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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위기의 암호화폐

실리콘밸리에서 본 암호화폐의 현주소

관련 시장 급성장, 실제 사용 많지 않아

  •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실리콘밸리에서 본 암호화폐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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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창업 6년 만에 ‘거대 공룡’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 암호화폐 ICO에 ‘큰손’ 투자자 관심 집중
    ● 급격한 가격 변동…“누가 쓰려 하겠나”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프런트스트리트 1번지 빌딩. 38층 규모의 빌딩 외부와 1층 로비 어디에도 코인베이스 회사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황장석]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 프런트스트리트 1번지 빌딩. 38층 규모의 빌딩 외부와 1층 로비 어디에도 코인베이스 회사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황장석]

“무슨 일입니까? 누굴 찾아왔습니까?” 

매번 겪는 일이지만 샌프란시스코 시내 건물의 경비직원들은 매우 사무적이다. 아니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자면 퉁명스러운 쪽에 가깝다. 이날 만난 그 건물 경비직원도 그랬다. 이해는 간다. 빌딩 안으로 종종 약이나 술에 취한 홈리스(homeless)가 들어와 사람들과 시비 붙는 일이 잦은 곳이니. 이날도 근처에 주차를 하고 5분 정도 건물까지 걸어오는 도중 웃통을 벗은 채 주차하는 차량에 다가가 주먹으로 내리치며 욕설을 퍼붓는, 흰자위에 핏발이 잔뜩 선 중년 홈리스 남성을 만난 터였다.

2월 2일 오전 10시 40분, 샌프란시스코 마켓스트리트(Market Street) 548번지 건물에 찾아간 건 한 회사 주소가 거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은 코인베이스(Coinbase). 그런데 경비직원은 코인베이스라는 회사가 해당 건물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인해주었다. 구글 검색에 등장한 회사의 공식 주소 ‘마켓스트리트 548번지’는 코인베이스의 ‘우편물 수령 주소’ 일뿐이었다. 

할 수 없이 구글 검색으로 코인베이스의 실제 주소를 찾아 헤맸다. 누군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 게시판에 써놓은 글이 눈에 들어왔다. 프런트스트리트(Front Street) 1번지 건물 고층에 있다는 것. 그곳으로 찾아갔다. ‘우편물 수령 주소’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있는 38층 건물이었다. 1층엔 한 은행이 입주해 있고, 여러 회사의 명패가 로비에 걸려 있었다. 하지만 코인베이스는 이번에도 찾을 수 없었다.

명패가 없는 회사

로비 안내데스크에 있는 경비직원에게 다가가 이곳에 코인베이스라는 회사가 있는 게 맞는지 물었다. “이 건물에 있는 게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회사 이름이 건물 어디에도 없느냐고 하자 “회사 측에서 알리지 말아달라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대답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건물 꼭대기 층에 있느냐고 물었지만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굳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회사인가? 



외부에 회사 위치를 알리려 하지 않는 이 회사는 비트코인과 함께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스타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2017년 한 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그 주변 도시를 일컫는 말)에서뿐 아니라 미국 전역, 나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급성장했다. 이 회사는 한국으로 치면 빗썸(Bithumb)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다. 12개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빗썸과 달리 현재 이 회사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총 4종류만 취급한다. 

코인베이스를 찾아간 2월 3일은 지난해 12월 한때 미국에서 1개당 1만 9000달러를 넘어 치솟던 비트코인 가격이 8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날이었다(당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있던 한국에선 1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이상이었다). 암호화폐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했고 곧 몰락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이 회사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줄을 서고 있다. 가격 조정은 있어도 암호화폐 거래는 확산할 것이며, 이 회사는 계속해서 로켓을 타고 솟구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2017년 1년 동안 코인베이스의 매출(거래금액)은 10억 달러였다. 1달러를 1000원으로만 환산해도 우리 돈 1조 원이다. 고객 계좌가 1300만 개를 넘어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증권회사인 찰스슈왑보다 더 많다고 한다. 코인베이스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프로그램에 발탁돼 2012년 6월 창업했으니, 6년도 되기 전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공룡이 된 셈이다.

비트코인 스타트업, 코인베이스

이 회사는 지난해 여름 회사 가치를 16억 달러(대략 1조 6000억 원)로 평가받으며 1억 달러(약 1000억 원)를 투자받았다. 실탄이 넉넉한 만큼 당분간 새로 투자를 받을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머잖아 주식시장에 상장(IPO)할 것이란 관측이 있어서 벤처투자사와 개인투자가들이 상장 전에 어떻게든 이 회사 주식을 사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기술(IT) 전문 미디어 리코드(Recode)의 1월 22일 기사를 보면 현재 투자자들은 특정한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기보다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에 투자하는 걸 더 안전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여기서 잠시 코인베이스 창업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는 에어비앤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35세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과 골드만삭스 트레이더 출신 30세 프레드 에어섬(Fred Ehrsam) 두 명이다. 미국 명문 사립대인 라이스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암스트롱은 2005년 5월 대학 졸업 뒤 2006년 같은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어섬 역시 듀크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와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그는 2010년 5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2016년 11월 30일 포브스(Forbse) 기사를 보면 두 사람 모두 초창기부터 비트코인에 관심을 뒀다. 학교를 마친 뒤 남미에서 한동안 거주하며 해외송금 문제로 골치를 썩인 암스트롱은 비트코인을 알게 되면서 곧 신봉자가 됐고, 에어섬도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때 틈틈이 비트코인 거래로 수입을 올렸다.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던 암스트롱이 와이콤비네이터에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 인터넷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통해 에어섬과 알게 된 것이 공동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고 한다. 창업 당시 둘 다 20대였다. 둘은 처음엔 비트코인 지갑(월렛)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거래소로 확장해 현재에 이르렀다. 

코인베이스가 현재 규모로 성장하는 데엔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커진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두 창업자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며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이들은 관련 업체를 설득하고 끌어들여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도입하는 회사 수를 늘렸다. 시장을 넓혀간 것이다.

암호화폐의 쓸모

2013년 실리콘밸리 일반 상점 가운데 최초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한 팰러앨토 중심가의 커피숍 ‘쿠파카페(Coupa Cafe)’. 결제기 앞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문구와 함께 QR코드, 비트코인 지갑 주소가 적혀 있다. [사진·황장석]

2013년 실리콘밸리 일반 상점 가운데 최초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한 팰러앨토 중심가의 커피숍 ‘쿠파카페(Coupa Cafe)’. 결제기 앞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문구와 함께 QR코드, 비트코인 지갑 주소가 적혀 있다. [사진·황장석]

2012년 창업 후 코인베이스와 손잡고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 회사들을 꼽아보자. 굵직한 회사들만 봐도 온라인 소매업체 오버스톡(Overstock), 결제업체 페이팔, 여행업체 익스피디아, 미디어 그룹인 블룸버그, 타임, 레딧, 위성방송업체 디시(Dish),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현재 크고 작은 규모의 업체 총 4만 8000개가 이 회사를 이용해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확실히 암호화폐가 점점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ICO(Initial Coin Offering)가 대표적이다.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기업이 자체 코인(암호토큰)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ICO를 이미 했거나 준비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최근 ICO를 마친 한 실리콘밸리 IT회사 얘기를 들어보니 코인 판매로 1000만 달러 수준의 자금을 모았다고 한다. 클라이너퍼킨스(KPCB), 세쿼이아 캐피털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투자사들이 메신저 회사인 텔레그램의 ICO에 거액을 투자하려 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나올 만큼 이곳 투자자들도 적극적이다. 

사업이 아닌 실생활로 들어가도 그런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최대 소비자 리뷰 서비스인 옐프(Yelp)에서 실리콘밸리 지역을 검색 대상으로 정한 뒤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업체를 검색해봤다. 부동산업체, 청소업체, 차고 수리업체, 페인트업체, 보컬레슨 강사, 컴퓨터 수리업체, 이삿짐센터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도 여전히 암호화폐를 지불해 먹고사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코인베이스 건물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금융지구(Financial District)와 그 주변조차 그랬다. 코인베이스가 있는 건물 1층의 필즈커피(Philz Coffee)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이곳은 이 동네에서 인기 있는 커피전문점이다. 바리스타에게 맛이 진하다는 커피 중 한 잔을 주문했다. 계산대로 가서 주문 내역을 얘기하니 3달러 63센트라고 한다. 코인베이스 건물 1층이니 비트코인을 받지 않을까 싶어 비트코인으로 지불할 수 있느냐고 묻자 “미안한데 우리는 지금 비트코인 안 받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 예전에 받다가 중단했는지 물었지만 받은 적이 없다는 얘기만 들을 수 있었다. 현금으로 커피 값을 치렀다.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커피만 마실 순 없으니 한 끼 해결할 요량으로 암호화폐를 받는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코인베이스 건물 앞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옐프 앱을 띄운 뒤 ‘accepts bitcoin’이란 검색어를 입력해 암호화폐 비트코인 지불이 가능한 식당을 찾았다. 

검색 결과 아시아 남미 음식을 파는 식당부터 일본라면집, 버거전문점, 커피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카페 등 10여 개가 나타났다. 하지만 업소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해보니 주변에서 실제 비트코인을 받는 것으로 확인된 식당은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일식집 한 곳이었다. 자동차를 몰고 일식집을 찾아가니 하필 내부 공사 중이어서 영업을 하지 않았다. 식당 찾기를 포기하고 오후 교통 체증이 시작되기 전 서둘러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실리콘밸리 남부에 있는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실리콘밸리에서 한인 상점이 모여 있는 샌타클래라(Santa Clara) 쇼핑몰의 한 한국음식점 유리창에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표시가 붙어 있다. [사진·황장석]

실리콘밸리에서 한인 상점이 모여 있는 샌타클래라(Santa Clara) 쇼핑몰의 한 한국음식점 유리창에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으로 결제할 수 있다는 표시가 붙어 있다. [사진·황장석]

실리콘밸리의 중심 도시 팰러앨토(Palo Alto)의 유니버시티애비뉴(University Avenue). 이 거리는 스탠퍼드대 캠퍼스로 이어지는 실리콘밸리의 ‘대학로’다. 이곳 주변에 2004년 스탠퍼드 졸업생 남매가 문을 연 ‘쿠파 카페(Coupa Cafe)’가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 남매가 고국에서 생산된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이 카페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기업가, 투자자 등이 즐겨 찾는 곳이다. 사장 남매 중 남동생은 현지 신문 머큐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즐겨 찾았고,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종종 찾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카페가 미국 전역에 이름을 알리게 된 건 2013년 6월이었다. 온라인 상점이 아닌 일반 상점 중에서 실리콘밸리 최초로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했다고 여러 매체가 보도했기 때문이었다. 사장 남매의 스탠퍼드대 동문이자 친구인 페이스북 엔지니어의 도움을 받아 고객이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결제 사실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단말기를 갖추고 이를 널리 홍보했다.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고 5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이 카페는 비트코인 가격 급등으로 대박이 났을까. 2월 1일 점심시간 팰러앨토 시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는 이 카페를 찾았다. 손님이 끊이지 않으니 장사는 잘되는 것으로 보였다. 

미디엄 사이즈 카페라테 한 잔 가격이 4달러 91센트였다.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결제를 시도하려 하자 비트코인 단말기가 작동하지 않았다. 난처한 표정을 짓는 직원이 다른 직원에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지금 고장 나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내게 “언제 고친다고 확답할 수는 없지만 고치기는 할 거니까 다음에 와서 사용해보라”고 말했다. 그에게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손님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많지 않다. 일주일 전에 한 명이 결제했고, 그 후엔 (문의한 사람도) 당신이 처음이다.”

‘비트코인 카페’의 고장 난 단말기

이번엔 2015년 9월경부터 비트코인을 받고 있다는 실리콘밸리 지역의 한국음식점 한 곳을 찾아갔다. 팰러앨토 비트코인 카페와 달리 이곳에선 비트코인뿐 아니라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등도 결제 수단으로 받고 있었다. 다만 암호화폐 결제를 확인하는 별도의 단말기를 갖추고 있진 않았다. 식당 주인이 스마트폰의 암호화폐 앱을 열고 QR코드 등을 보여주면, 손님이 자신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음식 가격만큼 식당 주인의 암호화폐 지갑으로 전송하는 방식이었다. 

식당 주인에게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늘면서 요즘엔 과거와 달리 전송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제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없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비트코인(암호화폐)으로 결제하는 손님이 많아야 한 달에 한두 명이고 결제 금액도 크지 않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가격 변동이 심하니 투자는 해도 누가 그걸 쓰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지역만 봐도 비트코인, 아니 암호화폐는 확실히 시장이 커지고 용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화폐라고 하긴 어색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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