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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취재

‘중국發 미세먼지’의 진실

산둥성 공장 이전이 원인? 실체 없는 괴담일 뿐!

  • | 강민수 KBS 베이징 특파원 mandoo@kbs.co.kr

‘중국發 미세먼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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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베이징-산둥성 대기 동시 개선 중
    ● “잦은 북풍이 ‘베이징 스모그’ 한반도로 보내”
    ● “북풍 이틀 뒤 서울 미세먼지 경보 패턴”
    ● “서울 대기오염 34%는 중국 탓”
베이징 자금성 위로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강민수]

베이징 자금성 위로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다. [강민수]

1월 18일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서 열린 제22차 ‘한·중 환경협력공동위원회’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놓고 한국과 중국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권세중 외교부 기후변화환경외교국장이 포문을 열었다. “최근 한국 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가 전 국민적 관심사다. 중국발(發) 미세먼지에 대해 정부가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는 강한 민원을 받고 있다.”

“격앙된 분위기”

중국 측이 발끈했다. 중국 측 수석대표인 환경보호부 국제사 쑹샤오즈 부사장은 “미세먼지는 대기현상에 의해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갈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한국에 미세먼지가 심할 때 그게 중국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얘기해야 한다. 국민 여론이 그렇다고 정부도 그렇게 얘기하면 곤란하다.” 

동석한 정복영 주중한국대사관 환경관은 “결국 ‘지역 내 오염을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지만, 한동안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한국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7월 우리 국립환경과학원과 미국 항공우주국이 합동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대기가 서울 대기의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이 34%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에 따라, 바람의 방향과 세기에 따라 그 영향은 더 클 수도 있다. 정확하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다면 더 광범위하고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필자는 한때 산둥성에서 배를 타고 인천으로 가면서 대기를 포집해 중국 미세먼지의 이동 경로와 정도를 파악해보려고 시도했지만,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인 구윤서 안양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말에 따르면, 첫째 중국 오염물질 배출 공장에서 직접 시료를 채취해야 하고, 둘째 중국과 한국 사이 여러 곳에 고도에 따른 포집기를 설치해야 하며, 셋째 기후변화에 따른 측정값을 장기간에 걸쳐 축적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에 제대로 따지기 위해선 정확한 연구가 시급하긴 하다.

“푸른 하늘 유지 위한 투쟁”

기쁜 소식은 중국이 ‘푸른 하늘을 유지하기 위한 투쟁(藍天保衛戰, 시진핑 주석이 19차 당대회 연설에서 사용한 표현)’에서 굉장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거주하는 베이징은 천지가 개벽한 수준이다. 2월 7일자 ‘신경보(新京報)’ 1면 기사 제목이 ‘베이징 1월 평균 PM 2.5 농도 처음으로 국제 기준에 도달’이다. 지난해 5월 베이징 시장에 칭화대 환경공학과 교수이자 환경보호부 장관 출신인 천지닝이 임명된 뒤 베이징 하늘은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1월 베이징 초미세먼지 농도는 34㎍/㎥로 전년 동기 대비 70.7% 포인트나 떨어졌단다. 중국 내에서 가장 공기가 좋지 않은 곳 중 하나이던 베이징이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 전역에서 공기 좋은 순위로 8위, 10위권에 진입했다. 베이징만 그런 게 아니다. 랴오닝성과 다롄 등 다른 동북 지역도 10위권 안으로 들어왔다.

‘산둥성 이전 원인설’ 확인 취재

이쯤에서 많은 사람은 ‘중국이 베이징 주변의 수많은 오염물질 배출 공장을 한국에 가까운 동쪽으로 이동시킨 결과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 이른바 ‘산둥성 이전 원인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이 기정사실화하는 이 산둥성 이전 원인설은 과연 실체가 있는 얘기일까? 필자의 취재 결과, 이 설은 실체가 없는 괴담에 가까웠다. 왜 그런지 조목조목 짚어보겠다. 

우선, 베이징 대기 개선 작업은 베이징 주변 지역과 함께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4월 5일 중국 환경보호부가 발표한 ‘징진지 및 주변도시 대기오염방지 작업방안’이란 정책으로 진행됐다. 여기서 ‘징진지’란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을 포함한, 우리로 치면 수도권이다. ‘주변도시’는 허난성과 산시성, 산둥성이다. 다시 말해 베이징 대기 개선 프로젝트는 톈진, 허베이성, 허난성, 산시성, 산둥성이 공동으로 진행한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발간한 ‘중국환경규제 강화와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각 성·시(省市)가 대기 개선 목표와 기한을 정해 달성하도록 돼 있다. 중점 단속지역 현황 표를 보면 산둥성에 오염물질 배출 공장이 많은 7개 도시가 명시돼 있다. 

주중 한국대사관 자료는 “지난해 이 프로젝트에 의해 산둥성 내 2만 3000여 개 기업이 영업정지를 당했고, 3만여 개 기업이 개선 명령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6개 성·시 중에 허베이성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필자가 KOTRA 중국지역본부와 한국무역협회 베이징 지부에 확인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중엔 공장을 베이징에서 산둥성으로 이전한 사례를 찾을 수 없었다. 

‘산둥성 이전 원인설’의 허구성은 다른 수치로도 증명된다. 중국 과학실험전문가소조가 측정해 인터넷에 공개한 중국 각 지역 공기 질(質) 자료를 보면, 철강회사가 밀집한 산둥성 르자오의 경우 2016년 대비 2017년에 공기 질이 확연히 개선됐다. 산둥성 지난도 지난해 7월 이후 공기 질이 개선돼가고 있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다. 

베이징이 PM 2.5인 미세먼지 농도를 연평균 58㎍/㎥로 기록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고, 다른 도시들도 경쟁적으로 공기 질을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수치상 중국 전역의 공기 질이 개선되는 중이다.

화공 공장 254개 퇴출

베이징 르탄 공원에서 본 푸른 하늘. [강민수]

베이징 르탄 공원에서 본 푸른 하늘. [강민수]

둘째, 중국의 대기오염 개선 노력은 시진핑 주석의 지상 명령이다.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푸른 하늘을 유지하는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생태 문명도시 건설! 이는 수도 베이징만 좋아지게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정부 차원의 목표다. 

중국이 지난 2년 동안 실시한 환경보호감찰제도를 보면 이해가 쉽다. 정부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가 이른바 ‘관시(關係)’를 통해 환경오염을 눈감아주는 관행이 만연하자 정부가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 제도는 정부에서 보낸 암행어사와 같다. 2년간 31개 성에서 1489명을 구속했고, 공무원 1만 6877명을 처벌했다. 이제는 지방정부 간에 환경 개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산둥성은 화공 산업에 대한 자체 점검을 통해 254개 회사를 퇴출했다. 관내 화공 공장의 20%를 없앤 것이다. 산둥성은 매우 적극적으로 환경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지역으로 평가된다. 

셋째, 중국의 환경 정책이 소름 끼칠 정도로 치밀하게, 냉정하게, 그리고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다. 중국은 현재 석탄(특히 갈탄) 사용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다. 대신 가스나 전기 같은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한다. 


산둥성 대기가 양호한 편이라고 밝히고 있는 중국 자료.(왼쪽) ‘신경보’가 2월 7일 베이징 공기가 국제기준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강민수]

산둥성 대기가 양호한 편이라고 밝히고 있는 중국 자료.(왼쪽) ‘신경보’가 2월 7일 베이징 공기가 국제기준에 도달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강민수]

베이징, 톈진, 허베이 등 징진지 수도권에선 석탄 난방도 막고 있다. 거의 모든 가정에서 난방 시스템이 가스보일러나 전기보일러로 강제로 교체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스가 부족해져 많은 베이징 시민이 추위에 떨었다. 그러나 석탄 난방 억제는 일관되고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한겨울 초등학교 학생들이 추위를 견디다 못해 햇볕이 드는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장면이 보도되기도 했다. 숯불을 사용하는 음식점도 제재에서 예외가 아니다. 겨울 난방 시작과 함께 숨도 쉬기 어려웠던 중국 동북부의 공기가 극적으로 개선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중국은 한발 더 나아가 선진국형 오염원인 자동차 배기가스 줄이기에 본격 나섰다. 이미 베이징에는 경유 차량이 거의 없다. 이젠 가솔린 차량도 줄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베이징시는 자동차 번호판 신규 발급을 연 15만 대에서 연 10만 대로 확 줄였다. 그 10만대 중 가솔린 자동차는 4만 대밖에 안 된다. 나머지 6만 대는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로 채워진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베이징에서 ‘京’자가 들어간 번호판을 발급받기 위해선 800대 1 정도 되는 추첨경쟁을 뚫어야 하는데, 이제는 거의 로또 당첨처럼 어렵게 됐다. 베이징시는 차량 운행 요일제, 외부 차량 도심 진입 금지, 전기자동차와 대중교통 장려 정책을 시행한다. 시민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이런 오염물질 총량관리 정책은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자신감이 생긴 베이징 시정부 신문판공실은 1월 31일 외신 기자들을 불렀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로이터, 러시아 타스통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싱가포르 연합조보와 한국 KBS 기자를 초청해 대기오염을 획기적으로 낮춘 과정을 선전한 것이다. 

석탄을 때던 난방회사를 친환경 기업으로 바꾼 사례, 환경경찰이 자동차 배출가스를 단속하는 사례 같은 것을 공개했다. 위젠화 수석엔지니어의 말은 인상 깊었다. 

“중국의 석탄 소비량이 2012년 2300만t이었는데 지난해 600만t으로 줄었습니다. 무려 1700만t을 감축한 것입니다. 대신 청정 에너지원으로 대체했습니다. 또 5년 동안 216만 대의 낡은 차량을 폐차시켰고 석유 등급을 2등급 올렸습니다. 수도권 입지에 맞는 기업을 유치해 현재 3차 산업 비중이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산업구조가 개선됐습니다.” 

중국의 환경 정책이 산업 측면, 에너지 측면과 맞물려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게 어디로 가겠는가?

한 달 통계로 속단할 수는 없지만, PM 2.5 기준으로 베이징의 공기는 서울의 공기와 대등한 수준에 도달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측정한 1월 서울 평균 PM 2.5 농도는 32㎍/㎥이고, 중국 측이 공개한 1월 베이징 평균 농도는 34㎍/㎥이다. 다만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 수치가 이 정도로 극적으로 감소된 것이 온전히 환경정책 덕분인지에 대해선 반론도 있다. 

올겨울 베이징엔 유난히 북풍(北風)이 자주 불었다. 북풍이 세차게 불면 스모그는 씻은 듯 날아간다. 이게 어디로 가겠는가? “일단 중국 남쪽으로 가겠지만 일부는 결국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말한다. “체감상 ‘베이징의 스모그가 심하다가 바람이 불면 하루나 이틀 뒤 서울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는 패턴’이 자주 나왔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공기 질 개선에 바람 요인이 얼마나 작용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산둥성 이전 원인설’ 같은 오해는 하지 말자. 중국은 대륙 전체 공기 질 개선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푸른 하늘 유지 투쟁을 북서부 지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민폐를 끼치기도 하지만 이웃의 노력에 박수를 쳐주자. 우수한 친환경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이 투쟁을 돕는다면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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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수 KBS 베이징 특파원 mand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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