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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리포트

세계 각국 ‘흙수저 세대’ 비교

“컬링 세대, 니니 세대, 500세대 한국 20대가 제일 절망적”

  • 은서 리 Eunseo Lee·미국 | 즈신 탄 Zhixin Tan·중국 | 오노 위어츠 Onno Weerts·네덜란드

세계 각국 ‘흙수저 세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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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 외엔 청년 문제 이슈 안 돼”
    ● “캐나다에선 육체노동해도 잘살아”
한국에선 ‘20대의 절망’을 상징하는 ‘흙수저와 헬조선’ 담론이 유행한다. 사실 1980~90년대 지구에서 태어난 세대들은 나라별로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 중엔 한국의 흙수저와 유사한 것도 적지 않다. 많은 경우, 이런 젊은 세대 명칭은 각 나라의 20대가 직면한 특정한 문제점들(과도한 채무, 주택난, 취업난 등)을 대표하는지 모른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세계 각국의 젊은 세대들을 비교해봤다. 

유럽의 경우 스페인 사람들은 젊은 세대를 ‘니니 세대(Generación Ni-Ni)’라 한다. ‘니니’는 ‘일도 공부도 없다(ni trabaja, ni estudia / no work, no study)’는 의미로, 국가적 경제 파탄을 겪은 스페인 젊은이들의 암울한 상황을 반영한다. 

그리스에서 젊은이들은 ‘500세대(Generation 500)’로 일컬어진다. 그리스 정부가 젊은 대학 졸업자들을 고용하면서 월 급여로 500유로(67만 원)를 지급한 데에서 연유한 말이다. ‘500세대’는 ‘젊은이들이 월 88만 원을 번다’는 뜻을 가진 한국의 ‘88만 원 세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얼음길 매끄럽게 닦아주듯”

젊은 인턴의 직장 생활을 보여주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포츠 동아]

젊은 인턴의 직장 생활을 보여주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포츠 동아]

스웨덴에선 동계올림픽 종목인 컬링에서 이름을 딴 ‘컬링 세대(Curling Generation)’가 있다. 컬링 경기에서 동료 팀원들이 열심히 걸레질을 해서 돌이 지나갈 얼음길을 매끄럽게 닦아주듯이, 컬링 세대의 부모들은 이 세대의 앞에 놓인 어떤 장애물이든 말끔하게 치워준다는 것이다. 컬링 세대는 작은 난관에도 취약하며 부모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의존적인 것으로 비친다. 

영어권 국가에선 젊은이들이 당면한 문제점이 이 세대를 대표하는 이름에 오르지는 않는다. 호주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Y세대(Generation Y)’로 불린다. 왜냐하면 그 이전 세대가 ‘X세대(Generation X)’로 불렸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이름은 덜 창의적이다. 이 두 나라의 젊은이들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밀레니얼세대(Millennials)’로 지칭된다. 한국이나 유럽 대륙 방식으로 명명한다면,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거액의 학자금 융자를 값아 나가는 ‘대출 세대(Generation Debt)’로, 영국의 젊은이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주거비에 허덕거리는 ‘월세 세대(Generation Rent)’로 불려야 마땅할 것이다. 



동양의 경우 중국인들은 젊은이에 대해 ‘노인을 잡아먹는 세대(컨라오쭈·啃老族)’라고 말한다. 중국 정부의 ‘한 자녀 정책’에 의해 등장한 이 세대는 부모에 의존해 행복을 영위하는 것으로 비친다. 일본에는 1987~96년 태어난 ‘유토리 세대(Yutori Generation)’가 있다. ‘유토리(ゆとり)’는 ‘여유’라는 뜻으로, 이 세대는 미래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고 현재의 자유를 추구한다. 

한국에서 젊은이들은 ‘흙수저’로 불린다. 이와 함께 쓰이는 말이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뜻의 ‘헬조선’이다. 이 용어들은 한국의 많은 젊은이가 직면한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 ‘경제적 불평등’ ‘과도한 노동시간’ ‘가난으로부터 도저히 탈피할 수 없는 계층 양극화’ ‘부조리로 가득 찬 일상’을 상징한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지구상의 어떤 나라에 소속돼 있든 저마다 매우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평화, 빠른 세계화, 기술 진보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세대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업난, 양극화, 부조리

이렇게 각 나라는 젊은 세대와 관련된 각자의 특별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한국은 이러한 세계 청년 문제를 집대성한 극명한 사례로 보인다. 

한국 사회는 급속히 고령화하고 있는데, 이 늙어가는 인구를 짊어져야 한다는 무거움이 연약한 젊은 세대에 가해지고 있다. 한국은 정부 주도로 근로자의 퇴직 시기를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다. 이것은 젊은 세대에겐 재앙과 같은 영향을 주는 듯하다. 나이 든 근로자가 지금 취업 시장을 주도하면서 많은 젊은이는 이 시장에 진입도 못 한 채 구직자 상태로 머물러 있다. 

이 실업 문제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재정적 안정성을 걱정하게 해서 이들이 연애, 결혼, 육아를 포기하도록 한다. 그래서 이들은 ‘3포 세대(3 Give-Up Generation)’로도 불린다. 나아가 이들은 정규직 취업과 주택 소유까지 포기해 ‘5포 세대’가 된다. 이에 따라 이 젊은이들은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취업준비생은 우리에게 “나는 명문대 졸업장, 4.0 평균 학점, 완벽한 영어시험 점수, 그리고 감동적인 인턴 경험을 갖췄는데도 계속 입사 시험에서 떨어지고 있다”면서 낙담한다. 그는 “내가 ‘N포 세대’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N’은 한국어에서 ‘한계가 없는 지수’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한국 젊은 인구의 어두운 미래를 상징한다.

“입문하는 일자리도 경력 요구”

자기 나라 안에선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한국 젊은이들은 헬조선의 탈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몇몇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8명은 더 나은 삶을 추구하기 위한 해외 이주를 꿈꾼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근원적 물음이 뒤따른다. 

“한국 바깥의 세계는 정말 그렇게 살 만한 곳일까?” 

고려대에 재학 중인 미국인 학생 벨레 레오네티(여·23)는 “미국에서도 많은 대학생이 품위 있는 직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이 직면하는 현실적 이슈는 자신의 어깨에 드리워진 빚 문제”라고 말한다. 미국의 대학 졸업자들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 적합한 직업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이들 중 상당수는 학자금대출 상환을 위해 자신의 기대치보다 낮은 직장에 안착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젊은 세대의 문제가 한국처럼 사회적 이슈가 되진 않는다. 한국계 미국인인 새라 김(여·21·고려대 교환학생)은 “많은 미국 젊은이가미취업이나 빚과 투쟁하지만, 미국 사회는 모든 세대와 연관되는 인종 문제, 성차별 문제, 빈곤계층 문제를 훨씬 강조한다”고 설명한다. 그녀에 따르면, 대신 미국에선 젊은 세대에 한정된 문제에 대해선 관심이 덜하다. 

호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안고 있다. 호주의 나이 든 세대는 “젊은 세대가 그만한 역량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서 직업을 너무 까다롭게 고른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호주의 젊은이들은 이런 기성세대의 견해에 반론을 편다. 호주의 대학생 키에네 헨더슨-왓킨스(여·19)는 “취업 시장에 접근하는 문제는 심각하다. 어떤 분야에 입문하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해도 고용주는 대개 구직자에게 관련된 경험을 갖고 있는지 묻는다. 이것은 비합리적인 상황”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선 불가능”

흙수저 이야기를 다룬 TV 드라마의 한 장면. [스포츠동아]

흙수저 이야기를 다룬 TV 드라마의 한 장면. [스포츠동아]

대학이 실질적 기술을 교육하지 않는 점도 청년실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대학들은 직업 현장에 필요한 실무기술을 가르치는 수업 대신 이론 수업에 높은 비중을 둔다. 한국계 독일인 대학생인 얀 지버(20)는 “독일에서 이런 한쪽에 치우친 교육이 구직난을 심화시킨다. 대학생들이 회사에 유용한 실질적 지식을 갖추지 않아서 실업 상태에 있거나 자신의 교육수준에 적합하지 않은 저임금 일자리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도 청년 세대의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에 재학 중인 팔레스타인인 엘리어스 리젝(23)은 “팔레스타인에서 이스라엘의 영토 점령과 연관된 정치적 불안정은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경기 침체는 청년실업난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홍콩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말레이시아인인 트리시아 호(여·21)는 “많은 말레이시아 젊은이는 해외 이주를 꿈꾼다. 국내의 열악한 생활 여건과 엉망인 정치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우리가 여러 나라의 젊은 세대를 비교한 결과를 요약해보자면, 각국이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각자의 용어와 각자의 청년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젊은이들에게 안락한 침대를 보장해주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 문제가 한국만큼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나라는 별로 없으며, 한국의 청년 문제는 상대적으로 더 절망적으로 비친다. 

한국과 캐나다 간 비교는 이런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로널드 채(22)에 따르면, 캐나다도 나름의 청년 세대 이슈를 갖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젊은이들은 한국 젊은이들에 비해 삶에 있어 훨씬 더 많은 대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당신은 미숙련 육체노동을 하는 근로자로 일해도 레저를 즐길 정도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 이는 한국에선 불가능해 보인다. 캐나다에서 생활하는 데엔 돈이 많이 들지만 그만한 수입을 얻는 일을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로널드 채) 

일본에서 유토리 세대는 처음엔 젊은 세대를 ‘학력 저하 세대’로 비하할 목적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일본 경제가 살아나면서부터 유토리 세대는 ‘경제 부활의 발판’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와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로는 정상적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낙원은 어디에?

여러 나라의 청년 세대가 반복적으로 직면하는 장벽은 ‘취업난’ 일 것이다. 그러나 헬조선은 ‘취업난’ 외에 ‘불평등’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불평등은 사실 세계적 현상이다. 이것은 ‘근래에 세계경제가 호황을 맞고 있음에도 각국의 젊은 세대가 왜 고통을 겪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일 수 있다. 

세계 각국 젊은 세대가 처한 상황은 어떤 측면에선 유사하고 다른 어떤 측면에선 서로 다르다. 한국 젊은이들을 위한 낙원은 이 지구상 어디에 존재할까?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영어강의: 담당자 허만섭 신동아 기자)’의 외국인 수강생들이 영어로 작성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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