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호

김용기의 살맛나는 경제

청년일자리 문제의 실마리…대·중소기업 소득 격차 10 : 7로 좁히는 것부터

  • |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ykimatajou@gmail.com

    입력2018-03-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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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29세 청년 고용률 70%에 못 미쳐

    • 취업했어도 태반이 월급 250만 원에 못 미쳐

    •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 없이 청년 일자리 해결 어려워

    • 정부의 재정 여력 십분 활용해야

    청년 일자리 상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있음에도 20~29세 청년 645만 6000명 중 취업자는 368만 9000명으로 고용률이 57.1%에 불과하다(2017년 12월 기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핵심 구직 연령이라 할 25~29세 청년 346만 5000명의 고용률도 68.2%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5%포인트 떨어졌다. 

    청년 전체(15~29세) 실업률은 9.9%로 사상 최고 수준이고, 일종의 ‘체감 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은 무려 21.7%다. 고용보조지표3은 공식 실업자에, 시간관련추가취업가능자와 잠재경제활동인구를 모두 고려한 지표다. 노동의 저활용 상황을 나타낸다.

    TIP

    고용보조지표3 계산식
    실업자+시간관련추가취업가능자+잠재경제활동인구/경제활동인구+잠재경제활동인구×100


    ‘호모고시오패스’의 ‘비계인’ 생활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1월 25일 청와대에서 ‘청년 일자리 대책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정부가 총 21회에 걸쳐 청년고용대책을 마련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과 시장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푸는 데 오랫동안 실패해왔고, 정부의 대책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정부 모든 부처는 전면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단기간에 제시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와 같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야기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갑질’ 근절과 함께 중소기업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 이를 위한 중소기업의 혁신이 전제되지 않는 한 청년들은 중소기업 일자리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공감대가 실재하는 몇 안 되는 이슈고, 그 과정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점 때문에 대통령의 이번 청년 일자리 문제 제기는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얼마 전 EBS는 다큐멘터리 ‘퇴사하고 오겠습니다’를 방영했다. 다큐에서는 청년들의 구직 노력, 그리고 입사 직후 벌어지는 퇴사 현상을 다뤘다. 여기에 구직의 어려움과 관련한 많은 신조어를 소개하는데, 이에 따르면 ‘공취생(공무원과 일반 기업을 가리지 않고 취업을 위해 애쓰는 청년)’의 상당수는 이제 ‘호모고시오패스(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예민해지는 청년)’로 변모했거나 ‘호모스펙타쿠스(취업 불안감에 끊임없이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청년)’가 되었다. 청년들은 ‘비계인(비정규직과 계약직, 인턴을 반복하는 청년)’ 생활을 전전하며 이 중 일부만이 비로소 ‘취업인류(취업을 해야 인류로 진화한다는 뜻)’로 거듭난다. 

    2017년 말 발간된 통계청의 ‘2016년 기준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의하면 2016년 청년 일자리는 2015년 대비 오히려 줄어들었다. 20~29세의 일자리는 1만 개, 30~39세의 일자리는 무려 15만 개나 줄었다. 40대 일자리도 6만 개 감소했다. 반면 50대 일자리는 16만 개, 60대 이상 일자리는 28만 개나 증가했다(그림1 참조). 

    겨우 일자리를 구했어도 청년들의 소득은 보잘것없다. 29세 이하 취업자 중 36.5%의 월 소득이 150만~250만 원 미만에 머문다. 85만 원 미만도 23.6%나 된다. 4명 중 1명은 시간제 알바를 뛰고 있다는 얘기다. 85만~150만 원 미만 소득자도 16.9%다. 결국 29세 이하 청년 77%의 월 소득이 250만 원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청년 일자리 문제의 원인을 인구구조 변화에서 찾는 주장이 늘고 있다. 2021년까지 핵심 구직 청년층인 25~29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제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2016년 12월 통계청이 공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991년생이 만 25세가 되는 2016년 328만 명이던 25~29세 인구는 2017년에 9만 명이 늘고, 2018년에는 2016년 대비 20만 명이 증가한다. 그리고 2021년(1996년생이 25세가 되는 해)에는 39만 명이 증가해 모두 367만 명에 이르게 된다.

    ‘에코붐 세대’만 넘기면 된다?

    2021년 이후 25~29세 인구는 반대의 추세를 나타내게 된다. 2022년에는 4만 명, 2023년에는 11만 명이 감소하고 이후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져 2030년의 25~29세 인구는 262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2021년 대비 무려 105만 명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에코붐 세대의 노동시장 진입이 최근 청년 일자리 문제를 심각하게 만든 원인이며, 이러한 어려움이 2021년을 지나면서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구조가 청년 일자리 문제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건 아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는 25~29세 인구가 400만 명이 넘은 적이 있다. 1985년 407만 명이던 25~29세 인구는 1990년에는 433만3000명까지 늘어났다. 1995년에는 413만 8000명이었고, 2000년에도 409만 7000명으로 400만 명을 초과했다. 지금보다 무려 100만 명이나 많았지만, 1990년대 청년들의 평균 실업률은 5.5%였다. N포세대(주거·취업·결혼·출산 등 인생의 많은 것을 포기하는 20,30대 청년층)니 비계인이니 하는 말은 없었다. 

    청년이 선택하고 싶은 좋은 일자리가 빠르게 줄고 있다. 2016년 기준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대기업 일자리는 전년 대비 9만 개나 감소했다. 일자리의 감소는 신규 채용을 줄이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비영리기업의 일자리도 2만 개 줄었다. 중소기업 일자리만 32만 개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22만 개 일자리가 증가했다.

    대기업 일자리, 9만 개나 줄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정보 게시판. 2017년 12월 기준 20~29세 청년 고용률은 57.1%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뉴시스]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정보 게시판. 2017년 12월 기준 20~29세 청년 고용률은 57.1%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뉴시스]

    늘어난 일자리 중 임금근로자 일자리는 8만 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4만 개는 비임금 일자리였다. 즉 취업이 되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준비한 생계형 자영업 일자리만 증가했단 얘기다.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는 제조업 일자리는 476만 개로 전년 대비 14만 개 줄었다. 반면 임금 수준이 낮은 도소매업, 건설업, 보건업, 숙박 및 음식점업 일자리가 늘어났다. 

    2017년 일자리행정통계가 공표되는 올해 말이 되면 분명해지겠지만, 2017년의 경제성장이 고용유발계수가 낮은 반도체 투자 중심, 그리고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더욱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2017년 대기업 일자리 상황은 2016년보다 더욱 나빠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수출의 해외 부가가치 유출 비율이 높은 나라다. 일례로 2011년 수출에서 해외로 부가가치가 유출된 비율은 41.6%로 세계 평균(24.2%)의 두 배에 달했다. ‘골다공증 수출’이다. 2000년만 하더라도 29.7%이던 이 비율이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글로벌 가치사슬 전략을 공격적으로 구사한 결과다. 다른 나라 수출 제조기업에 비해 한국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해외로 공장을 이전한 결과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고용 안정성은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매우 낮다. 평균 근속기간이 대기업은 6.9년, 비영리기업은 7.9년이다. 중소기업은 4.3년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 근속기간 3년 미만이 56%로 절반이 넘고, 20년 이상 근속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 중 7%에 불과하다. 

    과거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은 청년이 자신의 눈높이보다 낮은 중소기업에 취업하도록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소기업 취업자에게 현금 보상을 하는 방식이었다.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는 고리타분한 발상보다야 진전된 것이지만 이 또한 효력을 거두진 못했다. 

    청년은 첫 취업에서 평생직장을 택하려 한다. 임금이 다소 높더라도 3D 일자리를 피하고, 중소기업 정규직보다는 대기업 비정규직을 선호한다. 재벌보다 일부 중소기업 사장들의 ‘꼰대질’이 만만치 않다고 여긴다. 대기업 취업을 노리고 졸업을 미루며 대기하는 이유도, 그쪽으로 가야 일생을 통해 얻는 ‘생애소득’이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외면받는 청년 일자리 대책

    ‘청년내일채움공제제도’에 따르면 34세 이하 청년이 중소·중견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해 2년간 300만 원(매월 12만 5000원)을 적립하면 정부가 취업지원금 900만 원을, 기업이 400만 원을 적립해준다. 기업이 적립한다고 하지만 사실 기업은 정부로부터 700만 원을 받아 이 중 300만 원을 자사가 사용하고 취업 청년에게 400만 원을 지원하는 형태다. 즉 중소·중견기업 취업 청년은 2년 후 1600만 원과 그 이자를 받게 되는 셈인데, 2017년 3월 현재 이 제도에 참여한 청년 숫자는 1만 3838명에 불과하다. 

    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한다는 명목으로 대학이나 대학원에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고등학교에는 마이스터 양성 과정을 둬서 학교와 기업을 연결하려 하지만, 이 또한 정부 예산의 낭비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년취업성공패키지’는 심화되는 청년 고용 문제를 완화하고자 18~34세 청년층을 대상으로 ‘진단 및 상담→의욕증진 및 능력개발→알선’에 이르는 취업의 전 과정을 통합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복지로 청년 일자리를 찾아주는 제도다. 최장 1년 동안 프로그램 참여 수당(최대 20만 원), 훈련수당(최대 40만 원), 취업알선실비(최대 6만 원)를 지급하는 등 구직 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가고 싶은 일자리가 한정돼 있다는 점에서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중견 및 대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야 한다. 2016년 대기업의 월평균 소득은 474만 원이고 중위소득은 413만 원인 데 반해, 중소기업의 평균소득은 224만 원, 중위소득은 180만 원에 불과하다.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평균소득에서 100:47, 중위소득에서 100:43.5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행 중인 정책 중 눈여겨볼 제도는 ‘중소기업 성과공유제’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임금 또는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업주와 근로자 간에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다(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 제27조의 2). 좁게는 중소기업과 근로자 간 성과공유제이고, 넓게는 대기업이 협력기업 근로자의 임금 또는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해 성과를 공유하는 제도다. 

    후자의 성과공유제가 바람직하지만, 이 또한 중소기업의 혁신과 생산성이 뒷받침된, 대등한 대·중소 간 관계에서만 지속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시혜적이고 일회적인 성과 공유로는 청년을 중소기업으로 유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재정의 적극적 역할, 중기적으로는 대·중소기업 간 관계 개선과 연대임금제,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 혁신 역량의 제고가 필요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IMF가 권고하는 것처럼 재정 여력이 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나라다. 재정 여력은 현 국가채무 수준(GDP 대비 채무비율)과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초래하는 국가채무 한계 수준의 차이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재정을 확대할 여유가 크다. IMF 조사국의 오스트리 부국장은 2015년 한국과의 정례협의를 통해 한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재정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구조조정,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등 구조개혁의 효율성과 이를 가능케 하는 정치·사회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연대’를 향해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은 단기적으로 유용한 정책이다. 지난해 추경과 2018년 본예산을 계기로 올해부터 소방·안전·국방(부사관) 서비스를 중심으로 연간 3만 개가량의 추가적인 공공부문 일자리 공급이 향후 5년간 이뤄질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 중앙 및 지방직 공무원의 자연 퇴직분 5만~6만 명을 합친다면 연간 최대 9만 명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돼 숨 막히는 청년 일자리 상황을 다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 수준의 현실화와 공공부문이 선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또한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동일업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평균소득과 중위소득의 격차가 100 : 70 이상으로 좁혀져야 한다. 하지만 1970년대 이래 심화되어온 대기업 중심 불균형성장의 구조가 몇 개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2,3년 내에 바뀔 것으로 기대해선 안 될 것이다. 저성장과 불평등을 야기한 낡은 경제 구조를 전환하는 노력은 저항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가계소득 확대와 내수 역량 강화를 통한 소상공인의 영업환경 개선, 대·중소기업 간, 가맹본사와 가맹점주 간 불공정 관계 개선, 임대료 부담 완화 등 제도적 해결책과 함께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를 넘어선 연대임금제 도입, 근로시간의 획기적인 감축과 일터에서의 노·사 간 혁신 노력, 궁극적으로는 노사정 대타협을 통한 한국경제·사회의 새로운 균형 찾기 등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양보와 타협의 노력이 계속돼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의 재정 여력은 사회 및 혁신 안전망을 제공하는 형태로 양보와 타협을 촉진시킬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김용기
    ● 1960년 강원 거진 출생
    ● 영국 런던정경대(LSE) 석사(경제학), 동 대학원 박사(국제정치경제학·금융)
    ●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 現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 저서 : ‘한국경제가 사라진다’ ‘한국경제 20년의 재조명’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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