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박흥렬 경호실장.
장 소장이 지적한 김 장관 인사의 문제점은 자기 사람 챙기기, 임기제 진급 남발, 관행에 어긋난 구제 인사, 유력자 인맥 특혜 등이다. 장 소장에 대한 김 장관의 분노는 기무사 수뇌부 ‘대학살’로 나타났다. 기무사 2인자인 참모장, 2부장, 국방부 기무부대장 등 주요 보직자가 하루아침에 기무사에서 내쫓기는 수모를 당했다. 2부장 박모 준장은 전방 사단의 부사단장으로 전보되자 항의 차원에서 전역지원서를 냈다.
군 출신을 중용하며 안보지상주의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 군에서 이런 대형 사고가 발생한 것은 뜻밖이다. 김 장관은 신임 기무사령관에게 청와대 직보 관행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겉으로는 기무사를 겨냥한 것이지만 청와대와 군 사이의 채널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직보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장수 대통령국가안보실장, 박흥렬 대통령경호실장은 모두 김관진 장관처럼 육군 대장 출신이다. 육군 대장 출신 4명이 동시에 안보 관련 요직에 오른 것은 문민화의 출발점인 김영삼 정부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육사 선후배 관계다. 남 원장이 육사 25기, 김 실장이 27기, 박 실장과 김 장관은 동기인 28기다. 남 원장, 김 실장, 박 실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순차적으로 지낸 인연이 있다. 박 실장이 참모총장일 때 김 장관은 합동참모의장이었고 김 실장은 국방부 장관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정부 때 군 최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박근혜 정부의 안보 라인을 장악한 것. 군 안팎에선 이들 ‘안보 4인방’이 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장경욱 소장이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에는 김 장관의 부적절한 인사 스타일과 더불어 나머지 세 사람의 인사 개입 의혹, 일선 지휘관들의 일탈 사례가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소장은 이 보고서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
유능한 인재 구제
기무사령관 경질사건이 불거지자 대다수 언론은 기무사 보고서에 무게를 두면서 김 장관 인사에 문제가 많다는 투로 보도했다. 하지만 군 주변에서는 일방적으로 비판할 문제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예컨대 임기제 진급 남용이 문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유능한 인재의 구제라는 면에서 양면성을 띤다는 것이다. 인사 잡음이란 것이 대체로 진급과 보직에서 밀린 사람들의 불만과 원성에서 비롯된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이 특별한 것은 안보 4인방의 무게감과,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의 존재감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인사에선 박 씨의 육사 동기인 37기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부적절 인사’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안보 4인방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입길에 오르내리는 사람은 교육사령관 김종배(육사 36기) 중장. 군 일부에서는 김 중장 인사를 김 실장과 남 원장 간 파워게임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
2013년 4월 현 정부 첫 인사 때 김 중장은 유력한 기무사령관 후보로 거론됐다. 김 실장이 민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기무사령관에 임명된 사람은 남 원장이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 장 소장이었다. 이를 두고 김 실장이 남 원장과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느니 박 대통령이 남 원장을 통해 김 실장의 독주를 견제한다느니 따위의 말이 나왔다.
하지만 다른 얘기도 들린다. 군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남 원장이 김 실장 사람인 김 중장을 반대하는 바람에 장 소장이 어부지리로 기무사령관이 된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그에 따르면 장 소장은 남 원장과 특별한 인연은 없으며, 굳이 인맥을 따지자면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기무사령관 출신인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과 가깝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