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옛 풍경을 찾지 않으리
마포종점은 이제 없다. 한때 새우젓 장사로 유명했다는 포구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로, 질펀한 먹자골목으로 변한 지 오래다. 토박이 마포 사람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떠났다. 떠나야만 성공하는 것처럼 모두들 떠났다. 지금의 마포 일대는 귀빈로를 중심으로 재개발돼 광화문 못지않은 위용을 보여준다.
새우젓 장수들이 주린 배를 채우려고 허접한 고기를 주물러 구워 팔았다던 마포 주물럭이니 최대포도 강남 열풍에 밀려 과거의 영광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은 종점도 새우젓도 없어진 마포에 이제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마포 재개발은 이제 거의 끝났다. 가끔 그 옛날 유명 음식점을 찾는 지인들에게 등 떠밀려 마포를 찾았지만 내가 한때 들락거리던 그 시절의 모습은 간 데 없다.
새우젓 장수가 흥청거리던 포구 인근은 먹자골목 네온사인이 찬란하다. 먹자골목 중간쯤에 있는 설렁탕집만 예전 모습 그대로다. 60년 넘는 세월 한자리를 지켜왔지만 뒤편의 무성했던 갈대 숲은 공영주차장으로 변해 있다. 나는 무엇을 찾으러 그곳에 간 것일까. 직장 초년병 시절 선배들의 강권에 떠밀려 갔던 최대포집을 찾고 싶었을까. 옛 흔적을 찾으려는 이런 내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억을 더듬을 만한 풍경이 사라졌다는 건 슬픈 일이다. 서울은 산업화를 거치면서 완전히 탈바꿈했고, 옛 풍경은 상상 속에만 남아 있다. 서울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의 추억까지 완전히 빼앗아갔다. 나는 다시는 옛 풍경을 찾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서울의 여름은 저만치에 가 있고, 초대하지 않은 가을이 문밖에 서성인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