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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평창’ 이후 격동의 한반도 |

北의 ‘평창 공세’ 뒤집어보니

“정부 9차례 北에 굴종, 국민 자존심에 상처”

  •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北의 ‘평창 공세’ 뒤집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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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반도기, 단일팀, 마식령, 열병식, 금강산, 리셉션…
    ● ‘일방 통보→예외 인정→미국 설득’ 패턴
    ● ‘남북정상회담 최악 시나리오’ 솔솔
문재인 대통령이 2월 8일 청와대에서 종이를 보면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이 2월 8일 청와대에서 종이를 보면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동아DB]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호전시키면, 6월 지방선거에 유리할 것으로 여겼는지 모른다. 그런데 악재로 돌변했다. 

1월 9일 남북이 고위급회담에서 북한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가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이후 논란에 논란을 거듭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하락했다. 한국갤럽 1월 2주 차 조사 때만 하더라도 73%로 고공행진 중이었다. 하지만 2월 2주 차 조사에서 63%까지 떨어졌다. 부정 평가 이유로 1위는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동시 입장’, 3위는 ‘북한 핵/안보’, 4위는 ‘친북 성향’이었다. 모두 북한이 원인이었다.

“메달권” “불편해하신다” 엽기 망언

평창올림픽 과정에서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친북 성향(여론조사상의 표현)’이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필자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9차례 고비 때마다 정부는 북한에 굴종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비쳤다. 

첫 번째 고비는 한반도기 사용이다. 1월 17일 남북한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때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 입장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 이전부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은 “우리나라가 주최국이므로 공동 입장을 하더라도 태극기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와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도 우리나라가 주최국이었지만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고 했다.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는 차원이 다르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는 당초 뜻을 관철했다. 



이런 속에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북한 아이스하키팀이 1월 25일 방한했다. 그들의 단복에는 ‘인공기’와 ‘DPR Korea’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한반도기가 새겨졌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북한 선수단은 선수촌 입촌 뒤 거대한 인공기까지 걸었다. “저들은 우리 영토에서 인공기를 당당하게 내거는데 왜 우리는 태극기를 사용하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두 번째 고비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다. 북한 선수들이 포함되면서 우리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사전에 감독과 선수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국민적 공분이 나왔다. 

여기에 이낙연 총리의 실언이 더해졌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메달권에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고 한 것이다. 메달권 운운은 ‘올림픽 출전에 청춘을 건 태극전사’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이 발언에 대해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20~30대의 반발이 컸다.

“대북제재 벽 허무는 데 열심”

세 번째 고비는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이다. 마식령스키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야심작이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각종 물자의 북한 반입이 불허된 상황에서 굳이 북한 스키장에서 공동 훈련 이벤트를 벌여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 선수단이 전세기로 방북하고 그 전세기로 북한 스키 빙상 선수단이 함께 오기로 한 것도 논란거리였다.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로 북한으로 항공편을 운항한 항공사는 180일 동안 미국 운항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육로를 이용해야 마땅하지만, 정부는 미국 정부에 양해를 구하는 좁은 문을 택했다. 출발 예정시각 1시간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허락이 겨우 떨어져 전세기를 출발시킬 수 있었지만, 우리 정부는 “누구를 위하여 스스로 대북제재 벽을 허무는 데 열심이냐”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방북 시 태극기를 단 복장을 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북한은 인공기를 가슴에 달고 한국에 왔는데 왜 우리는 태극기 표시를 못 하느냐는 것이다. 

네 번째 고비는 열병식이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4월 25일을 건군절로 기념해왔다. 올해 갑자기 평창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인 2월 8일로 옮긴다면서 대규모 열병식 개최를 예고했다. 평창올림픽을 겨냥해 선전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여겨졌고,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열병식은 평창올림픽을 염두에 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나아가 중단을 요구할 구체적인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열병식이 2월 8일 개최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후 조 장관은 “북한 대변인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다. 

다섯 번째 고비는 북한 예술단 점검단 의전이다. 단장으로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에게 취재진이 접근하자 국정원 관계자는 “불편해하신다”며 막았다. 이 일로 정부가 현송월의 심경 경호까지 하느냐는 저자세 논란이 본격화됐다. 국정원이 현송월 경호원처럼 행동한 것은 아무리 봐도 부적절했다. 현송월에게 국가정상급 의전을 제공한 것도 논란이었다. 강릉 특급호텔을 숙소로 제공하고 또 다른 특급호텔에서 만찬을 연 것에 대한 지적이다. 

북한이 현송월의 방남 일정을 예고 없이 변경한 것도 국민 정서를 자극했다. 북한은 1월 19일 오전 사전 점검단을 20일에 파견한다고 통보했다. 이후 당일 밤 아무 설명 없이 중지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정부는 항의 한마디 내놓지 못해 북한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를 취했다.

늘 ‘좁은 문’ 선택

여섯 번째 고비는 금강산 합동문화공연 취소다. 북한은 1월 31일 금강산 남북 합동문화공연을 취소한다고 알려왔다. 공연을 닷새 앞둔 시점이었다. 북한은 “남측 언론이 북한의 진정 어린 조치를 모독하는 여론을 확산시키고”라며 우리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부 점검단 조사 결과, 전력 사정이 여의치 않아 공연 장소인 금강산 문화회관을 정상 가동하려면 유류를 가지고 가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유엔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일면서 “북한은 아무것도 안 하는 거냐?” “정부가 북한 내 행사 비용까지 부담하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때도 정부는 좁은 문을 택했다. 북한에 경유를 가지고 가기로 결정하고 유엔의 대북제재 예외로 인정받으려고 시도하면서 미국 정부와 협의를 추진했다. 북한을 설득하거나 거절하기보다 미국을 설득하는 데 더 공을 들이는 패턴 그대로였다. 북한으로서 금강산 합동문화공연은 거북한 행사였을 것이다. 남한 문화가 북한 사회로 전파될 우려가 있었다. 마침 유류 문제가 제기되자 선제적으로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이 또한 마지못해 한 것으로 비쳤다. 

일곱 번째 고비는 만경봉 92호 입항이다. 북한은 당초 경의선 육로로 예술단 본진을 보내기로 정부와 합의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만경봉 92호로 보내겠다고 통보해왔다. 2월 6일 보내겠다면서 2월 4일에 통지문을 보내니 이번에도 비상이 걸렸다. 5·24 조치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5·24 조치는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과 입항을 금지한다. 북한이 굳이 해로를 택한 이유는 이 조치 무력화에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도 정부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다. 예외 조치를 인정하기로 했고 만경봉 92호는 묵호항에 입항했다. 이후 북한은 만경봉호에 대한 식수와 유류 지원까지 요청했다. 정부로서도 또 다른 예외 조치를 취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유류 지원은 유엔 대북제재에 해당하는 사안이었다. 

또 비상이 걸린 정부는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 결과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2월 9일에야 통일부는 국제사회와 협의가 완료되었다며 북한과 제공할 유류의 양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협상에서 이견이 발생했고, 북한은 유류 제공 요청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이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이유로 철회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북한의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애쓰는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 예외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동맹국 부통령을 싫다는데 막무가내로?

여덟 번째 고비는 펜스 미국 부통령의 평창올림픽 리셉션 불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북·미대화의 계기로 만들려고 한 것 같다. 2월 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 때 이미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적극적인 북·미관계 화해의 제스처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정부는 강경했다. 방한한 펜스 미국 부통령은 정부에 “평창올림픽 행사에서 북한 대표단과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반대로 움직였다고 한다. 리셉션장 헤드 테이블에 김영남과 펜스 부통령을 마주 보게 했다. 펜스 부통령은 5분 만에 리셉션장을 떠난 것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진보 성향 매체는 펜스의 외교 결례를 비판했다. 그러나 몇몇 외교 전문가는 “동맹국 부통령이 싫다는 데도 막무가내로 앉히려 한 게 맞다면 원인 제공은 누가 한 것인가? 북한이 원하는 북미대화를 성사시켜주겠다는 조급증으로 인해 한미관계 균열을 일으킨 외교 참사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아홉 번째 고비는 북핵 빠진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접견이다. 문 대통령은 2월 10일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김여정은 문 대통령의 방북을 요청하는 김정은의 구두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의 단초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특사(김여정)와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한 핵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핵이 발등의 불인데도 북한 면전에 싫은 소리는 하지 않는 것으로 비쳤다. 

이런 연장선에서 몇몇 외교안보 전문가는 “비핵화 알맹이 없는 남북정상회담, 대북제재 해제하는 남북정상회담, 한미군사훈련 취소하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는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 대통령은 김여정-김영남을 사흘 새 다섯 번이나 만났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비서실장도 접대에 나섰다.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평창올림픽 때 방한한 어떤 나라 지도자도 이런 환대를 받진 못했다. 김여정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 같은 9차례 고비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는 북한에 굴종한다는 논란을 자초했고,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원래 성향이 그런 것일까, 의욕이 과했던 것일까, 평상심을 잃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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