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씨는 “사서 기록을 정리해보면 3국 가운데 고구려의 국력이 월등히 강했다”고 판단한다. 그의 관심은 약소국으로 인식돼 있는 백제, 신라로 향해 있다. 약소국이 생존하려면 동맹을 맺어야 하는데, 약소국이 맺는 동맹에는 ‘편승(便乘)동맹’과 ‘균형(均衡)동맹’이 있다고 한다. 편승동맹은 우호적인 강대국에 붙어 생존을 보장받는 것이고, 균형동맹은 자신이 중심이 돼 주변 국가를 동맹으로 끌어들여 적대국에 대항하는 것이다. 균형동맹을 맺은 나라는 편승동맹을 맺은 나라보다 국력이 강하다. 판 씨는 “백제는 망하는 순간까지 균형동맹을 추구했으니 결코 약한 나라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백제는 오랫동안 고구려와 대립했다. 한·중의 몇몇 역사서는 백제가 중국 대륙에 영토를 갖고 있었다고 기록했는데도 한국 주류 역사학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는 백제가 대륙과 일본에 거점을 가진 해상제국이라야 고구려에 맞서는 균형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처사다. 신라는 균형동맹으로 간신히 생존을 모색하다가 김춘추 때 놀라운 외교력으로 순식간에 남부 한반도를 통일한 외교의 귀재였다.”
지린(吉林)성 시핑(四平)시 출신으로 산둥(山東)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바로 한국에 와 인하대 대학원 석박사 통합과정에 입학한 판 씨는 1년 만에 한국어를 습득해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인하대 정외과에서 한국어로 ‘동북아 외교관계사’와 ‘동북아 국제정치론’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