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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세계 평정한 ‘미국식 자본주의 요리사’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 하정민│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dew@donga.com

사모펀드 세계 평정한 ‘미국식 자본주의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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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호화 전세기로 세계를 누비면서 수조 원짜리 기업을 장난감 사고팔 듯하며 금융계와 산업계 판도를 좌지우지한다. 맨해튼의 궁전 같은 펜트하우스에서 살고, 밤이면 각국 유명인사를 모아놓고 화려한 파티를 즐기며, 휴가는 카리브 해의 멋진 별장에서 보낸다. ‘자본주의의 총아’로 떠오른 세계 유명 사모펀드 경영진의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을 이끄는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월가의 새 황제로 불릴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사모펀드 세계 평정한 ‘미국식 자본주의 요리사’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사모펀드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제왕(New king of Capitalism)” -‘이코노미스트’

“슈워츠먼은 월가의 새로운 황제(New King of Wall Street)” -‘포춘’

펀드는 자산관리 전문가가 자산 보유자를 대신해 국내외 투자자산(채권, 주식, 외환, 원자재, 부동산 등)에 투자해주는 금융상품이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으는 공모(公募)펀드와 소수의 거액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으는 사모(私募)펀드로 나뉜다. 투자 가능 주식의 숫자나 비중 등에 제한이 있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거의 무제한의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많은 사모펀드가 특정 기업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주식시장 상장(IPO), 분사, 인수합병(M·A)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수익을 올린다. 상장기업과 달리 분기별로 사업 보고서를 제출할 필요도 없고 각종 규제에 시달릴 필요도 없다.

사모펀드의 대표적 수익창출 기법으로 꼽히는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는 M·A 대상 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회사를 합병한 뒤 회사 자산을 팔아 빌린 돈을 되갚는 방식을 말한다. 사모펀드는 LBO 과정에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비용 절감 노력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진 빚을 해당 기업이 보유한 알짜 자산을 팔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갚는다. 이후 높은 배당금을 챙기거나 회사를 비싼 값에 팔아치워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준다. 자기 돈은 거의 들이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구조 탓에 ‘금융기법을 가장한 사기’라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블랙스톤(Blackstone)은 차입매수 기법을 활용해 세계 최대 사모펀드로 성장한 회사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을 인수해 상장 폐지한 다음 대량 해고, 사업부 분사 및 매각과 같은 메스를 가차없이 들이대 수익성 높은 회사로 탈바꿈시키고 비싼 값에 되파는 LBO를 통해 인수합병 시장은 물론 세계 산업계의 지형을 바꿔놨다는 평가를 듣는다.



‘미국 최고의 자본가’

1960~197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사모펀드는 2008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 1988년 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화제를 모았던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 크라비스 로버츠(Kohlberg Kravis Roberts·KKR)’의 ‘RJR 나비스코’ 인수가 대표적이다. KKR은 1875년 설립돼 100년 넘은 역사를 지닌 알짜 기업 RJR 나비스코를 시장가격(170억 달러)보다 훨씬 비싼 260억 달러에 사들였다. 이때 KKR이 직접 출자한 금액은 겨우 15억 달러. 인수자금은 대부분 빚이었다. 경영권을 인수한 KKR은 가차없는 구조조정으로 RJR 나비스코의 주요 사업부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냈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2명이 이 인수 뒷얘기를 ‘문 앞의 야만인들(Barbarians at the Gate)’이라는 책으로 출간하면서 사모펀드의 악명(?)이 널리 알려졌다. 화제를 모은 이 책은 세계 유명 경영대학원의 교재로 쓰이면서 그 내용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투자 대상 다변화

‘어두운 밀실에서 돈 많은 개인 투자자 몇 명이 넘치는 돈으로 머니 게임만 벌인다’는 이미지에 갇혀 있던 사모펀드가 월가의 주류로 도약한 것은 2007년 6월 블랙스톤이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며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사모펀드도 투자 상황과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해 월가 주류 금융회사와 당당히 경쟁하는 시대가 열렸다.

블랙스톤을 이끄는 사람이 바로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66) 회장이다. 예일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전형적인 미국 엘리트인 그는 젊은 시절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에 잠시 몸담았으나 1985년, 38세의 나이에 리먼 시절의 동료와 함께 블랙스톤을 차렸다. 이후 30년간 지칠 줄 모르는 승부욕으로 과감한 투자를 거듭해 블랙스톤을 세계 최고의 사모펀드로 키웠다. 슈워츠먼은 ‘LBO라는 레시피로 미국식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누구보다 맛있게 요리해내는 요리사’라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전문 방송 CNBC는 슈워츠먼 회장을 ‘미국 최고의 자본가(Premier Capitalsist in America)’라고 표현했다.

슈워츠먼은 1947년 미국 필라델피아 인근 어빙턴의 중산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필라델피아에서 침구류와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했고 아버지가 가업을 이어받았다.

1965년 예일대 심리학과에 입학한 그는 예일대 우등생들의 집합소로 유명한 동아리 ‘해골과 뼈(skull and bones)’에서 활동한다. 당시 이 동아리의 1년 선배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었고 둘은 한때 같은 방을 쓰기도 했다. 슈워츠먼은 열렬한 공화당원이며 공화당 정치자금 모금회에 종종 부시 전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해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다.

예일대를 졸업한 후 세계 최고의 MBA로 꼽히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진학했다. 1972년 MBA를 졸업하고 나서는 리먼브러더스에 입사해 기업금융 업무를 맡았다. 이곳에서 남다른 재능을 발휘하며 불과 31세에 이사 자리에 올랐고, 곧 글로벌 인수합병 부문의 총 책임자가 됐다. 탄탄한 앞날이 보장돼 있었지만 그는 1985년 리먼 시절의 상사인 피터 피터슨과 함께 사모펀드 블랙스톤을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서 만들었다. 슈워츠먼에서 ‘슈워츠(Schwarz)’는 독일어로 ‘검다(Black)’는 뜻을 지니고 있다. 피터슨의 ‘피터(Peter)’는 그리스어로 ‘돌(Stone)’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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