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현장 인터뷰

“새벽 3시,공동묘지에서 흐느끼는 여자와 있어봤어요?”

택시기사 150명이 들려준 심야의 여성 취객

  • 박수정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고려대 학점교류학생)

“새벽 3시,공동묘지에서 흐느끼는 여자와 있어봤어요?”

2/3
“여름이 특히 문제죠”

공동묘지에 도착하자 이 여성 승객은 요금도 안 내고 하차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어느 무덤 앞에 가서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최 씨는 손님이 위태로워 보여 걱정스러운 데다 어디론가 사라지면 낭패다 싶어서 손님 주변을 맴돌았다.

“새벽에 공동묘지에서 흐느끼는 여성과 함께 있어본 적 없죠? 온몸에 한기가 들고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게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최 씨가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는 듯 말하자 옆에 있던 동료 기사 박모 씨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자기 이야기를 꺼냈다.

“여름이 특히 문제죠.”



30년 경력의 박 씨는 최근 원피스를 차려입은 여성 취객을 태우고 서울지하철 강변역에서 경기도 구리시까지 갔다. 손님이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속옷이 다 보이는 상태여서 민망하기 그지없었다고 한다. 박 씨는 하는 수 없이 112에 신고해 여자 경찰관을 불러야 했다. 젊은 여성들은 여름에 짧은 치마나 바지를 즐겨 입기 때문에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고 한다. 심지어 뒷자리에 아무렇게나 벌러덩 눕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박 씨는 “짧은 하의를 착용할 땐 제발 과음을 안 하면 좋겠다”고 했다.

기사 김진곤 씨는 박 씨의 경험담을 듣더니 “그 정도 노출은 약과”라고 말했다. 한 여성을 태웠는데 술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10분쯤 달렸을까, 갑자기 손님이 하나둘 옷을 벗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씨는 다급하게 “여기 택시예요 손님! 옷 벗으시면 안돼요!”라고 외쳤다. 그러자 이 여성은 “여긴 우리집이에요”라고 했다. 결국 옷을 훌러덩 다 벗어버렸다고 한다. 김 씨는 차를 세우고 밖으로 도망쳤다.

이른 아침 이태원에서 女高로

“새벽 3시,공동묘지에서 흐느끼는 여자와 있어봤어요?”

서울 시내 한 유흥가에서 일부 여성이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만취하지 않은 여성 승객이 택시 안에서 옷을 벗은 경우도 있다. 시간대도 야밤이 아니라 아침이었다. 최호준 씨는 이른 아침 서울 이태원에서 술 냄새를 풍기는 여성 손님을 태워 Y여고 쪽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아무 일이 없었기에 안심했는데 오산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이 손님은 가방에서 주섬주섬 옷을 꺼냈다. 깔끔한 교복이었다. 손님은 태연하게 뒷좌석에서 아래위 겉옷을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택시에서 내려 학교로 걸어갔다. 최 씨는 그때서야 이 손님이 밤새 이태원에서 술을 마시고 곧바로 등교하는 여고생이란 걸 알았다.

여성 취객이 택시 안에서 구토하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라고 한다. 기사 민병록 씨는 취객을 태우면 구토 증세를 보이는지 가장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택시 안에서 토하면 그야말로 끝장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메스꺼워하거나 얼굴 색깔이 변한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잠시 차를 세울지 물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손님이 먼저 잠시 세워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일부 여성 손님은 자기 가방을 열고 토하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택시 안에 토하게 되면 미안하다며 세차비를 주기도 합니다. 그럴 땐 진짜 고맙죠.”

택시회사 휴게실에서의 인터뷰는 필자가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기사들이 경쟁적으로 경험담을 주고받는 바람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만큼 심야 택시를 탄 여성 취객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상상 이상으로 자주, 그리고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택시기사 10년 차인 황종회 씨는 “여성 취객과 겪은 이야기를 다 하려면 책 두 권은 거뜬히 나올 것”이라고 했다. 황 씨에 따르면 술 취한 여성 승객의 가장 흔한 반응은 막무가내로 우기는 것이다. 이런 일은 대개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비를 받을 때 일어난다.

택시기사 이종요 씨는 “술에 취한 여성 승객이 택시비를 안 냈는데도 냈다고 계속 우겨서 그냥 보낸 적이 여러 번 있다”고 말했다. 기사들에겐 시간이 돈인데 시비가 붙어서 지체하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씨는 “술 취한 여성 손님과 택시비 문제로 말싸움을 해서 이겨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보내드리는 게 상책”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과연 여성 취객들은 택시 안에서의 자기 행동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만취해 택시를 탄 경험이 있는 여성 중 상당수는 택시를 탄 기억과 내린 기억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필자가 만난 모 극장 여직원 박모(22) 씨는 “술을 마시면 자는 버릇이 있어서 버스보다 택시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손님 다 왔어요’라는 기사님의 말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도 술 때문에 실수한 경험을 갖고 있다.

2/3
박수정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고려대 학점교류학생)
목록 닫기

“새벽 3시,공동묘지에서 흐느끼는 여자와 있어봤어요?”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