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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기업인 변신한 변양균 前 청와대 정책실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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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수출에서 사람수출로 성장시대에서 소비시대로”
그의 설명은 길었다. 할 말이 참 많은 듯했다.

“재벌 견제를 위해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순환출자금지 등을 얘기하는데, 골목상권에 진출한 재벌을 규제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 재벌이 빵집, 문구류 사업을 하는 데는 큰돈이 들지 않는다. 사업도 쉽다. 직원은 대부분 비정규직을 쓰고, 업무는 아웃소싱한다. 이런 사업이 번창하면 비정규직과 빈곤층만 는다. 재벌은 시민과 언론의 힘으로 견제해야 한다.

그 힘을 키우는 게 투명성이다. 재벌이 어떤 경제활동을 하는지 감춰진 부분이 많은데, 이걸 정부가 공개하는 거다. 실시간 파악할 수 있으면 재벌 횡포를 견제하는 시민과 언론의 힘이 절로 생긴다. 재벌도 스스로 조심하게 된다. 서민 좌판 장사까지 집어삼키는 일은 부끄러워서라도 못한다. ‘투명이 권력’이다. ‘재벌 실명제’를 해야 한다.”

한미 FTA 음모론

▼ 노무현 정부의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할 때는 어땠나. 정부 지지층에 맞서는 정책을 추진하느라 내부 갈등도 있었을 것 같다.



“갈등도 많았고…. 이건 처음 얘기하는 건데, 2007년 4월 1일, 한미 FTA 협상 타결 전날 노 대통령께 ‘주한 미국대사가 본국으로 갔다고 하니 아마 미국도 최종 결심을 할 모양이다. 오늘 밤 내가 책임지고 지휘하겠다. 편히 주무시라. 쇠고기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문제가 없는 한 타결 쪽으로 지휘하겠다’고 말씀드렸다.”

▼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나. 당시 언론은 대통령이 한미 FTA 협상을 최종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 노 대통령은 국가적 차원에서 한미 FTA를 추진했지만, 사실 지지세력의 극렬한 반대에 고뇌하고 있었다. 그런 대통령을 위해 아무도 몰래 내가 지휘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다. 언론은 대통령이 밤을 새우면서 지휘한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 협상이 불발됐을 때 대응 방안은 뭐였나.

“그것도 보고했다. 3월 31일 오후였을 거다. 토요일이라 관저로 대통령을 찾아뵙고 문제점을 말씀드렸다. 그때 시중에는 미국의 과도한 요구를 이유로 막판에 협상을 깨고, 한미 FTA를 결사반대하는 진보진영을 결집해 다가올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음모론이 돌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그런 정치공학적인 작전을 안 하는 분이었다.”

▼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으면 음모론이 설득력을 얻었겠다.

“협상이 결렬되면 노 대통령의 진정성은 없어지고, 완전히 작전에 의한 것이라고 뒤집어쓸 판이었다. 그래서 음모론을 재차 환기시켜드리고, 협상이 결렬되면 1차적으로 당시 권오규 재경부 장관, 박흥수 농림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그리고 정책실장인 나를 즉각 해임하라고 말씀드렸다.”

▼ 책임자 해임을 통해 음모론을 불식하고 진정성을 얻는다?

“권오규 장관은 대외경제장관회의 의장으로 대외경제 정책조정의 책임자였고, 박흥수 장관은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된다면 가장 큰 이유가 농업 부문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김현종 본부장은 협상실무 책임자였고, 나는 협상에서 대통령을 대리하고 청와대를 대표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는 당시 상황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듯 잠시 눈을 감았다.



▼ 요즘 기업 경영 외에는 어떤 일을 하나.

“젊은이들을 위해 모병제를 연구하고 있다. ‘모병제를 희망하는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 모병제? 뜻밖이다.

“지난해 전방 GOP 총기 난사사건 소식에 무척 놀랐다. 2002년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수도방위사령부 초병 2명을 제압하고 총기를 탈취한 사건이 있었다. 근본 대책을 세울 때다. 40년 전 내가 군생활 할 때는 우리나라가 농업사회였지만, 지금 군대도 여전히 농업 · 산업국가 시절의 군대다. 이젠 첨단장비를 갖추고 유사시 중무장 기동타격대가 출동해야 한다. 북한의 노동집약적 군대에 발맞추기보다 기술집약적 군대로 바꿔 정예군대로 가야 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5%만 국방비에 투입해도 북한 전체 GDP의 50%에 해당한다. 강제 징집은 전투에 임하는 정신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ARTBIS와 韶容

▼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생각해보라. 젊은 인력을 낮은 급여 줘가며 쓰고 있으니 예산을 절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월 200만 원 받는 인력이 입대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2조 원의 사회적 비용을 국방비에 쓰는 거다. 모병제를 하면 제대로 된 일자리 수십만 개가 생기고, 여성에게 군 문호를 넓히는 효과도 있다.”

인터뷰 전반부, 변 회장이 읊은 시는 미국 목사 로버트 슐러의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였다.

절벽 가까이로 나를 부르셔서 다가갔습니다. (…) 물론 나는 그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이 시를 들려주고는 ‘고용절벽’으로 암울하더라도 청년들이 주변 환경을 긍정적이 되도록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자신의 비법도 들려줬다.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소갈린포체는 ‘삶과 죽음에 대한 티베트의 책’에서 스승의 얼굴을 ‘언제나 미소를 지을 준비가 돼 있는(Always Ready To Break Into a Smile)’이라고 묘사했다. 생사를 초월한 마음의 평화 없이는 나타날 수 없는 묘사다. 그래서 내 최초의 ID는 그 말 첫 글자를 딴 ‘ARTBIS’로 정했다. 컴퓨터 로그인할 때마다 그 얼굴을 떠올려봤다.

얼마 전에는 ID를 소용(SOYONG)으로 바꿨다. 소용(韶容)은 ‘젊은이처럼 자신감과 생기가 넘치는 환한 노인의 얼굴’이란 뜻이다. 살아보니 얼굴 표정만으로도 주변 환경을 바꾸고, 나아가 운명이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신동아 2015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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