들 수도 있으니까. 아이들이 잘못되면 어찌 됐든 학교의 책임이다. 사회까지야 어쩔 수 없다면 학교 안에서라도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인터뷰 말미에 서 총장은 “이 자리에서 처음 밝히는 계획이 있는데, 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또 오해하려나?”라며 입을 열었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인데도 과학기술과 교육에 대한 비전이 깜깜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KAIST가 뭔가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서 총장은 “한국은 과학기술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인데 (유력 대선 후보) 셋 중 한 명도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해서 안을 내놓은 이가 없다. 선거 전후에 한국의 과학기술과 교육 정책이 어때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과학기술 중심 교육기관으로서 KAIST가 한국의 과거는 어땠고 어떤 미래로 가야 할지 학문적으로 냉정하게 들여다보려고 한다. 한국의 당면 문제를 파악하고 모두가 공유할 만한 목표를 만들어서 해법까지 제시하고 싶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모아 논문과 책자를 출판하면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불과 석 달 뒤면 총장직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떠나는 서 총장은 여전히 KAIST와 한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이렇다.

    “미국은 일단 취직을 하면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아버지가 누군지 묻지 않는다. 미국에서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성이 뭐, 록펠러 정도 되나보다(웃음). 한국도 다 큰 사람들이 고교, 대학, 어디 나왔는지 따지고 파벌을 만들면 안 된다. 이제 한국은 더 이상 선진국을 따라 해서는 발전을 이어갈 수 없다. 남이 생각도 못한 원천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부정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 인재를 키워야 하는 시대다. 롤 모델이 없는 시대에 한국 스스로 방향을 정하는 힘을 키워야 한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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