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펩시콜라, 도요타, JP모건 등도 아이디오의 고객이며, 삼성전자, 현대카드 같은 국내 기업도 고객이다. 특히 삼성과는 수년에 걸쳐 컴퓨터 모니터를 함께 개발했다. 현대카드는 단순히 신용카드 디자인을 의뢰하는 수준을 넘어, 장기 전략을 세우고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아이디오와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디오가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건 1999년 미국 ABC방송 ‘나이트라인’에서 아이디오를 집중 보도하면서부터다. 당시 ABC는 아이디오에 닷새 만에 대형마트에서 사용할 새로운 카트를 만들어달라는 미션을 주고, 미션 수행 과정을 녹화해 내보냈다. 지금까지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많은 사람이 이 영상을 즐겨 보는데, 특히 경영학 수업이나 기업 연수 프로그램 등에서 자주 활용한다.
카트에 보기 좋은 새 옷을 입히는 것쯤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 주제는 ‘혁신’이었다. 그 자체로 완벽하진 않지만 미국인에게 이미 익숙해진 카트를 어떻게 새롭고 만족스럽게 변화시킬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그것도 단 5일 만에. 아이디오 공동대표인 톰 켈리는 ‘유쾌한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에서 “이노베이션 지옥에 빠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5일간의 미션 수행 과정은 아이디오가 어떻게 혁신을 이끌어내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아이디오는 맨먼저 젊은 직원 피터 스킬먼을 주축으로 팀을 꾸렸다.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물론 심리학, 건축학, 경영학, 언어학, 생물학 등을 전공한 이들이 팀원으로 참여했다.
아이디오에선 연공서열이나 담당부서 같은 구분이 철저히 무시된다. 엄격한 위계질서나 고지식한 영역 주장이 조직원들의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팀워크를 무너뜨린다는 생각에서다. 프로젝트가 떨어지면 일사불란하게 팀을 꾸리고 정해진 마감시간을 향해 전력질주할 수 있는 게 아이디오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브레인스토밍, 프로토타이핑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팀원들은 가장 먼저 카트는 물론, 카트를 사용해 장을 보는 행위 자체를 다시 들여다보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마트에 가서 사람들이 실제로 카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전문가에게 자문도 했다. 카트 구입 대행업체 관계자 의견을 듣고, 동네 자전거 가게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소재를 탐구했다. 유아용 카시트와 유모차를 분석적으로 살피는 팀원도 있었다.
아이디오는 디자인이 성공하려면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좀 더 생산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아무리 보기 좋아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제품이라면 곁에 두고 사용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 그래서 인간적인 접근에 가장 큰 무게를 두는 아이디오에선 관찰하는 것으로 모든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디자이너, 자료조사원 따로 구분하지 않고 팀원 전체가 목표물이 있는 현장을 누빈다.
하루 동안의 관찰과 조사를 통해 팀원들은 어린이에게 좀 더 친근하면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그리고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둘째 날 아침 모두가 브레인스토밍에 참여했다.
브레인스토밍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였지만 분명한 규칙을 따랐다.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비난하지 않는다는 것. 모든 아이디어는 문자 혹은 그림으로 표현해 벽에 붙였다. 1시간여 만에 수많은 아이디어가 벽을 메웠다. 브레인스토밍은 60∼90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아이디오의 또 다른 규칙이다. 모든 팀원은 자신의 맘에 드는 아이디어에 색깔 포스트잇을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