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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야무지게 따져보고 ‘공세적 방어’로 버텨라

배우자 선택의 정치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조건 야무지게 따져보고 ‘공세적 방어’로 버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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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견례와 입당 자격심사

부모가 정말 현명하다면 부모에게 모든 판단을 내맡겨도 관계없다. 그러나 부모는 자녀의 결혼 앞에서 현명해지기 어렵다. 오히려 자녀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비이성적이 되는 순간이 이때가 아닐까 싶다. 거의 괴물로 변하기도 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이런 지적에 화를 벌컥 내겠지만, 절대 화부터 낼 일이 아니다.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욱이 자녀에게 일생일대의 선택이기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과 실패한 자기 결혼에 대한 원망, 집안 내의 체면까지 뒤섞어 비이성적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강요하기 일쑤다. 그래서 사랑하는 청춘남녀의 달콤한 꿈을 깨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혼수전쟁, 그 와중에 파혼에 이르거나 결혼 직후 결국 그 후폭풍을 이기지 못해 헤어지는 커플, 의외로 많다.

성혼으로 가는 단계에서 크게 다가오는 것이 혼수다. 혼수 문제를 성공적으로 돌파해내려면 정말 정치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을 하는 것은 상대방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집안과 결합하는 과정이라는 것, 설명이 더 필요치 않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새로운 정당에 입당하는 것과 같다. 좀 더 정확하게는 기존의 당적에 더해 새로운 당적을 하나 더 갖는 것이다. 2개의 당적을 허용받으려면 먼저 양당의 지도부로부터 재가를 받아야 한다. 차제에 양당이 아예 합당을 하거나 연립정부를 구성하면 좋으련만, 현실은 낮은 단계의 정책연대조차 쉽지 않다. 두 집안이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결혼식까지 치러내기가 매우 어렵다.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낼 것인가.



먼저, 당사자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야 한다. 반드시 복수(複數) 당적을 관철해내자는 결의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때 어느 한 쪽이 유약해서 자꾸 회의론에 빠지면 다른 한 쪽이 그만큼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고, 결혼을 한 뒤에도 앙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이 일단 의기투합했다면, 그다음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두 집안의 들끓는 여론을 어떻게 평정해나갈 것인가.

울다 지쳐 쓰러지기

이것은 사실 평소 각자가 집안 내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와 관련이 깊다. 집안에서 존재감이 미약하거나 영향력이 별로 없는 일개 피지배계층에 불과했다면 여론 평정은커녕 역으로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정말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갈등을 불사하고 강공책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기존의 노선을 따를 것인지 심각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 새삼스러운 강공책? 부담이 따르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평소 집안에서 영향력이 꽤 있다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경제적 자립 역량을 가졌거나 집안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면 상황을 훨씬 더 주도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당내 지분이 많은 경우다. 이 경우에는 당내 불만을 다스리는 약간의 유인책만 쓰면 된다. 미약한 공약도 의외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배우자가 생김으로 해서 얻어질 이득에 관해 언급하는 것도 물론 보탬이 될 것이다.

역시, 가장 좋은 상황은 각자가 자기 집안을 책임지는 것이다. 내부 분란에 공동 대응하는 차원에서 정보교류를 하고 또 전략도 세워야하겠지만, 시시콜콜한 것까지 말하는 것은 오히려 분란을 더 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아니, 당신 동생이 나에 대해 그런 말까지 했단 말이야?’ 이것도 두고두고 원한으로 남는 일이다. 어쩔 수 없다. 적당히 덮을 것은 덮어가면서 상대방의 자존감을 지켜주면서 반대여론을 하나씩 극복해나가야 한다.

반대가 아주 심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강력한 당근, 곧 뭔가를 제공하거나 양보하거나 하다못해 공약이라도 해야 한다. 공약? 꼭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도 정말로 결혼을 원한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 단, 문서로 써주는 것은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배수진을 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런데, 배수진에는 공세적 방법과 수세적 방법이 있다. 공세적 방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가출’이다. 수세적 방법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은 ‘울다 지쳐 쓰러지는 것’이다. 이 두 극단적 방법 사이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을 때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리 선택해야 한다. 반대하는 누나에게는 평소 갖고 싶어한 명품 백을 혼수로 선물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딸을 자기 목숨보다 더 아끼는 아빠에게는 “나, 죽어버릴 거야”라고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권력구도로 본 부모의 심리

입당을 앞두고 자격심사 과정에서 뜨겁게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말로 결혼 당사자들을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고 집안을 걱정해서 그럴 수도 있다. 당내 권력구도 변화하고도 관련이 깊다고 봐야 한다. 새로운 사람이 입당하면 당내 권력구도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부모와 아들 간 권력구도에 며느리가 영향을 미치고, 부모와 딸 간 권력구도에 사위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권력구도의 변화 결과 나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상황, 누구나 견디기 어렵다. 아들에게 집착하는 어머니, 딸에게 집착하는 아버지가 특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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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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