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한국 전통문화 체험장의 한복 체험. 입은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즐거워하고 있다. 2 경상북도 각 시군홍보관과 실크로드 바자르에 몰려든 인파. 3 안숙선 명창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이 협연한 ‘한국 소리의 길’공연. 4 성덕대왕신종을 IT로 재현한 한국문화관 신라 유물 영상 쇼.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우리의 문화, 역사, 경제 등 다방면에서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지방의 세계화’(Glocalization·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의 합성어) 측면에서도 모범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 주도 행사가 아니라 지자체인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위원장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주관한, 말하자면 지역 행사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를 확대 구현한 셈이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가 열린 터키 이스탄불은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도시다. 반면 경주는 대륙의 동쪽 끝에 있다. 두 도시를 잇는 연결고리가 바로 실크로드다. 경주와 이스탄불은 고대 동서 문화교류의 상징 도시나 마찬가지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의 주제가 ‘길, 만남, 그리고 동행’이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길, 만남, 동행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고대 실크로드를 재조명했을 뿐 아니라 현대에 맞게 되살리겠다는 의미도 담았다. 카디르 톱바쉬 이스탄불 시장은 “이스탄불-경주엑스포를 계기로 고대 실크로드가 단지 역사에만 존재하는 통로라는 인식을 넘어, 미래에까지 펼쳐질 새로운 상상과 희망의 길로 기록됐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실크로드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살아났다. 2000년을 오갔고, 다시 2000년을 이어갈 문화의 길을 열었다”며 “신(新)실크로드의 무궁한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제시한 경북도의 노력은 두고두고 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사실 기획 단계 때만 해도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무모해 보였다. 경북도와 경주시의 제안에 이스탄불 시는 처음엔 “1500만 인구의 세계적 대도시가 어떻게 인구 30만도 안 되는 경주와 나란히 행사를 하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입체적인 설득 작전으로 터키와 이스탄불은 사상 처음으로 외국에 그들의 안방을 내줬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 개최를 결정한 후에는 터키 측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스탄불 시가 부담하기로 했던 행사장 임차료와 운영비 50억 원 외에 추가로 50억 원을 더 투입했다. 공항 입구에서부터 도심 곳곳, 공공건물을 태극기와 엑스포 홍보물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터키 국영방송 TRT의 젬 귤테킨 PD가 “터키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렇게 자세하고 풍성하게 소개하는 건 처음”이라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그는 “대한민국 경상북도가 터키를 선점한 것”이라며 “터키와 세계인이 한국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고대 문명의 요람으로 불리는 이스탄불은 동로마와 오스만에 걸쳐 1600년 동안 제국의 수도였다. 또한 아시아와 유럽의 교차로로 동서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적인 문화·역사도시로, 연간 1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세계 5위의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는 이곳에서 2013년 8월 31일부터 9월 22일까지 23일 동안 전시, 공연, 영상, 체험 특별행사 등 8개 분야에서 46개 문화행사를 진행했다.
이스탄불-경주엑스포에 50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모일 수 있었던 데에는 행사 장소 선정도 큰 몫을 했다. 주 행사장은 비잔틴 제국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 앞마당이었다. 또한 터키를 대표하는 사원 블루모스크, 오스만 제국 술탄들의 거처인 톱카프 궁전으로 둘러싸인 로마 시대 대경기장 유적 히포드롬 광장 등 유명 관광지가 행사의 주 무대였다. 이스탄불을 방문하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들르는 곳이다. 조직위는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동선(動線)을 잡았다. 하이룰라 젱기즈 아야소피아 박물관장은 “기독교와 이슬람, 비잔틴과 오스만, 서양과 동양이 공존하는 역사적인 곳에서 불교, 유교, 신라 등 다채로운 한국 문화가 조화롭고 신비하게 잘 어우러졌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