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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해부

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하루 100만 클릭하는 극우 집합소 일베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s.com

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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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베식 언어와 행태는 도덕적 사고와 역사 인식이 아직 여물지 않은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한 현직 교사는 “일베어를 사용하는 청소년 대다수가 단어가 의미하는 바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설령 안다 해도 재미로 사용하는 단어일 뿐이므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베는 익명으로도 회원 가입 및 글쓰기가 가능하다. 또한 이용자 간 평등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다. 일베의 탄생이 디씨인사이드 운영자의 글 삭제와 같은 개입에서 비롯됐기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와 비교해 규제가 적다. ‘조선족 6세 여아 강간모의’ ‘합법적으로 강간하는 방법’ ‘장애아동 성추행 경험담’ 같은 게시물이 올라온 까닭이다. 애완견과의 수간(獸姦) 사진을 올린 이도 있었다.

덧붙여 팩트(fact)도 중요시 여긴다. 논리 없이 감성만 자극하는 글은 ‘좌좀’들이나 하는 ‘감성팔이’라는 식으로 깎아내린다. 통계, 지표, 인용 등이 없는 글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팩트를 강조한다고 해서 올라오는 글이 모두 ‘진실’인 것은 아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팩트라고 여기거나 객관적 팩트가 아닌 일부 인사의 확인되지 않은 증언을 바탕으로 궤변을 늘어놓곤 한다.

일본 ‘넷우익’ 닮아

일베 게시물이 주장하는 내용의 진위 여부와 무관하게 사회적 파급력을 가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일베 현상을 심층분석한 SBS ‘현장21’은 일베 회원의 움직임이 일본의 인터넷 우익 ‘넷우익’과 닮았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3월 24일 일본 넷우익이 주도한 혐한(嫌韓) 시위 현장에서 한 남자가 “길거리에서 한국, 조선인이 보이면 돌을 던지세요. 조선인 여자는 성폭행해도 좋습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내보냈다. 초기 일본의 넷우익이 인터넷을 통해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리며 세를 불려나가다 점차 오프라인으로 이동해 세력화했다는 점에 비춰 넷우익과 닮은 일베 또한 그렇게 될 소지가 없지 않다고 지적한 것이다.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가 일베의 표적이 되는 예가 적지 않다. 방송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두 집단 공통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분석이 있다”며 일베 사이트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해외 성매매를 하러갔다는 의미로 ‘원정녀’로 부른 게시물을 지목했다.

일베는 조직적으로는 특별한 실체가 없다. 회원 간 오프라인 네트워크가 거의 없다. 친목 활동도 금기시한다고 한다. 유저들의 원자화를 강조하면서 그룹화에는 저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넷우익도 초기 모습이 일베와 비슷하다. 따라서 이들이 넷우익처럼 오프라인서도 그룹을 형성할 소지를 배제할 수는 없다.

“웃자고 하는 얘기” 견해도

우리 안의 파시즘 간질이는 돌연변이 괴물

‘일베’ 유저가 모독한 5·18 통곡 사진. 고 송영도 씨(가운데)는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로 당시 중학생이던 외아들 김완봉 군을 잃었다. 송 씨가 아들을 안장하며 오열하는 사진에 이 유저가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 왔다. 착불이요’라는 제목을 붙이는 등 모독해 공분을 샀다.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일베 회원 자격으로 ‘현장21’과 인터뷰했다고 밝힌 한 시민은 인터뷰 장면이 모자이크 처리된 것에 대해 “‘좌좀’들이 당당하지 못해 모자이크 처리한 것이라고 비난할까봐 걱정”이라면서 “얼굴을 내보내고 싶었는데, 방송사에서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BS에 따르면 방송 이후는 물론 방송이 나가는 도중에도 전화와 인터넷 게시물 등을 통한 일베 회원들의 항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항의도 있었다고 한다.

사회 현상의 하나로 일베를 분석하면서 문제점을 거론하면 일베 회원들로부터 맹공을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일베의 도를 넘은 행태가 보도될 때마다 일베 회원들은 해당 기사를 취재한 기자의 신상과 행적을 조사하는 ‘신상 털기’에 나서거나 때로는 인신공격에도 나선다. 일베에 맹공격을 당한 각계각층 인사는 이제 그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5월 중순 일베에 한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관 앞에서 오열하는 모습의 흑백사진이 올라왔다. 5·18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상징하는 사진 가운데 하나로 널리 알려진 것이다. 그런데 한 일베 유저는 사진에 ‘아이고 우리 아들 택배 왔다. 착불이요’라는 제목을 붙였다. 또 다른 유저는 5·18 희생자들의 관 사진 아래에 ‘배달될 홍어들 포장 완료’라고 적었다.

어머니가 오열하는 사진 속 희생자의 유족은 5월 2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베 회원들이 인간이라면 이런 모독을 할 수는 없다. 만약 자기 가족이 같은 비극을 당했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동아일보 5월 25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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