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후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노후자금 마련인데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100만 원을 쓰는 사람이 지출을 10만 원만 줄인다면 은행에 4000만 원을 넣어놓고 이자 수익을 받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투자를 거꾸로 합니다. 은행 금리가 높을 때는 너도나도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했다 손해를 봅니다.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망하고, 차이나펀드와 브릭스펀드에 투자했다 손해 보고, 그다음엔 자문형 랩(Lab)으로 갔다가 ELS(주가연계증권)를 기웃거리고…. 최근엔 초저금리 시대인데도 예금 등 보장성 상품에 몰리고 있어요. 미국은 전체 금융자산의 13% 정도만 예금을 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장기펀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과 공포는 장기 분산투자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지 말고 생애설계에 맞게 장기 분산투자를 해야 여유로운 후반인생을 보낼 수 있습니다.”
‘자산운용 주치의’ 필요하다
▼ 자산관리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금융상품에 투자한다면 최소한 그 상품이 저축상품인지, 손해 볼 위험성이 있는 투자상품인지는 확인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100% 안전하고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금융상품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학 나온 사람조차 이런 말에 현혹돼 가입했다 후회하는 것을 자주 봅니다. 그리고 투자상품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입해야 합니다. 최소한 1~2년 안에는 필요하지 않은 여유자금 정도만 활용해야 합니다. 또한 투자상품은 전체 금융자산에서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만큼, 예를 들어 55세라면 100에서 55를 뺀 45% 이내에서만 운용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동안 축적한 자산을 지켜야지 무작정 자산을 늘리려 해서는 안 돼요. 투자상품에 올인하는 것은 일용직 노동자가 하루 일하고 일당을 받는 대로 경마장이나 도박장에 가는 것과 같습니다.”
▼ 책에서 ‘자산운용 주치의’를 두라고 했더군요.
“신뢰할 수 있고 실력 있는 금융전문가를 알아두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보험 하나 가입하려 해도 FP(자산관리사)가 10개 이상의 상품을 비교해 차이점을 설명하고 가장 적당한 것을 선택하라고 조언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무조건 자기 회사의 주력 상품에 들라고만 합니다. 금융사가 아닌 소비자 처지에서 조언해줄 FP를 만나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구조적으로 어렵지만 그런 FP가 많이 나와야 합니다.”
▼ 우리 현실에서는 각자 자기 자산에 대해 신경을 써야겠군요.
“자기 돈을 투자했으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게 당연한데,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 게 문제예요.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DC형에 가입했다면 운용을 잘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그러지 못할 형편이라면 장기 운용능력을 갖춘 다른 운용사로 갈아타야 합니다. 그리고 부부가 함께 금융교육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금융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인터넷을 비롯해 많습니다.”
나만의 브랜드

강창희 대표는 1년에 300회 이상 노후설계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정년퇴직을 했을 때 노후생활비가 마련되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런데 대부분 퇴직한 후에 몇 년 동안을 쉬어요. 그렇게 가진 돈을 다 까먹고 나서야 뒤늦게 허드렛일이라도 하려고 나서요. 퇴직하자마자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합니다. 한 달에 50만 원만 벌어도 2억 원의 정기예금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어요.”
과거에는 공부해서 취업하고, 퇴직한 후엔 쉬면서 여생을 보내는 게 일반적인 삶이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공부하고 취업하고, 다시 공부해서 재취업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데 재취업은 쉬운 게 아니다. 강 대표는 “나만의 브랜드를 확립하라”고 조언했다.
“제 이야기를 하면, 57세(2004년) 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됐는데 다른 곳에서 사장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그때 ‘오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했어요.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 투자교육이니까 이걸 내 경쟁력으로 삼으면 좋겠다 싶어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에게 투자교육연구소를 만들자고 제안서를 보냈죠. 아내와 가족, 친한 선배들 모두 ‘폼 나고 임금도 많이 주는 사장으로 가지 뭐 하러 그러느냐’고 반대했지만 결국 이 일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1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일하고 있어요. 그때 사장으로 갔다면 2~3년쯤 더 일하다 퇴직해서 지금 놀고 있을 거예요. 자신만의 브랜드가 없으면 오래 일할 수 없어요. 다른 사람으로 대치할 수 있으니까요. 자기가 잘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우는 게 재취업을 하는 데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