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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위기의 암호화폐

실리콘밸리에서 본 암호화폐의 현주소

관련 시장 급성장, 실제 사용 많지 않아

  •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전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실리콘밸리에서 본 암호화폐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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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패가 없는 회사

로비 안내데스크에 있는 경비직원에게 다가가 이곳에 코인베이스라는 회사가 있는 게 맞는지 물었다. “이 건물에 있는 게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회사 이름이 건물 어디에도 없느냐고 하자 “회사 측에서 알리지 말아달라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대답할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건물 꼭대기 층에 있느냐고 물었지만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굳이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회사인가? 

외부에 회사 위치를 알리려 하지 않는 이 회사는 비트코인과 함께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스타 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다. 2017년 한 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이 폭등하면서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그 주변 도시를 일컫는 말)에서뿐 아니라 미국 전역, 나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급성장했다. 이 회사는 한국으로 치면 빗썸(Bithumb) 같은 암호화폐 거래소다. 12개 암호화폐를 취급하는 빗썸과 달리 현재 이 회사는 비트코인, 비트코인캐시,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총 4종류만 취급한다. 

코인베이스를 찾아간 2월 3일은 지난해 12월 한때 미국에서 1개당 1만 9000달러를 넘어 치솟던 비트코인 가격이 8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날이었다(당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있던 한국에선 1비트코인 가격이 2만 달러 이상이었다). 암호화폐 거품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했고 곧 몰락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이 회사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줄을 서고 있다. 가격 조정은 있어도 암호화폐 거래는 확산할 것이며, 이 회사는 계속해서 로켓을 타고 솟구칠 것으로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2017년 1년 동안 코인베이스의 매출(거래금액)은 10억 달러였다. 1달러를 1000원으로만 환산해도 우리 돈 1조 원이다. 고객 계좌가 1300만 개를 넘어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증권회사인 찰스슈왑보다 더 많다고 한다. 코인베이스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프로그램에 발탁돼 2012년 6월 창업했으니, 6년도 되기 전에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공룡이 된 셈이다.


비트코인 스타트업, 코인베이스

이 회사는 지난해 여름 회사 가치를 16억 달러(대략 1조 6000억 원)로 평가받으며 1억 달러(약 1000억 원)를 투자받았다. 실탄이 넉넉한 만큼 당분간 새로 투자를 받을 계획도 없는 상황이다. 머잖아 주식시장에 상장(IPO)할 것이란 관측이 있어서 벤처투자사와 개인투자가들이 상장 전에 어떻게든 이 회사 주식을 사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다고 한다. 정보기술(IT) 전문 미디어 리코드(Recode)의 1월 22일 기사를 보면 현재 투자자들은 특정한 암호화폐나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하기보다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에 투자하는 걸 더 안전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여기서 잠시 코인베이스 창업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이 회사의 공동 창업자는 에어비앤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35세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과 골드만삭스 트레이더 출신 30세 프레드 에어섬(Fred Ehrsam) 두 명이다. 미국 명문 사립대인 라이스대에서 경제학과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암스트롱은 2005년 5월 대학 졸업 뒤 2006년 같은 대학에서 컴퓨터사이언스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에어섬 역시 듀크대에서 컴퓨터사이언스와 경제학을 공부했는데, 그는 2010년 5월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2016년 11월 30일 포브스(Forbse) 기사를 보면 두 사람 모두 초창기부터 비트코인에 관심을 뒀다. 학교를 마친 뒤 남미에서 한동안 거주하며 해외송금 문제로 골치를 썩인 암스트롱은 비트코인을 알게 되면서 곧 신봉자가 됐고, 에어섬도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때 틈틈이 비트코인 거래로 수입을 올렸다. 에어비앤비에서 일하던 암스트롱이 와이콤비네이터에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 인터넷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통해 에어섬과 알게 된 것이 공동 창업의 출발점이 됐다고 한다. 창업 당시 둘 다 20대였다. 둘은 처음엔 비트코인 지갑(월렛)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거래소로 확장해 현재에 이르렀다. 

코인베이스가 현재 규모로 성장하는 데엔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커진 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두 창업자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며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이들은 관련 업체를 설득하고 끌어들여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도입하는 회사 수를 늘렸다. 시장을 넓혀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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