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라모어는 사업이 안정권에 들자 1967년 식품업체 필스버리에 경영권을 넘기고 자신은 1970년까지 CEO로 남는다. 이후 6년간 버거킹 이사회 의장을 지내며 경영에 관여했다. 그 뒤 버거킹은 주류업체 디아지오에 인수됐고, 현재는 미국 뉴욕에 있는 사모펀드 3G캐피털 매니지먼트가 경영권을 갖고 있다. 이는 맥도날드의 크록이 20여 년간 회사를 지키며 중심을 잡고 있었던 것과는 상반된다.
버거킹은 경영권이 자주 바뀌면서 맥도날드와의 경쟁에서 조금씩 뒤처졌다. 버거킹의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 3억2770만 달러, 순이익 3580만 달러로 맥도날드(매출 66억1000만 달러, 순이익 12억7000만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버거킹이 지난 23년간 CEO를 13번이나 교체한 사례를 들며 “빈번한 CEO 교체가 버거킹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그러는 사이에 경쟁사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맥도날드는 창립 21년 만인 1976년, 세계 22개국에 4177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총수입 10억 달러를 넘어선 거대 기업이 됐다. 1980년대에는 총수입 100억 달러에 매장 1만 개를 돌파했고, 2008년엔 119개국 3만1000개 매장에서 총수입 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전쟁은 메뉴를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패스트푸드 시장은 특성상 그 시대가 원하는 트렌드를 재빠르게 따라가거나 앞서가는 메뉴를 내놓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만약 그런 메뉴를 개발하지 못해 뒤처졌다면 경쟁업체의 메뉴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맥도날드가 1968년 출시한 ‘빅맥’이 대표적이다.
빅맥은 버거킹이 1957년 출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와퍼’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메뉴. 버거 사이에 ‘클럽’이라는 빵을 놓고 양쪽에 패티를 2장 끼워 넣어 만들었다. 와퍼에 길든 소비자의 입맛을 빼앗기 위해 만들어진 빅맥은 출시 1년 만에 50억 개가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와퍼와 빅맥으로 대표되는 두 회사의 경쟁은 날로 심해져 결국은 서로를 직접 깎아내리는 광고를 내보내기에 이른다. 일례로 버거킹이 ‘버거를 찾는 소비자는 와퍼를 가장 선호한다’는 광고를 내보내자, 맥도날드는 소고기가 20% 더 들어간 MBX를 출시해 ‘소비자가 와퍼보다 MBX를 더 좋아한다’고 광고했다. 경쟁상대와 직접 비교해 상대를 깎아내리는 광고 방식은 이전에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기법이었다.
빅맥-와퍼 다음엔 커피 싸움?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경쟁구도는 최근 커피사업으로까지 번졌다. 맥도날드가 경기침체 이후 맥카페를 출시해 커피와 음료를 아침식사 메뉴에 곁들여 싼값에 판매하자 버거킹도 커피 메뉴를 강화해 승부를 걸고 있다.
버거킹은 최근 커피 전문 업체 스타벅스의 자회사 시애틀베스트커피와 원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기존 5가지의 커피 메뉴를 10가지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아침 메뉴도 보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해 맥도날드는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햄버거와 음료를 속속 내놓고 있다. 또한 인테리어를 현대식으로 교체하고 영업방식도 소비자의 요구에 맞게 바꿨다. 지난해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해 250개의 매장을 열었으며, 올해 말까지 1700~20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맥도날드의 주가는 100달러 선이고, 시가 총액은 1000억 달러에 달한다.
버거킹은 2011년 매출 기준 3위 업체이던 웬디스에 2위 자리마저 빼앗기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버거킹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만은 아니다. 구조조정의 달인 베르나도 히스가 2010년 버거킹월드와이드 CEO로 부임하면서 마이애미 본사 직원 600명 중 절반을 해고하고 불필요한 공간을 줄여 운영경비의 30%를 절약하는 등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덕분이다. 그는 스무디와 샐러드 등 메뉴 다양화를 통해 매출 회복을 이끌었다.
최근엔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다이넬 슈워츠를 CEO로 임명해 히스의 뒤를 잇게 했다. 2010년부터 버거킹의 재무를 담당한 슈워츠는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에서 높은 성장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튼튼한 사업전략이 있고 이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 버거킹은 해외시장은 물론 북미지역에서 이룰 것이 아직 많다”며 미래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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