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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읽는 유럽사’ 펴낸 한동일

“유럽법 통해 법적사고력, 통찰력 갖게 되길”

  •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법으로 읽는 유럽사’ 펴낸 한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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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와 茶 한 잔 |

“저는 신부, 교수, 작가라는 호칭보다 그냥 ‘한동일’로 불리는 걸 좋아합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 

‘선생님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한동일(48) 교수가 한 대답이다. 그는 지난해 큰 화제를 모은 책 ‘라틴어 수업’ 저자이면서 동시에 2000년 사제서품을 받은 가톨릭 신부이자 연세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 한국인 최초의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로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며 생활 중인 그가 최근 ‘법으로 읽는 유럽사’라는 또 한 권의 책을 내놓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 그를 ‘교수’로 부르기로 한 건, 이 책이 그의 교수로서의 정체성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이 책에 대해 “2011년 한국 대학에서 ‘서양법제사’ 강의를 시작하면서 강의록으로 활용하고자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2013년 A4용지 110장 분량의 초판이 처음 나왔고, 이후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A4용지 190장 분량으로 이번에 새로 펴낸 겁니다. 그사이 ‘라틴어 수업’이 나오는 바람에 독자들이 이 책도 쉬운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사셨다가는 아마 후회하실 겁니다.”

한동일 지음, 글항아리, 424쪽, 2만 2000원

한동일 지음, 글항아리, 424쪽, 2만 2000원

한 교수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한 말이다. ‘라틴어 수업’의 강점은 깊이 있는 인문학적 성찰을 쉽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냈다는 데 있다. ‘법으로 읽는 유럽사’ 역시 독자에게 대화를 건네는 듯한 특유의 문장은 변함이 없다. 다만 다루는 주제가 법일뿐이다. 그것도 한국 독자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유럽법, 특히 교회법과 보통법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한 교수는 라틴어 법문 사이사이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곁들여내며 독자를 새로운 배움의 세계로 이끈다. 

그가 이 책을 쓴 건 로마법에서 유래한 유럽법이 현대 우리 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음에도 그동안 이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한 교수는 “이 책이 그 공백을 메우고, 나아가 독자들이 법적 사고력과 더불어 현대의 역사·정치·문화적 사안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나무의 노래

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372쪽, 2만 원 

‘숲에서 우주를 보다’로 미국 국립학술원 최고의 책에 선정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저자의 두 번째 저서다. ‘우리 시대 최상급 자연문학 작가’로 평가받는 지은이가 아마존 열대우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 스코틀랜드, 일본 등 각지에서 12종의 나무를 관찰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인간, 자연, 사회, 역사를 논한다.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

라나 포루하 지음, 이유영 옮김, 부키, 532쪽, 1만 8000원 

경제가 수많은 사람을 외면하게 된 까닭은 뭘까. 기업이 은행처럼 행동한다. 화이자,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수많은 대기업이 금융 거래, 헤지, 조세 회피, 금융 서비스 판매 등 그저 돈을 이리저리 굴리는 방법으로 엄청난 돈을 번다. 금융이라는 괴물이 어떻게 실물경제의 자산과 잠재적 가치를 갉아먹는지 파헤친 수작이다.

|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님’ 되려는 욕망이 빚은 ‘극장’ 속 ‘도덕 쟁탈전’
오구라 기조 지음, 조성환 옮김, 
모시는 사람들, 272쪽, 1만 5000원

오구라 기조 지음, 조성환 옮김, 모시는 사람들, 272쪽, 1만 5000원

지한파 일본 지식인이 쓴 ‘한국, 한국인론’이다.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는 한국을 ‘도덕 지향성 국가’로 규정한다. 한국인의 삶이 도덕적이라는 게 아니다. 타인의 언동을 도덕으로 환언해 평가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한국 사회는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극장”이다. “도덕을 쟁취하는 순간 권력과 부(富)도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고 믿는다.” 

“한국은 주자학의 나라”면서 “한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주자학적”이다. 주자학에서 이(理)는 도덕과 이념, 기(氣)는 욕망과 현실이다. 한국인은 ‘이’를 선호하는 체한다. 헤게모니를 잡으려면 도덕성, 정통성에서 지지를 얻어야 하기에 경쟁자나 상대 세력을 비도적적, 비정통적이라고 꾸짖는다. 

주자학은 자기부정의 철학이 아니기에 ‘나’에 대한 긍정이 강하다. ‘나’와 ‘너’ 사이에는 반말을 사용한다. ‘나’ 위에는 ‘님’이 있다. ‘님’에게는 존댓말을 써야 한다. 나보다 ‘이’를 더 많이 체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라거나 목사가 신도에게 “목사님이 어렸을 때는…”처럼 ‘님’을 독특하게도 1인칭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나’ 아래에는 ‘놈’이 있다. ‘놈’에게는 반말을 쓴다. 조선시대 중국은 ‘님’, 일본은 ‘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님’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 일본인은 여전히 ‘놈’의 대표적 존재다. ‘이’를 올바르게 세우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는 일본인은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할 대상이다. ‘일본놈’은 한국인에게 도덕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존재다. 

한국인이 오늘도 ‘극장’에서 벌이는 ‘도덕 쟁탈전’이 격한 것은 ‘님’으로 나아가는 쟁투여서다. ‘이’의 이니셔티브를 확보해야 ‘님’이 될 수 있다. ‘전무님’ ‘상무님’ ‘의원님’ ‘장관님’처럼 ‘님’이라고 불려야만 부와 권력이 따라온다. ‘님’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보니 ‘나’ 혹은 ‘우리’가 얼마나 도덕적인지 봐달라고 목소리 높여 다툰다. 

한국에서 권력투쟁이란 “도덕을 내세워 권력을 잡은 세력이 얼마나 도덕적이지 않은지 폭로하는 싸움”이다. 운동선수나 가수도 “경기 성적이나 노래 실력만으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지 납득시킨 후에야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다” 또한 “올바르다·제대로·바람직하다와 같은 질서를 지향하는 말이 난무하고 대량으로 소비되는 사회”가 한국이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인생극장

노명우 지음, 사계절, 448쪽, 1만 7800원 

가족 이외에는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평범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을 어떻게 역사라는 이름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사회학자인 저자가 세상을 떠난 아버지, 어머니의 자서전을 대신 썼다.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않은 부모의 삶을 복원하고자 1920~1970년대 대중 영화를 날줄로 삼았다.

생명의 이름

권오길 지음, 사이언스북스, 304쪽, 1만 6500원 

생명과 우리 사이를 잇는 이름에 주목한 저술이다. 제철보다 이르게 설익은 채로 떨어지고 만 ‘도사리’, 매미가 탈바꿈한 자리에 남기고 떠난 ‘선퇴’, 겨울에도 푸르게 겨우겨우 살아가는 ‘겨우살이’처럼 우리의 말이 낱낱이 새겨놓은 검질긴 생명의 이름들은 이 책에 기록됨으로써 다시금 언어로서의 생명력을 회복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
‘한강의 기적’ 환상에 우리가 놓치는 것들
홍성욱 기획, 김소영 · 김우재 · 
김태호 · 남궁석 · 홍기빈 · 홍성욱 지음, 휴머니스트, 200쪽, 1만2000원

홍성욱 기획, 김소영 · 김우재 · 김태호 · 남궁석 · 홍기빈 · 홍성욱 지음, 휴머니스트, 200쪽, 1만2000원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같이 쓴 ‘공산당선언’은 이렇게 시작한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기획한 책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은 이 유명한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요즘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은 관공서, 기업, 대학은 물론 사교육업계에서까지 널리 사용하는 용어다. 문제는 그 실체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수시로 ‘선진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앞서가고 있다’ 류의 담론이 유행하지만, 실제 ‘선진국’에서는 이 용어를 널리 사용하지 않는다. 글로벌 검색 엔진 구글에서 ‘4차 산업혁명’과 ‘4th Industrial Revolution’을 검색하면 전자의 검색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게 한 증거다. 

물론 이 용어가 한국에서 만들어진 건 아니다. 세계경제포럼 창립자 클라우스 슈바프가 2016년 1월 다보스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하는 포럼을 열면서 처음 수면으로 떠오르긴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특정 ‘슬로건’에 집착해 과학기술 정책의 큰 그림을 바꾸기보다는 탄탄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길을 걷고 있는 까닭이다. 

유독 한국에서만 그해 3월 열린 ‘이세돌-알파고 대국’ 등과 맞물려 ‘4차 산업혁명’ 광풍이 일었고, 급기야 지난해 대선에서는 5개 주요 정당이 모두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홍 교수는 이런 현상이 일어난 배후 원인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또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많은 한국인은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에 큰 관심이 없다. 그저 ‘그것의 핵심 기술을 남보다 더 빨리 발전시켜 국가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할 뿐이다. 그 과정에서 실체조차 모호한 ‘4차 산업혁명’ 유행에 ‘영혼을 빼앗긴’ 대가는 무엇이 될까.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맹목적인 집착’에 떠밀려 ‘(과학의) 기초체력은 약해지고, 사회정의는 실종되며, 자원은 불평등하게 분배’될 수 있다. 올해 기초과학 연구 관련 연구비가 800억 원 삭감되는 등 우려가 일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바로 이 시점에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실체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이유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클래식 파인만

리처드 파인만 외 지음, 김희봉 외 옮김, 사이언스북스, 824쪽, 1만6500원 

이 책은 저자의 자서전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1’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2’와 ‘남이야 뭐라 하건’의 합본판이다. 고전을 새로 출간한 리커버판이 열풍을 일으키는 것은 과거의 지나간 역사에서 현대적 통찰을 찾고자 하는 독자가 많다는 방증이다. 20세기 과학을 되돌아보면서 21세기 과학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제임스 홀리스 지음, 김현철 옮김, 더퀘스트, 280쪽, 1만 7000원 

‘인생의 중간 항로에서 만나는 융 심리학’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마흔 이후의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책이다. 융은 “마흔이 되면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진정한 당신이 되라는 내면의 신호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당신은 누구의 삶을 살아왔는가.

조난자들
지금도 死線 건너는 조난자의 비망록
주승현 지음, 생각의힘, 200쪽, 1만4000원

주승현 지음, 생각의힘, 200쪽, 1만4000원

“나중에 뭐 할 거냐”고 누가 물으면 농담으로 “함흥시장”이라고 답한다. “‘국수인’으로서 함흥냉면 세계화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도 밝힌다. 통일은 이해(利害)의 틀로 가늠할 수 없는 당위(當爲)라고 여기는 쪽인데 내가 왜 이런 인식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분단 100년이 27년 남았다. 3대(100년)가 지나 사람들이 죽고 없어지면 ‘개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집단의 기억’도 망실된다고 들었다. 2045년을 사는 한국인들이 북한이라는 존재와 통일을 어떻게 인식할지 궁금하다.
한국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통일을 원하지 않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신동아’가 창간 85주년을 맞은 2016년 11월호에서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20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표본으로 삼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까운 장래에 남북통일을 원하느냐’는 질문에 50대 이상은 61.2%, 40대는 61.6%가 ‘원한다’고 답했으나, 20대는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6%로 더 많았다. 30대는 ‘원한다’ 49.2%, ‘원하지 않는다’ 50.8%로 엇비슷했다. 

주승현 박사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랫말을 가슴에 안고 사는 ‘대한민국 청년’이다. 스물한 살 때 AK자동소총을 들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이다. 12년간의 악전고투 끝에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교수가 됐다. 적대와 증오를 배태한 71년 분단사(史)만큼이나 호락호락하지 않을 통일을 떠올리면 절박하고 간절하다. 

그는 북한이탈주민의 한국 입국이 본격화한 후 대학과 대학원을 거쳐 박사 학위를 취득한 첫 사례이자 최연소 탈북민 박사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한반도 분단 및 통일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회, 동양그룹, 금호석유화학, 롯데그룹에서 일했다. 전주기전대에서 교수로 일한다. 

그는 스스로를 ‘조난자’라고 여긴다. 조난자가 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으며 화가 났고 부끄러워 고개가 숙여졌다. 한반도의 뒤틀린 현대사와 일그러진 맨 얼굴이 책장마다 ‘아프게’ 담겨 있다. 남과 북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존재로 살아가는 ‘한반도의 조난자’를 저자는 일일이 호명해낸다. 그는 ‘조난자들’ 서문에 이렇게 썼다. 

‘나는 흔히 말하는 북한 출신 탈북민이다. 남북한 간 대립과 대치는 이곳에서도 조난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시사한다. 한반도는 분단 체제 하에서 수많은 조난자를 양산해냈다. 조난자들은 여전히 왜곡되고 피폐한 삶을 살아간다. 통일을 이루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잠재적인 조난자의 운명을 배면(背面)에 깔고 있는지 모른다.’ 

저자는 장강명 장편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 초고를 읽고 감수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장강명 작가가 ‘조난자들’의 추천사를 썼다. ‘북한, 통일, 탈북 사회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소수자를 소외하고 차별하는 모습에 분노하고 부끄러워한 적이 있다면 역시 읽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통일은 이해(利害)의 틀로 가늠할 수 없는 절박하고 간절한 당위(當爲)’라는 오래된 생각을 재확인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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