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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 없어 홍수 예방 남과 북 잇는 ‘통일 가교’ 기대

롯데건설 특수 사장교 동이1교

  • 연천=김유림 기자 │ rim@donga.com

교각 없어 홍수 예방 남과 북 잇는 ‘통일 가교’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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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각 없어 홍수 예방 남과 북 잇는 ‘통일 가교’ 기대

강에서 올려다본 동이1교.(왼쪽) 동이1교는 60개의 케이블로 상판을 고정한다.(오른쪽)

아름다운 길이 입소문으로 퍼졌고, 서울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소요산역에 내려 동이1교를 지나 연천 일대를 걷는 코스가 인기를 끌면서, 동이1교는 완공 전부터 연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동이1교를 지나는 관광객들은 “산속에 이렇게 웅장한 다리가 있다니!”라며 놀란다. 전국의 사진가들은 아름다운 적벽과 웅장한 동이1교를 사진 한 장에 담기 위해 자리 경쟁도 불사한다. 문 소장은 “다리 건너편 아랫마을에서 북쪽으로 올려다본 광경이 가장 예쁘다”고 귀띔했다.

연천 지역에는 역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고려의 공신 위패를 모아놓은 사당인 숭의전과 임진왜란 때 부산에서 왜군을 맞아 싸운 정발 장군의 묘 등 곳곳에문화유산이 있다. 특히 고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데, 고려의 후손이 산다는 ‘고려왕씨마을’도 보존되고 있다. 문 소장은 “연천은 개성과 철원의 중간 도시로, 고려 왕건이 당시 도읍 철원에 머물던 궁예를 만나러 갈 때 꼭 지나갔다고 전해지는 등 고려의 자취가 많이 남아 있다”며 “이처럼 다양한 문화유산을 갖고 있음에도 그간 교통이 불편해 많은 사람이 찾진 않았는데 동이1교 덕분에 연천은 역사문화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이1교 중앙에 서서 서쪽을 바라보면 어렴풋하게 개성 송악산의 등성을 볼 수 있다. 휴전선에서 고작 4km 떨어진 이곳은 6·25전쟁 이전에는 북한 지역이었다. 나이 많은 원주민들은 지금도 전쟁 이전을 기억한다.

과거 북한에 속했던 이 땅은, 지금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동이1교에서 채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2014년 10월 개관 예정인 ‘한반도통일미래센터’가 건설 중이다. 통일부가 남북 청소년 교류와 이산가족 상봉 등 다양한 남북 교류 행사에 활용하기 위해 521억 원을 들여 짓는 시설이다. 이 센터가 완공되면 동이1교는 남북 교류의 설렘을 전달하는 가교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귀농·귀촌 관심 커져



교각 없어 홍수 예방 남과 북 잇는 ‘통일 가교’ 기대

2013년 10월 1일 박창규 롯데건설 대표이사(가운데)와 문형찬 현장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공사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 최북단에 위치한 연천의 명물은 단연 ‘추위’ 아닐까. ‘따뜻한 남쪽나라’ 전남 보성 출신인 문 소장은 “공사 첫해 겨울 추위를 잊을 수가 없다. 차 안 온도계에 영하 26℃가 찍히더라. 이곳이 국내 비공식 기록으로 가장 추운 곳”이라며 “눈이 하도 많이 오고 미끄러워서 차를 2대나 갈아야 했다”고 말했다. 눈이 왔다 하면 50cm 이상 쌓여 공사가 모두 중단된 적도 부지기수. 이러한 추위에도 현장 인부들은 ‘한강 이북의 유일한 사장교를 짓는다’는 자부심으로 견뎌냈다. 현장 주변에는 군부대가 많아 K1-전차, K9-자주포 등 고급 군사 장비를 자주 볼 수 있다. 동이1교는 이런 지역적 특색을 살려 무게 50t이 넘는 전차가 지나가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건설사들은 ‘건설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절차는 주민을 설득하고 보상하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집단이기주의, 그리고 보상과 기대의 차이 때문에 건설 시공이 늦춰지거나 아예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문 소장에 따르면 동이1교 역시 지역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동이1교 작업 공정이 다른 구간에 비해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된 것은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 노력 덕분이었다.

문 소장은 시공 과정에서 공사용 부지와 진입로를 확보하기 위해 동네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민원 사항이 있으면 모두 경청했다. 1991년 롯데건설에 입사해 10여 년간 경기 성남, 인천 남항부두 등 현장에서 소장을 맡았던 그는 베테랑답게 주민들과 융화하고자 노력했다. 주변 지역 용지 보상이 끝나지 않은 시기라 주민 대부분이 불편해했지만, 이내 문 소장의 진심을 알고 그를 도왔다.

2013년 10월 주탑이 완성되자마자 롯데건설 측은 주탑 전망대를 만들고 주민 40여 명을 초청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민들에게 공사 과정과 의의를 설명했고 함께 주탑에 올라가 전망도 감상했다. 문 소장은 “이제 주민들과 왕래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됐다”며 웃었다.

동이1교는 주민들의 삶도 변화시켰다. 다리가 지어지기 전에는 육지로 빙 둘러 18km 이상 차를 달려야 갈 수 있던 지역을 다리 덕분에 1분 만에 왕래할 수 있게 된 것은 기본, 적막하던 적벽에 아름다운 다리가 생겼으니 마을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다. 동이1교와 적벽을 올려다볼 수 있는 아랫마을에는 요즘 아담한 별장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문 소장은 “지역 사람들 말로는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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