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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의 사회적 가치 리포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더블 보텀 라인 전략

“사회적 가치 추구로 블루 오션 창출”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더블 보텀 라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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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월 8일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2월 8일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SK그룹 제공]

SK의 변신이 놀랍다. 수년간 사회적 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차별화된 사회공헌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이제는 사회공헌을 넘어 더 큰 차원의 기업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른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DBL) 전략이다. 그 정점에는 최태원 회장이 있다. 최 회장은 2014년 옥중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담은 책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펴내기도 했다.

기업도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2월 8일 최 회장은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2018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했다. 그는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라며 “기업이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용학 연세대 총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의 대담에서 최 회장은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방향을 설명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이하 김):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고, 사회적 가치는 시민사회에서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 회장은 DBL을 주장하고 이론 활동도 열심히 하신다. 근본적으로 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하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하 최): 새로운 시장(블루 오션)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많은 비즈니스가 성장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돈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같이 해결해보자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환경을 개척해나가자는 것이다. 

: 경제적 가치라는 것은 이윤이나 돈으로 표현되는데,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는지는 여전히 난제다. 뭐가 제일 어렵고, 어떻게 해결하는가. 



: 사람마다 지역마다 사회적 가치를 느끼는 정도가 다 달라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기업회계 시스템도 200년 전에는 지역별로 통일된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동일 시스템을 이용한다. 시간까지도 가치를 측정하는 파생상품 시장(선물)이 있다. 사회적 가치도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단기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저희 후손한테는 확실히 측정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은 “청년들이여 스마트만 추구하지 말고, 위즈덤(wisdom·지혜)을 추구하라”고 했는데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걸맞은 인재는 어떻게 길러내야 하나.


‘실패 경험도 소중’

: 현재까지 SK임직원은 경제적 가치 추구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사회적 가치를 잘 추구하는 구성원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 가치가 같이 잘 섞여야 한다. 그래서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해보는데 이런 일을 하는 분들은 우리에게 귀한 분들이다. 설사 실패한 경험도 우리에겐 소중하다. 

: 대학도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교육해야 한다. 윤리적 소비 개념이 등장했다. 비행기 값에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를 심는 가격이 포함되고 (윤리적 제품이라면) 비싸도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SK도 이런 소비자가 많아지는 것이 SK의 장기적 기업 이익 추구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기업은 혁신을 통해 사회를 리드해가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사회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곧 유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게 곧 새로운 기회다. 가치를 느낀다는 건 시장이 곧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먼저 잡아야 성공한다. 세상은 이미 그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시장이 만들어지는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앞서 2월 1일 최 회장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사회공헌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계열사별로 선임된 책임자들과 함께 사회적 가치 창출 방안과 일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SK 관계자는 “1일 워크숍은 결론을 내는 자리는 아니었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며 “사회적 가치의 개념과 방향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장기적 관점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격의 없이 토론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특히 올해 상반기 안으로 계열사별로 회사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분야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지 지표를 만들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DBL 회계 시스템이다.

SK하이닉스 사회적 가치 시범 측정

이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측정 기준을 마련해 사회적 가치를 시범 측정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1~3분기 기준 SK하이닉스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5조 152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거둔 당기순이익 7조 4220억 원의 약 69% 수준이다. 측정에 활용한 지표는 △생산 공정 및 제품 사용 시 온실가스 감축량 △협력사 금융·기술·교육 지원 등 동반성장 활동 △사회적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구매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조성된 사회공헌 금액 △법인세·임금·배당 등 사회 환원 금액 등이다. 

SK그룹은 또 사회적 기업 지원에서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와 회계 시스템을 만들고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해오고 있다. 2016년 100억 원 상당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44개 사회적 기업에 30억 원을, 2017년 200억 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93개 기업에 50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했다. 

이렇듯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창출 전략은 다른 기업을 압도하고 있다. 전개 방식도 최고위층에서 아래로 확산되는 ‘톱다운’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사실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긴 하다. 

하지만 임직원들의 고민도 깊다. 이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경제적 성과를 기다리기 힘들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돈 버는 것보다 착한 일 하는 것이 기업에 더 큰 기여를 한다는 생각을 갖기가 쉽지 않다”며 “회장님의 철학을 따라가기가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생기는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최 회장이 얼마나 헤아리고 섬세하게 대처하느냐가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 전략을 성공시키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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