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A는 타인의 뒷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B는 타인의 뒷모습을 보면 기분이 울적해진다
A는 타인의 뒷모습을 보면
계속 보려고 걸음을 늦춘다
B는 타인의 뒷모습을 보면
얼른 지나치려고 걸음을 재촉한다
인적 없는 숲 속이나 강변이 아니라면
노인, 뚱보, 사색가, 몽상가
혹은 다리가 짧은 이
그런 느림보들이 어김없이 둘 앞에 나타난다
둘은 함께 산책을 끝내는 데 늘 실패한다
둘은 점점 멀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A가 B에게 말한다
하여간 느림보들의 등짝이 문제라니까!
B가 A에게 묻는다
정말 그럴까?
정말 그게 우리가
다른 시간에 다른 열쇠로 다른 현관문을 여는 이유일까?
심보선
● 1970년 서울 출생●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눈앞에 없는 사람’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등 출간
●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로 제 1회 김종삼 시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