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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탐방

초기불교 가르치며 사부대중공동체 일군다

호남불교 변화 이끄는 선운사

  • 유철주 | 불교자유기고가

초기불교 가르치며 사부대중공동체 일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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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불학승가대학원 초기불교 공부 열기 후끈
  • ● 노스님 위한 노후수행마을 조성해 연금·의료 지원
  • ● 1500년 전통 보은염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일조
초기불교 가르치며 사부대중공동체 일군다

선운사 설경, 경전을 읽는 학인스님들, 초기불교 불학승가대학원 전경(왼쪽부터).

전국의 산중은 동안거(冬安居) 수행이 한창이다. 2000명이 넘는 수좌스님이 저마다 화두를 붙들고 촌음을 아껴가며 정진 중이다. 전북 고창 선운사도 마찬가지다. 산내 암자인 참당암 선원에 10명의 스님이 방부(房付)를 들여 공부하고 있다. 선원은 아니지만 선운사 경내 한편에 자리한 초기불교 불학승가대학원(원장 재연 스님, 이하 대학원)의 공부 열기 또한 어느 곳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첫눈이 내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운사가 있는 선운산을 찾았다. ‘설창(雪敞)’이라고 불릴 정도로 눈이 많이 오는 곳이어서인지 산등성이에 아직 눈이 많았다. 때마침 대학원에서 일반 재가불자를 대상으로 ‘토요 열린강좌’를 여는 날이어서 청강생으로 수업을 잠시 함께했다.

“길 가운데 최고의 길은 팔정도(八正道)요, 진리 가운데 최고의 진리는 사성제(四聖諦)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경지는 해탈이요, 인간 가운데 최고의 인간은 깨달은 사람입니다.”

‘법구경’을 교재로 진행된 이날 강좌에서 대학원 학감 성륜 스님은 ‘길(道)의 장’에 나와 있는 부처님 말씀을 함께 읽고 설명했다. 전북 고창과 정읍, 전주 등지에서 온 30여 명의 재가자는 귀를 쫑긋 세우고 2시간 동안 함께 공부했다.

강좌가 끝난 뒤 대학원 곳곳을 둘러봤다. 학인스님들은 각자 방에서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수업이 끝났지만 재가자들 역시 성륜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질의응답을 이어나갔다.



‘講學과 修禪의 도량’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처님의 원음(原音)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전해지는 초기불교는 한국 불자들에게 낯설었다. 한문으로 된 대승경전에 익숙해 있고, 언어 또한 빨리어·산스크리트어 등으로 돼 있어 초기불교를 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서적으로도 ‘소승(小乘)’이라고 폄훼하는 분위기가 강해 초기불교가 한국 토양에 발붙이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인도나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공부하는 스님과 학자가 부쩍 늘면서 초기불교가 조금씩 한국 불자들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위빠사나’로 대표되는 초기불교 수행에 관심을 갖는 불자도 꽤 된다.

대학원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문을 열었다.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은 “그동안 한국 불교에서 소외되어온 초기불교를 학인들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학원을 개설했다. 아직 부족하지만 앞으로 선운사가 초기 불교의 산실 구실을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선운사는 근현대 한국 불교 강사(講師)들의 ‘스승 중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석전 박한영 스님을 배출한 도량이다. 지금도 ‘강학(講學)과 수선(修禪)의 도량’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그래선지 대표적 대승도량이지만 대학원을 개설한 것이 어색하지 않다.

2011년 3월 문을 열어 2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대학원에서는 현재 1학년 8명, 2학년 6명의 학인스님이 원장 재연 스님, 학감 성륜 스님, 교수사 환성 스님에게서 초기불교를 배우고 있다. 2013년 2월에는 1기 졸업생 2명을 배출했다.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 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 등 초기불교의 고수들은 외래교수로서 학인들의 공부를 돕고 있다.

학인스님들의 공부 일정은 숨 돌릴 틈 없이 짜여 있다. 일주일 중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대념처경’과 ‘초전법륜경’을 독송(chant)하고 다른 날에는 경전을 교재로 삼아 공부한다. 1학년은 ‘불교개론1’ ‘기초 빨리어’ ‘초기불교학’ 등의 과목을, 2학년은 ‘불교개론2’ ‘주제별 빨리어 경전읽기’ ‘주석과 함께 경전읽기’ 등을 공부한다.

한문에 익숙한 학인스님들이 원전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매일 해야 하는 과제도 부담스럽다. 성륜 스님은 “2학년은 토론식으로, 1학년은 원전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으로 수업을 한다. 언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는 학인이나 지도하는 교수스님 모두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래선지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학인스님 모두가 각자 방에 들어가 ‘보충공부’를 한다.

초기불교 가르치며 사부대중공동체 일군다

보은염을 운반하는 행렬을 맞이하는 법만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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