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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재포스 Zappos

  • 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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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기업이 ‘고객 행복’을 강조하지만 소비자는 진정성을 의심한다.
  •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는 말도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직원과 고객 모두 불행해진다. 온라인 쇼핑몰 재포스닷컴은 전 직원이 ‘행복한 행복배달부’가 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한 결과 아마존닷컴도 두 손을 들었다.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인터넷으로 구하지 못할 물건이 없는 시대라지만, 낭패를 볼 가능성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신발이 그렇다. 표준 규격에 딱 맞춰 제작한 신발이라도 폭이나 높이가 발에 안 맞아 불편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도 싸니까, 가만히 앉아서 주문하면 되니까 하는 생각에 섣불리 ‘클릭’했다가는 신발장에 모셔두거나 반품 배송료만 날리기 십상이다. 그러니 어떻게 신어보지도 않고 신발을 주문한단 말인가.

미국의 온라인 신발·의류 쇼핑몰 재포스닷컴(Zappos.com)은 사람들의 이런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려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고객은 마음에 쏙 드는 상품을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신고 입어볼 권리가 있고, 더욱이 집에서 파자마 바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1년 내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또한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고객센터(contact center) 전화 상담에 자본과 인력 등 회사 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역발상으로 수많은 고객 감동 사례와 함께 재구매율 75%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창업 10년 만인 2008년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한 재포스는 이듬해 아마존닷컴(Amazon.com)에 12억 달러에 인수되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동안 아마존이 인수한 기업 중 최고가다. 그러나 아마존의 재포스 인수를 두고 ‘먹고 먹히는’ 관계로 해석한 이는 드물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재포스의 고객 감동 서비스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독특한 기업문화의 가치를 아마존이 인정하고 배우기 위해 큰 대가를 치른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재포스의 최고경영자(CEO) 토니 셰이(39)는 “인수나 매각이라는 표현보다 ‘재포스와 아마존이 눈이 맞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다”고 말한다. 재포스와 아마존의 결합에 대해서는 셰이가 직접 쓴 책 ‘딜리버링 해피니스(Delivering Happiness)’에 자세히 나오는데,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아마존은 첨단 기술을 기초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애써왔으나 세계 최고의 고객 중심 기업이 되기 위해선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했다. 방법을 모색하던 아마존의 레이더망에 재포스의 고감도 서비스가 포착됐다. 때마침 단기적인 성과를 무시하지 못하는 주주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고객 감동 서비스에 주력하고 싶었던 재포스는 아마존에 호감을 갖는다.



그러나 재포스는 아마존이 내민 손을 덥석 잡지 않았다. 아마존의 현금 인수 방식을 거부하고, 재포스 주주와 투자자들이 재포스 주식을 아마존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식의 인수를 성사시켰다. 재포스의 경영진과 직원들은 그대로 남았으며 브랜드와 문화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재포스는 아마존이 전액 출자한 자회사로서 아마존의 다양하고 풍부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으면서 독립 경영도 보장받은 것이다.

파격적인 조건에 아마존이라는 거대한 울타리를 얻은 재포스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1년 22억 달러 수익을 기록했고, 2009년부터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신발을 사기 위해 재포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경영대학이나 경제연구소 등에선 재포스의 사례를 심심찮게 다룬다. 기업이 직원과 고객의 행복을 위해 노력할 때 실적도 좋아진다는 것을 재포스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2007년 한 여성이 재포스에서 어머니의 신발을 구입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며칠 후 이 여성에게 재포스로부터 e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신발이 마음에 드는지, 발에 잘 맞는지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여성은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신발을 반품하고 싶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재포스에선 “택배 직원을 댁으로 보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왔다.

고객과 6시간 통화도 OK

‘무료 반품’이 재포스의 원칙이기는 하지만 택배 신청은 고객이 해야 한다. 그런데 고객의 딱한 사정을 접하고 재포스에서 직접 택배 직원을 보낸 것이다. 다음 날 이 여성에게 아름다운 꽃다발이 배달됐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상실감을 위로하는 내용의 카드엔 ‘재포스’라고 적혀 있었다. 이 여성은 “지금까지 받아본 친절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이었다”며 블로그 사이트에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얼마 전 국내 한 이동통신사 고객센터 직원의 친절한 통화 사례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동통신사 이름을 못 알아듣고 “목욕탕에 불났다고?”를 반복하는 할머니에게 끝까지 침착하게 응대한 고객센터 직원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낸 이가 많았다. 이 통화에 걸린 시간은 2분45초. 그런데 재포스 고객센터엔 자그마치 6시간 동안 고객과 통화한 직원의 기록이 있다. 그렇게 긴 통화가 매출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직원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다.

‘행복배달’ 쇼핑몰의 비밀은 ‘와우’ 서비스와 동료애

성장과 배움을 추구하는 재포스의 사내 도서관(왼쪽)과 직원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재포스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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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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