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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무현 참모’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진보정권 20년 집권’은 헛소리”

  •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노무현 참모’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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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남북단일팀 이번엔 정부가 잘못
    ● 국회 존중 노력 상당히 부족
    ● 촛불민심 보호해 지지율 유지
    ● 文, ‘제도권 정치’ 혐오 참모들 말 많이 듣는 건 아닌지 걱정
정가엔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는 정객이 더러 있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건 쉽지만 자기 진영을 비판하는 건 그렇지 않다. 상당한 내부 정보와 용기, 사명감이 필요하다. 원로 정치인이 자신과 정치색이 비슷한,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해 직언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서슬 퍼런 정권 초기엔 더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반 ‘정권 수족관’의 메기 역할을 하는 인물은 유인태(70) 전 의원이다. 3선이고, 문재인 정부의 뿌리인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컷오프 대상에 포함되자 “19대 국회가 마지막이라 생각했고 그동안 당이 어려워서 물러나지 못했다”며 ‘쿨’ 하게 승복했다. 그때 컷오프에 반발한 일부 중진은 구제돼 20대 국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2월 8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유 전 의원을 만났다. 이날 저녁 강원도 강릉아트센터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공연했다. 그다음 날엔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김정은 위원장 동생)이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으로 방한했다. 

유 전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해서 외교·안보에도 정통하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논란에 대해 “대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무조건 따라오라’고 강요하면 문제가 있다. 이번엔 정부가 잘못했다”고 일침을 날렸다.

“MB,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 해”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이 참가한 걸 계기로 남북대화에 숨통이 트일까요. (김여정은 2월 10일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 



“‘키’는 미국이 쥐고 있지 않나요? 북한이 어떻게 하든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봐요. 당장 오늘 평양에서 열병식이 열린다고 하니. 과거 제네바 북핵 합의도 부시 정부가 들어와서 파기해버렸지 않습니까. 어떻게 보면 우리가 딱한 처지죠.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그래도 어쨌든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남북대화의) 활로는 될 수 있겠죠.” 

내일(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엔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참석합니다. 적폐청산-정치보복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쪽에서 뒤지려고 그런 게 아니라 터져 나온 거라고 봐야죠. 검찰이 과거 진보 정권 때 일은 왜 뒤지지 않느냐고 하는데, 뒤져봐야 나올 게 없기 때문 아니겠어요?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엔 초반 강금실 법무장관 임명 때부터 검찰과 틀어져 긴장관계였죠. 당시 터질 건 다 터졌어요. 정권과 관련돼 있다고 뭘 덮고 그런 건 하나도 없었다고 봐요.” 

MB는 자신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 하는데요. 

“전직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품격을 갖춰야 했는데. 지금 일어나는 일을 정치보복이라고만 주장하면 본인만 더 추해지고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어요. 저는 이미 30년 전부터 (MB 주변의 일들을) 잘 알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유 전 의원은 MB의 처남으로 다스 실소유주 논란의 한쪽 당사자인 고(故) 김재정 씨와 교분을 나눈 인연, 그때 알게 된 김씨와 MB의 사업상 관계를 상세히 설명한 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일인데 MB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차라리 깨끗하게 인정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MB의 ‘정치보복’ 주장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건 과했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거론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검찰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것 같은 표현을 썼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사실 보수, 진보를 떠나 비주류가 집권하면 기득권의 갑질 행태가 얼마나 셉니까. 보수언론, 검찰, 재벌…. 제가 보기엔 그게 한국 사회의 문제죠. 이런 상황에서 비주류가 정권을 잡았다고 주류에 속해 있는 검찰을 통제할 수 있겠어요? 상식적으로 안 되는 거죠. 노무현 정부 때 권력 비리를 덮을 수 없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죠.”

김대중 정부 국정원장 특활비로…

2003년 11월 6일 청와대 본관을 나서고 있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과 유인태 정무수석.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2003년 11월 6일 청와대 본관을 나서고 있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과 유인태 정무수석. [박경모 동아일보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혐의가 추가됐는데, 노무현 정부 때는 어땠나요. 

“국정원 특활비를 갖다 쓰지 않은 건 물론이고, 청와대 특활비도 사용 내역을 전부 기록해뒀어요. (1급) 비서관에게 월 100만 원, (차관급) 수석비서관에게 직무에 따라서 월 300만~500만 원 정도 나왔는데, 그건 청와대 특활비니까 쓸 수 있는 돈이죠. 그것조차 다 기록했어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나요?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물어보니 다 보냈다고 하더군요. 현찰로 받아 외부 사람들과 밥 먹으면 누구랑, 얼마어치를 먹었는지 다 기록해 총무비서관실로 제출했고, 그걸 국가기록원에 넘긴 거죠.” 

노무현 정부 전임인 김대중 정부 시절엔 국정원 특활비가 청와대로 갔을까요? 

“청와대는 잘 모르겠지만, 국정원장이 자기 특활비로 여기저기 격려금조로 주는 돈은 있었던 것 같아요. 고영구 원장(노무현 정부 초대 국정원장)에게 들었는데, 본인이 가서 싹 없앴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노무현 정부 들어 정부 각 부처의 특활비 규모도 확 줄었죠. 특활비뿐이 아니고, 각 부처 사이에서도 외국 여행 갈 때나 명절 때 격려금 주고받고 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그때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뿌리를 둔다. “현 정부의 핵심 인물군 중 노무현 정부 출신이 절반을 넘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문 정부와 노 정부 사이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문재인-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출발 선상부터 다르죠. 노무현 정부의 경우 우리나라 주류 세력이 처음부터 대통령으로 인정도 안 했어요. 정권과 언론의 허니문이니 하는 게 있었나요? 임기 시작 며칠 뒤부터 주변 참모들이 지방 가서 술 한잔 얻어먹은 일까지 파헤쳤지 않습니까. 금도를 넘고 상식을 벗어날 정도였지요.” 

문재인 정부는 촛불민심이 뒤를 받쳐주니 출발이 좋은 셈이네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뜩이나 저돌적인 성격인 데다 기득권 세력이 워낙 심하게 저항하니 처음부터 춘추관(청와대 기자실)에 대통령 본인이 직접 가서 들이박고 그랬던 거죠. 거기에 비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원래 상당히 안정형이에요. 개인 스타일이 그래요. 노무현 정부가 그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정부는 잘될 거라고 보는데.” 

문 대통령이 초반 분위기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보나요. 

“정국이 여소야대인데, 이런 여건에서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기반은 아주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여소야대 상황에 맞게 정책을 추진해야 할 텐데. 그게 잘 안 돼서 볼멘소리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건 이유가 있는 거죠.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야당 당사를 찾고 청와대로 야당 원내대표를 초대하고 했는데, 그걸로 끝이죠. 더 이상 없어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 회동을 거부하는데요. 

“물론 홍준표 대표가 상식에 맞지 않게 처신하는 점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득해서 만나고 좀 과한 말을 해도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그렇게 해야 명분이 있는 거죠.”

‘미국의 이상한 대통령과 맞붙진 않을까’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하는 점을 꼽는다면. 

“잘하고 있는 건 촛불에서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든지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는 거겠죠. 아직까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건 여러 가지로 안보가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신뢰를 줬기 때문 아닐까요. ‘혹시 미국의 저 이상한 대통령과 맞붙진 않을까’ 이런 점을 걱정했지만 그래도 뭐 현재까진 그나마 지혜를 좀 발휘해 이만큼이라도 관리를 해온 거죠.” 

반대로 가장 잘못하고 있는 건 뭔가요. 

“우리는 대의민주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니 국회를 존중해야 합니다. 여기에 의문이 있어요. 국민통합을 이루거나, 정책을 추진하려고 해도 국회 동의 없이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그런 노력이 상당히 부족해요. 자꾸 ‘국민들만 보고 가겠다’고 하는데, 그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어요. 국회는 국민이 선출한 국민대표기관이기도 해요. 그런 인식이 모자라는 게 가장 우려스럽고 현재까지는 가장 못한 점이죠.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경험이 없고 ‘제도권’ 정치를 혐오하는 참모들의 말을 많이 듣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유 전 의원은 유신정권 시절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4년 5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한 뒤 1978년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2012년 1월 말 재심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원조 운동권’ 출신인 그는 전대협을 비롯한 학생운동권 출신이 청와대를 장악한 현실을 어떻게 볼까.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운동권 출신으로 주로 채워져 편향성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한병도 정무수석과는 가끔 통화해요. 한 수석은 제 후임 정무수석이나 마찬가지죠.(노무현 정부에선 초대 유인태 수석을 끝으로 정무수석 제도가 없어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무수석은 전병헌 수석이었으나 짧게 끝났다) 그래서 ‘내가 전임자다’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해주죠. 임종석 비서실장은 그 또래 중에서 상대적으로 좀 보수적입니다. 참모진 중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시각을 본인도 갖고 있는 것 같고. 임 실장이나 한 수석이 과거 전력 때문에 급진적이거나 과격할 거라고 예단하는 건 실상을 잘 모르기 때문이죠.”

“쓸데없는 이야기”

최근에 북콘서트를 연 양정철 전 비서관이 비선 실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초기 인사 과정 등에서 양정철에게 어느 정도 발언권은 있었을 거라고 봐요. 그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 현장에서 멀어지면, 그런 역할을 실제로 하기가 어렵죠. 초기 인사 개입은 있었겠지만 앞으로 현장을 벗어나면 점점 그 일이 어려워질 겁니다.” 

최근 여권에서 ‘진보정권 20년 장기집권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유 전 의원은 “그런 헛소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건 국민이 선택해주면 하는 거고,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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