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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위기의 암호화폐

정신과전문의가 분석한 비트코인 열풍

“‘도박 중독’ 유전자와 불안 사회 합작품”

  • |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신경인류학자 hansonpark@snu.ac.kr

정신과전문의가 분석한 비트코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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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쉬움과 후회 만드는 ‘반사실적 사고 경향’
    ● 인간의 상상력이 내린 벌 ‘아포페니아’
    ● 올라도 불안, 떨어져도 불안 ‘포모-퍼드 주기’
    ● ‘마음 이론’으로 본 ‘다함께 가즈아!’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몇 년 전에 비트코인을 1만 원어치만 사둘걸” 

아마 많은 사람이 이런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5년 사이에 약 2만 배 뛰었다. 당시에 1만 원만 투자했다면 1월 말 현재 2억 원이다. 만약 7년 전에 1만 원어치를 샀다면 현재는 75억 원이다. 일약 갑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이러한 한탄은 아무리 해도 소용없다. 5년 전에는 비트코인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비트코인의 가치가 이렇게 많이 오르리라고 생각한 사람도 없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후회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후회를 하도록 설계돼 있다. ‘…할걸, …했었더라면’ 하는 반추능력이 없으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진화했다. 대략 4~7세경 반추 능력이 발달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진짜 ‘현실’과 ‘있을 수 있는 현실’을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이 가진 독특한 인지 능력이다. 

예를 들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선물로 거대한 인형의 집을 원한 아이가 있다고 해보자. 크리스마스 날 아침 포장을 열어보니 실망스럽게도 선물은 동화책 두 권이었다. 안 그래도 산타클로스의 존재가 미심쩍은 아이라면 당장 아빠에게 달려가 따질 것이다. 이 따위 동화책은 당장 가져가고 대신 인형의 집을 달라고 말이다. 아빠는 분명한 현실이고 산타클로스는 ‘의심스러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지난 1년간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반성하는 쪽을 택한다. ‘내가 동생에게 더 착하게 했더라면…’ 하며 후회하는 것이다. 아빠에게 따져봐야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선물이 수정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하지만 산타를 흡족하게 한다면 집채만 한 인형의 집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상상 속 존재와 현실의 인물을 구분할 수 있는 나이가 돼도 산타클로스에 대한 믿음이 꽤 오래 지속되는 이유다.

인간은 왜 비이성적 후회에 빠질까

2017년 12월  21일 오후 여의도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블록스를 찾은 투자자가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2017년 12월 21일 오후 여의도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블록스를 찾은 투자자가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5년 전 비트코인을 조금이라도 사두면 좋았을 텐데’ 하는 식의 후회를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 경향’이라고 한다. 물론 그런 후회를 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최저임금이라도 받는 편이 현실적으로는 이익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아주 적고, 비트코인이 줄 수 있는 이익은 막대하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여전히 산타클로스를 믿고 있는 셈이다. 

심리학자 닐 로제와 제임스 올슨에 의하면 반사실적 사고는 다음의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일이 지금과 다르게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생각
2) 지금의 결과를 유발한 ‘결정 시점’에 대한 인과적 귀인
3)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과장된 인식 편향 

다시 말해서 1) 나는 비트코인을 사서 부자가 될 수도 있었으며, 2) 5년 전에 깜박 실수로 구입하지 못했을 뿐이고, 3) 당시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을 예견할 수도 있었다는 식의 후회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2012년에는 비트코인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 설령 들어봤다 하더라도 어떻게 사는 것인지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채굴이든 매입이든 비트코인을 확보할 방법을 찾으려고 귀한 시간과 ‘거금’ 1만 원을 투자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길에서 공돈을 주웠다고 하더라도 비트코인 대신 호빵을 사 먹지 않았겠는가. 

‘아무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지 못했을 때 왜 비트코인을 사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처럼 모순된 말도 없다. 아무도 몰랐으니 나도 몰랐던 것이다. 누가 비트코인을 사라며 등을 떠밀었음에도 애써 거부한 것이 아니다. 후회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이 의식적으로 저지르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후회 회로가 작동한다. 불가항력적인 교통사고를 당해도 ‘오늘 차를 가지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하면서 비현실적 후회를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반사실적 인지 경향이 낳은 씁쓸한 광경이다. 

자, 이제 아무도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지 못했을 때 당신만 알아채 구입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은 일단 접어두자. 비트코인 열풍이 매스컴을 도배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투자 행렬에 동참했다. 비단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튤립 파동을 비롯해 인류의 역사는 투기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아포페니아(Apophenia)라는 현상이 있다. 클라우스 콘라드라는 정신과 의사가 제안한 용어로, 처음엔 조현병의 초기 증상을 지칭했다. 이후 보통 사람도 이러한 경향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포페니아의 정의는 대략 이렇다. 

‘비정상적 의미와 특정한 감정을 동반하는 비동기적 관계 인지 경향.’ 

즉 아무런 관련 없는 현상이나 패턴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증상을 뜻한다. 예를 들면 일요일에 몇 번 복권이 당첨되면 일요일에만 복권을 사려고 하는 믿음 같은 것이다.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해서 어떤 현상에라도 제멋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 차트를 보면서 말도 안 되는 분석을 하고 이를 근거로 ‘가즈아’를 외치는 일은 일확천금에 대한 강렬한 소망이 인간의 패턴 인지 능력과 결합해 ‘감정적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포페니아는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작곡할 때는 아주 유용한 능력일 수 있다. 하지만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투자와는 전혀 걸맞지 않은 인지 경향이다. 지난 몇 주 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했으니 앞으로도 상승 패턴을 그릴 것이라는 예측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도박에 처음 빠진 사람이 초반에 몇 번 돈을 따면 전 재산을 ‘올인’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인간은 왜 이런 무모한 투자를 하는 것일까. 역설적인 말이지만 터무니없는 투자일수록 큰 쾌락을 주는 경향이 있어서다. 이는 특히 남성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적응적 경향이다. 진화적 적응 환경 내에서 위험 추구 행위는 집단 내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가끔 큰 보상을 가져오기도 했다. 수렵채집 환경에서 살던 우리 조상의 개체 적합도를 크게 향상시켰을 것이다. 

예를 들어 거대한 코뿔소를 사냥한다고 가정해보자. 아주 위험하지만 성공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부족 내에서 지위가 높아지고, 모든 이성이 그를 선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이런 터무니없는 사냥감을 잡으러 나설 때 오히려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진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우리 뇌는 ‘낮은 확률’에 도전할 때 더 큰 쾌락을 느끼도록 설계된 것이다. 

사실 투자자들의 주된 걱정은 손해를 볼 것 같다는 우려가 아니다. 다른 사람은 큰 수익을 올리는데 나만 소외될까 싶은 불안이다. 아마 이런 불안감은 코뿔소 사냥을 나갈 때 전 부족원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가즈아’를 외치며 돌격하도록 해줬을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유리한 형질이었지만 현대사회에 맞지 않는 것을 불일치 가설(Mismatch hypothesis) 또는 게놈 지연 가설(genome lag hypothesis)이라고 한다. 게놈 지연 가설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도박 중독’이다.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일부 사람은 선사시대에 태어났다면 분명 코뿔소 사냥에 나섰을 것이다.

최선의 선택 위한 전략적 사고

인간에게 반사실적 사고, 아포페니아, 위험 추구 경향 등이 있다고 하자. 동시에 우리는 그런 부분을 통제할 이성도 갖고 있다. 그런데 아직 통화 기능도 부족한 비트코인 가치가 수만 배나 상승하고, 하루에도 몇 배씩 가격이 올랐다가 갑자기 반값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건 좀 이상하지 않나. 

이른바 ‘포모-퍼드 주기’를 알면 이런 현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는 가격 상승기에 모두 돈을 버는데 혼자만 뒤처질 것 같은 불안, 퍼드(FUD·Fear, Uncertainty, and Doubt)는 가격이 갑자기 떨어질 것 같은 불안을 각각 의미한다. 예를 들어보자.

철수는 남들이 모두 한다고 하기에 500만 원짜리 적금을 깨서 비트코인을 샀다. 처음에 가격이 두 배나 오르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만 가면 은행 대출도 금세 갚고, 곧 부자가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가격이 떨어질까 걱정이 돼 절반을 팔았다. 그래도 500만 원 이상 이익을 본 셈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이 되니 가격이 다시 두 배가 올랐다. ‘팔지 않고 그냥 두었으면 1000만 원을 더 벌었을 텐데…’ 아쉬움을 느꼈다. 다음 날이 되자 가격은 다시 두 배가 됐고 관련 게시판에 수억 원을 벌었다는 사람이 속출했다. 이러다가 자신만 돈을 못 버는 게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었다. 철수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5000만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평생 해본 적 없는 과감한 투자였다. 이제 철수의 불안은 점점 심해졌다. 가격이 조금 떨어지면 전 재산을 날릴 것 같은 불안이 엄습했다(퍼드). 가격이 오르면 진작 더 많이 사두지 못했다는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다(포모). 적당히 이익을 얻었으니 다 팔고 끝내자는 마음이 들었다(퍼드). 하지만 내일 더 오르면 자신만 소외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포모). 포모-퍼드 주기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인간은 현실 세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크게 세 가지 전략에 의존한다. 첫 번째 전략은 이른바 ‘충분히 만족스러운 해결책’ 전략이다. 대충 목표한 수준의 만족감을 얻으면 다른 선택지를 찾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략적인 경험칙’ 전략이다. 기존 경험에 비추어 늘 하던 대로 선택하는 전략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수준의 전략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도미를 한 마리 구입한다고 해보자. 10만 원 내에서 적당히 싱싱한 도미를 찾으면 바로 집에 돌아올 수도 있고, 경험상 믿음직한 점포를 하나 확보해 매번 그곳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각각 ‘충분히 만족스러운 해결책’ 전략과 ‘대략적인 경험칙’ 전략이다. 

하지만 수백 개의 점포를 모두 돌아보고, 도미 수천 마리를 모두 확인해 최적의 도미를 최저 가격으로 구입하겠다고 마음먹을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데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이것이 가능해졌다. 그러면서 과거에 없던 불안이 생겨났다. 자신이 구입한 것보다 10원이라도 더 저렴한 제품을 찾으면 고통스러워지는 것이다. 최적의 선택을 못 할까 두려워 아예 결정을 미루는 경향을 따로 포보(FOBO·Fear of Better Option)라고 하기도 한다.

급등-폭락 부르는 ‘포모-퍼드 주기’

일은 하지 않고 비트코인 시세에만 골몰하는 사람이 많아 ‘비트코인 좀비’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일은 하지 않고 비트코인 시세에만 골몰하는 사람이 많아 ‘비트코인 좀비’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장승윤 동아일보 기자]

포모-퍼드 주기 현상은 이 세 번째 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자신이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 하고, 이를 통해 극대화된 이익을 얻으려는 경향이다. 이를 가진 사람은 가격이 올라도 더 오를 수 있으므로 팔지 못하고, 가격이 내려도 다시 오를까 봐 팔지 못한다. 극한까지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심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번 포모-퍼드 주기가 시작되면 매도 없는 매입이 이어진다. 따라서 가격이 계속 오르는데, 이러한 급등기에 포모의 불안을 이기고 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어느 순간 거품이 터지면 포모-퍼드 주기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이때는 매입 없는 매도만 발생한다. 나만 발을 빼지 못할까 두려워 헐값에라도 매도에 나선다(포모). 아무리 가격이 떨어져도 더 떨어질까 두려워 매수하지 못한다(퍼드). 이 단계에 들어서면 끝없이 급등하던 가격이 끝없이 급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최근의 ‘비트코인 사태’에서 주목할 만한 심리적 현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투자자들 사이의 강한 결속력이다. 이는 피라미드 사기 등에서도 종종 관찰되는데, 뚜렷한 기획세력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비트코인과 기타 암호화폐의 신봉자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일종의 동질적인 정체성을 확인하고 편향된 정보와 믿음을 서로에게 제공한다. 도대체 암호화폐 투자에 무슨 거룩한 명분이 있다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 사이에서 강한 결속감이 생겨나는 것일까. 

2015년경 흥미로운 연구가 하나 발표됐다. ‘뉴로사이콜로지카’라는 학술지에 ‘복내측 전전두엽 손상이 잠재적 이득과 손해에 대한 상대적 위험 내성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는데, 금융 거품의 형성은 인간 뇌의 결함과 직접 관련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복내측 전전두엽(VMPFC·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은 이마 안쪽에 있는 뇌의 영역이다. 주로 도덕적 판단이나 공감 등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뇌의 이 영역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도와 생각, 감정 상태 등을 읽어낸다. 이러한 공감 능력을 흔히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하며,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아주 독특한 인지 능력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며 마음 아파하고, 코미디언의 중의적 개그에 웃음을 터트릴 수 있는 것은 바로 복내측 전전두엽 덕분이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이 영역의 활동 증가가 금융 거품 형성과 관련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더 위험한 거품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모두 서로의 믿음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감 능력이 강한 사람들이 서로의 확신을 강화해가면서 금융 버블을 만든다는 것이다. 집단적 믿음은 가격을 올리고, 가격 상승은 그 믿음을 확고하게 만든다. 이를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신앙에 가까운 현상이다. 

연구자들은 투자자의 전전두엽 활성도를 측정해 금융 현상의 거품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렇게 복잡한 방법을 쓸 필요가 없다. 게시판에 끝없이 달리는 자기 암시적 댓글만 봐도 현 사태가 최소한 ‘정신의학적 측면에서는’ 확실한 거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공감 능력에 기반을 둔 축제는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실은 가격을 무한정 올릴 수도 있지만 무한정 떨어뜨릴 수도 있다. 재정적인 손해도 문제지만, 강한 집단적 믿음이 깨지면 사람들은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심리적 허탈감에 빠져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생겨나고, 집단적 분노로 인해 큰 폭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반사실적 사고 경향과 아포페니아, 위험 추구 경향, 포모-퍼드 주기, 마음 이론까지 다양한 심리적 기전이 작금의 비트코인 사태를 일으킨 내적 원동력이다. 인간의 뇌는 비트코인 거래를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터무니없이 폭등하는 가격, 하루에도 여러 번 널뛰기하는 시세, 그리고 무너지듯 폭락하는 현상 모두 인간의 불완전한 마음이 세상에 투영된 것이다. 

단, 밝혀둘 것이 있다. 비트코인 사태를 심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개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만성화된 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미래, 열악한 사회보장제도 등의 사회 환경이 암호화폐 거품을 일으키는 비옥한 토양이기 때문이다.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국내 인구가 무려 30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이 모두 인지적 판단력을 잃은 소위 ‘도박병’ 환자일까. 다른 대안적 방법이 있는데 평생 모은 재산을 비트코인에 ‘몰빵’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300만 명이나 있는 것일까. 그럴 리 없다.

‘시시한’ 소망조차 실현할 수 없을 때

보통의 노력과 보통의 운으로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회라면, 비트코인 사태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9급 공무원 합격이 과거 급제처럼 기쁜 일이 되고, 정규직이 되는 것이 대단한 성취가 되어 버린 사회다. 비트코인에 매달리는 사람 대부분은 일확천금을 한 뒤 고급 요트를 타며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 아니다. 대출을 청산하고 작은 집 하나 가지면 만족할 소시민이 대부분이다. 그 ‘시시한’ 소망마저 이루기가 너무 어려워진 세상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거품은 종종 일어날 것이다. 지금도 우리 마음에는 끊임없이 작은 거품이 생겨났다 터지기를 반복한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가담하는 거대한 거품이 도무지 꺼지지 않고 부풀기만 하는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작금의 비트코인 열풍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적 혁명이나 새로운 통화 시스템의 등장이라며 예쁘게 포장해선 안 되는 이유다. 

비트코인 사태의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아무리 어려운 기술적 개념을 들이대도 결국 불완전한 인간이 하는 일이다. 모두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비트코인 열풍이 계속될 것이다. 예견된 재난을 막으려면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박한선
● 1976년생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서울대학교 인류학과 강사, 서울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원
● 저서: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여성의 진화’(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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