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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배우자, 자식보다 더 이기적 처신하라

재혼의 정치학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새 배우자, 자식보다 더 이기적 처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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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애정의 문제

새 배우자, 자식보다 더 이기적 처신하라
사실혼 부당파기 소송의 당사자들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로 ‘상호 신뢰 부족’을 꼽았다. 그랬으니 깨지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례는 재혼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신뢰가 떨어지는 이유는 결국 애정의 문제다. 초혼 때는 대개 연애감정에 충만해 결혼한다. 조건을 따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중매결혼도 없지 않지만, 초혼 부부는 대부분 연애하다가 결혼한다. 재혼 역시 연애감정에 충만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조건을 보는 경향이 초혼 때보다 훨씬 두드러진다. 당연히 상호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악몽

정신적 · 물질적 안정을 얻으려고 재혼을 했는데, 상호 신뢰가 약하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신뢰가 떨어지면 안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언젠가 내 곁을 떠날지 모른다’ ‘저 사람은 나를 계속 의심한다’ 이런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방어적으로 변한다. 이런 불신의 악순환이 이어지면 재혼생활은 살얼음판을 걷는 상태가 된다. 당연히 파국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높아진다. 아니면 어느 일방이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그 재혼은 악몽이 된다. 안 하느니만 못한 재혼이고 반복되는 악몽이다.



박찬숙 vs 조혜련

전 국가대표 여자농구 선수 박찬숙 씨는 “재혼이 다 행복한 것만은 아니란 걸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 그냥 재혼 안 하고 연애하고 싶다”는 소회를 남겼다. 반면 개그우먼 조혜련 씨는 “재혼 후 행복지수가 100점이 됐다”고 말했다. 재혼을 고민 중인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엇갈린 증언이 아닐 수 없다. 정답은 없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불행해질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더 현명한 중년의 전략인지 모른다.

혼전계약서 꼭 써라

억지로 신뢰를 만들려면 가식을 떨어야 한다. 신뢰가 생기길 기대하면서 무한정 기다릴 수만도 없다. 그래서 고안된 방법이 혼전계약서, 부부재산약정서등기제도다. 민법 제829조에 엄연히 법적 근거까지 규정돼 있다. 아직 이 제도를 활용하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2003년 3건이던 등기 건수는 2014년 28건으로 늘었다. 보통 혼전계약서에 부부재산약정등기를 포함시킨다.

“이혼 두 번에 재산 4분의 1토막”

이혼을 경험한 남성 중 많은 이는 “재산의 절반을 전처에게 떼줬다”고 말한다. 과장도 섞였겠지만,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는 측면도 있다. 그래서 어떤 남성들은 “이혼 두 번 하면 재산이 4분의 1토막 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잦은 이혼은 노후 생계까지 위협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재혼 후 다시 이혼하려 할 때 자신의 재산을 보장받는 유력한 방법이 혼전계약서와 부부재산약정등기 같은 장치다. 따라서 ‘이런 것까지 작성하며 유난을 떨어야 하는가’라고 생각하지 말고 작성해두는 게 좋다. 김대중과 김종필은 DJP 연합을 하면서 내각제 합의각서를 썼다. 정권을 잡은 뒤 김대중은 이 각서를 어겼다. 그래도 김종필은 아무 말도 못했다. 정치 행위를 심판해줄 법원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전계약서를 보호해줄 법원은 있다.

아나운서 김주하의 경우

가족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할 수도 있다. 여기엔 가사 분담, 귀가 시간, 외식 빈도, 기념일 챙기기, 심지어 부부관계 횟수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부부재산약정등기만큼 법적 보호를 받진 못한다. 아나운서 김주하 씨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다시 외도를 하면 모든 재산을 주겠다고 한 남편의 각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리적 가이드라인으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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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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