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낸시랭의 초상화 시리즈. 왼쪽부터 이건희(2013), 박근혜(2012), 박정희(2012).
▼ 팝아트투어가 나와서 말인데, 첫 번째 행사였던 박정희 투어가 논란이 됐지요.
“다른 아티스트가 한 손가락 욕을 제가 한 거라고 변과 일베가 계속 그러는데, 아니라고 꼭 좀 써주세요. 이거 말고도 정말 억울한 거 많아요. 대전에서 열린 전시회도 그래요. 제가 북한 인공기로 육영수 여사와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했다고 하는데, 아니거든요. 작가들은 자기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잖아요. 저도 그랬을 뿐이에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낸시랭은 자신의 그림 두 점, 코코샤넬을 어깨에 얹은 박정희·육영수 초상화와 박근혜의 초상화를 대전의 한 미술관 기획전시에 보냈다. 이 미술관은 그 두 점 사이에 팝아티스트 강영민의 ‘심공기’(북한 인공기에 하트를 그려 넣은 그림)를 걸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세상에서는 낸시랭의 육영수·박근혜 모욕 논란이 일었다.
▼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실물사진 패널에 뽀뽀했죠.
“팬이어서요. 박정희와 육영수를 종이인형처럼 해놔서, 거기 온 사람들은 다들 기념사진 찍는 곳이었어요. 저는 아주 정중하게, 입술 아니고 볼에, 아빠같이 느껴져서 그렇게 했던 거예요.”
▼ 팬이라고요?
“낸시랭과 같은 종족으로는 빅뱅의 지드래곤, 샤이니의 키,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어요. 모두 크리에이티브하고 유니크한 분들이죠. 박정희기념관에 가보세요. 아티스트셨어요. 전시품 중에 팔레트와 이젤이 있어요. 그림도 그리시고 시도 쓰시고…. 다른 대통령들에게선 볼 수 없는 아티스트적 맥락이 있는 거죠.”
팝아트와 란제리

Taboo Yogini-Dreamer05, 낸시랭, 2007
“전 세계 에지(edge) 있는 팝아티스트들은 자기 나라의 폴리티컬(political)한 맥락의 콘셉트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많이 해요. 근데 대한민국은 정치적 맥락을 암암리에 금기시해서, 민중미술 말고는 정치적 콘셉트의 작품이 나온 게 없어요. 신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대한민국 최초로 1년 동안 폴리티컬한 맥락을 갖고 작품 활동을 한 거예요.”
낸시랭은 각종 퍼포먼스를 할 때 비키니나 란제리 등의 의상을 즐겨 입는다. 2006년에는 ‘비키니를 입은 현대미술’이라는 제목으로 책도 펴냈다. 그는 “비키니와 란제리는 내가 좋아하는 패션 중 하나”라고 말한다.
“가장 면적이 작잖아요. 가장 가볍죠. 팝아트 역시 감각적이고 가볍잖아요. 물론 그 내용은 진지하고 무거울 수 있지만. 저는 깃털처럼 가벼워서 어디든 훨훨 날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어디에 얽매여 있거나 다리가 묶여 있으면 아티스트로서의 내가 작동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패션도 비키니나 란제리가 가장 좋아요.”
▼ 몇 살까지 비키니나 란제리를 입고 퍼포먼스 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 자체가 촌스러워요. 아티스트는 나이를 잊고 살아요. 에이즈 이즈 저스트 넘버(Age is just number)! 나이를 따지고 민감해하는 건 대한민국밖에 없는 것 같아요. 외국에선 나이나 연봉을 묻는 건 실례예요. 시대에 맞지도 않고, 촌스러운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요즘 아티스트들 보세요. 자기 나이 안 써내요. 검색해도 안 나와요. 그리고 아티스트든 일반인이든 다들 자기 나이 알리고 싶어 하지 않던데요? 한 살이라도 어려보이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아서, 스무 살짜리 연예인도 17세로 보이고 싶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