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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대통령 ‘유승민 찍어내기’는 잘못”

정의화 국회의장의 국정 苦言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대통령 ‘유승민 찍어내기’는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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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정치 막는 국회선진화법

“대통령 ‘유승민 찍어내기’는 잘못”
화제를 국회선진화법으로 돌렸다. 2012년 5월 이 법이 여야 합의로 통과할 때 국회의장 직무대행이던 그는 강력히 반대했다. ‘무기력 국회’ ‘식물 국회’가 된다는 우려에서였다.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된 후 여당 단독으로 주요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게 힘들어졌다.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 종종 편법으로 사용되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도 엄격히 제한됐다.

“과거 국회가 국민의 불신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입맛에 맞는 법을 통과시키는 거수기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군사독재정권에서뿐 아니라 김영삼·김대중 같은 의회민주주의 신봉자들이 대통령이 된 후에도 비슷한 양태를 보였다. 선진화법의 취지는 좋다. 그런데 가만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도 다수당이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진정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중시하는 수준 높은 국회라면 모르겠지만. 그 후유증으로 (법안) ‘끼워 팔기’가 나타났다. ‘이거 안 해주면 저거 안 해준다’고 나오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당시 그는 기자회견까지 열면서 이 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법이 통과되면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국회에서 정부를 뒷받침해주기 힘들다”고 진언했다.

▼ 당시 박 대통령의 반응은?



“뭐가 문제냐고 하더라. ‘60%(5분의 3) 규정 외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으니 황우여 원내대표를 불러 물어보고 잘 판단하시라’고 했다.”

▼ 지금도 여당 일부 의원들은 국회선진화법의 장점을 주장하는데.

“100가지 중 서너 가지가 도움이 되겠지. 지난해 12월 2일 새해 예산을 법정처리시한 내에 통과시킨 것을 두고 선진화법 덕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면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가 작용한 결과다. 자랑 같지만, 국회의장의 강력한 의지가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사실이다.”

6월 국회와 청와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을 둘러싼, 이른바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충돌했다. 5월 여야가 합의한 개정안은 정부의 시행령이 법 취지에 어긋날 때 국회가 수정을 요구하는 권한을 강화한 것이다. 국회의장의 중재로 일부 문구를 수정해 정부로 이송한 법안에 대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자 여당은 재의결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통령 뜻을 따랐고, 개정안은 자동 폐기됐다.

‘요구’와 ‘요청’ 사이

▼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 간에 큰 싸움이 났다. 결국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 마무리됐는데, 입법부 수장으로서 그 사태를 어떻게 보나.

“법에 다 담을 수 없으니 시행령을 만든다. 이를 두고 정부에서 행정입법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어폐가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에서 입법권을 가진 곳은 국회뿐이다. 행정부는 입법을 요청하는 권한이 있을 뿐, 입법권을 가진 게 아니다. 모법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을 만드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없다. 당연히 국회에서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강제성이 있으면 위험하다’며 제동을 걸면서 논란이 커졌다. 나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이 문제로 다투는 건 나라에 이롭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개정안 문구 중 ‘(국회의)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자는 안을 제시했다. ‘요구’라는 표현에는 다소 강제성이 있지 않나. 그걸 완화한 것이다. 물론 ‘요구’라고 해서 꼭 들어줘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 국회의장으로서 원만하게 중재하려 한 건데, 결국 여당의 굴복으로 모양새가 우습게 돼버렸다.

“나는 대통령께서 법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되 헌법재판소에 제소해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재의 요구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재의를 요구하면 국회의장은 본회의에 부의(附議)해야 한다. 그럼 다시 투표해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여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회의장에 들어왔다가 그냥 나갔다. 당론이 바뀌었다면 투표로 부결하면 되지 않나. 나는 이것도 역사적 오점이라고 본다. 뭐 이런저런 걱정을 해서 그랬겠지만….”

6월 25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석상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방침을 밝히면서 여야를 싸잡아 비난했다. “배신의 정치”니 “국민의 심판”이니 하는 거친 표현이 국민의 뇌리에 박혔다. 이날 발언의 압권은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에 대한 ‘성토’였다. “정부에 협조하지 않고 자기정치를 한다”는 취지로 강한 불신과 배신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은 두 가지가 뒤섞였다. 국회법 개정안과 유승민 대표에 대한 부분이다. 두 가지를 확실히 구분했다면 국민이 쉽게 이해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지 않아 좀 복잡하게 됐다. 유 대표 부분은 안타깝다. 정당정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그 정당의 의원총회에서 선출한 원내대표를 대통령이-실질적으로 당 총재 격이라 하더라도-찍어내기 해서는 안 된다. 그건 정당이나 의회정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이 아쉽다.”

▼ 우리 정치 수준을 10년 전, 2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몇 년 후퇴한 건지 내가 말하긴 곤란하다. 아무튼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

▼ 유승민 전 대표가 ‘자기정치 한다’고 비난받았다. 그런데 어찌 보면 국회의원이 자기정치 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조직 속에서 같이 움직여야 할 때 튀면 안 되겠지만.

“자기정치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조 기자께서 말했다시피 정치인이 자기정치 하지 남의 정치하는 건 아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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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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