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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원칙고수는 박근혜式 포클랜드 전쟁”

남북문제도 ‘박근혜 스타일’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대북 원칙고수는 박근혜式 포클랜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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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에선 남북 간 물밑 협상이 많았다. 박 대통령 재임 시기엔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당에서 정치할 때도 거래는 안 했다. 거래는 타협과 다르다. 외교에서도 이면 거래하면 공식적으로 하는 약속이 무의미해진다고 본다. 이러면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고 본다. 북한이 당국 간 대화에 OK하기 전엔 꿈쩍도 안 할 거다. 개성공단 문제만 해도 입주 기업이 임금을 연체한 것도 아니고, 데모를 한 것도 아니고, 반체제활동을 한 것도 아니다. 잘못한 게 전혀 없다. 그런데 북측이 기분 나쁘다고 나가라고 하니 이건 잘못된 것으로 보고 전원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이전 정권 같으면 이렇게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렇게 상식, 원칙, 투명성에 기반을 두고 북한을 상대하는 점을 국민이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화가 무산됐을 때도 청와대로 ‘잘했다’고 격려전화가 많이 왔다.

대처 영국 총리가 집권 초 공기업과 노조에 손을 대면서 엄청난 저항에 직면했다. 그런데 포클랜드에서 분쟁이 일어났다. 레이건은 전쟁을 반대했지만 대처는 자기만의 원칙을 꺾지 않았다. 전쟁을 대승으로 이끌면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이 힘으로 ‘철의 여인’이 됐다. 대북 원칙고수는 ‘박근혜식 포클랜드 전쟁’이 될 수도 있다.

‘북한에 개성공단 20개 더 조성’ 같은 정보사항이 들리기도 한다. 신뢰만 형성되면 이렇게 갈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박 대통령의 방북 때 김정일 위원장이 통일축구대회 등 3가지 약속을 한 뒤 이를 이행하자 박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합리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남북관계에선 뱉은 말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중국이 개혁·개방됐지만 중국 공산당은 안 망했다. 북한도 자기들 하기 나름이다.

많은 전문가가 언론매체에 나와 박 대통령이 대북문제에 강경일변도로 나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팩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전략은 당 강령, 미국 스탠퍼드대학 강의,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 일관되게 드러난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만든 당 강령은 북핵 등 정치와 교류의 병진을 분명하게 규정한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도 대북 결핵 치료 약품 지원을 허가했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청와대에서 김양건이 안 나올 줄 알면서 김양건 나오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박 대통령 측은 ‘북한과는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격’ 문제로 이번에 판이 깨지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미국과 중국에서 청와대를 향해 ‘적당히 좀 하지’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황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오직 ‘박통의 감’에 의존”

▼ 격을 따지는 게 명분 있는 일이었나.

“지난 정권이 내각 참사와 장관급회담을 한 것이 잘못이다. 다만, 회담이 성사되기도 전에 박 대통령이 ‘국민에 감사한다’고 말한 건 성급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북한을 잘 상대한 것 같다.”

▼ 일부 언론에선 모처럼 대화의 장이 조성됐는데 정부가 판을 깼다고 비판한다. 남북에 대해 양비론을 편다.

“그런 보도에 개의할 필요 없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철수 결정을 한 뒤 북한의 수(手)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우린 ‘상대가 누구라도 좋으니 대화하자’고 했다. 그러니까 북한이 주기적으로 사고를 치는 거다. 이번에 ‘북한이 나오라고 하면 무조건 나가는 관행’을 깼다. 꽤 의미 있는 진전이다. 김일성, 김정일 때보다 북한 체제가 취약해졌다. 상대가 굉장히 약해졌는데 과거처럼 똑같이 퍼주고 시작하자고 하면 안 된다. 협상에 민족부터 들먹거리면 일이 안 된다. 일부 언론은 원래 대북문제에 객관성, 균형감, 전문성이 없다.”

▼ 박 대통령 외교안보 참모들의 ‘내공’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보나.

“오직 ‘박통의 감’에 의해 여기까지 온 거다. 수석, 장관 등 참모들은 오너 생각에 맞추는 사람들로 보인다. 김장수 안보실장은 노무현 정권과도 코드를 잘 맞춘 분이고. 참모들은 상황을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관리하자는 쪽이라기보다는 박통의 생각이 대충 이러니까 맞춰가자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중국도 ‘도대체 박통을 실질적으로 돕는 참모가 누구인가’를 꽤 궁금해한다.”

▼ 숨은 참모 그룹이라도 있을 것 같나.

“박 대통령은 공식 라인 외에 대북문제에 관여하지 말라는 기조인 것으로 안다. 대통령 본인이 전략가라고 보면 된다. 여권 내에선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 라인 중에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신뢰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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