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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펐다, 아팠다, 배웠다, 그래서 변했다”

‘가을남자’ 추신수 단독 인터뷰

  • 토론토=이영미 | 스포츠 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슬펐다, 아팠다, 배웠다, 그래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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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덕분에 토론토 갔다”

FOX스포츠의 텍사스 전담 리포터인 에밀리 존스도 추신수의 남다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존스는 추신수에게 선수 이전에 인간적으로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추신수를 알면 알수록 놀라운 것은 하는 일마다 열정을 갖고 임한다는 점이다. 팀을 위해, 계약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또한 한국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그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뛴다. 그게 전반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했고, 후반기에는 뛰어난 성적으로 나타났다. 뭔가를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전반기 오랫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는 후반기에 들어와 이전의 추신수로 돌아왔고,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켰다. 야구선수로서도 훌륭하지만 자신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존스는 추신수가 부진에 빠졌을 때 그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추신수가 힘들어할 때 그와 이런 얘길 나눴다. ‘추, 당신은 야구를 잘하는 선수예요. 그런데 필드에 있는 당신은 혼란스러워 보여요. 당당해지세요. 당신은 충분히 그럴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추신수는 ‘고맙다’면서 빠른 시일 안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 요즘 추신수를 보고 있으면 자신감이 펄펄 넘친다. 야구가 사람을 살리기도,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는 것 같다.”



배니스터 감독과의 갈등

미국 텍사스 주 지역 매체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의 제프 윌슨 기자는 추신수의 올 시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추신수의 9월과 10월을 보면 지난해 부상과 수술 후 복귀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론 4월까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해 걱정하기도 했다. 5월에 반짝 했다가 또다시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베이스 러닝에도 자신감이 붙었고, 타율이 올라가면서 수비까지 좋아졌다. 지금 모습이 바로 구단에서 기다려온 추신수의 모습이다. 그는 자신이 구단으로부터 받는 몸값이 얼마나 합당한 금액인지 충분히 보여줬다.”

윌슨 기자는 추신수의 9월 활약만 놓고 보면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메이저리그 선수 중 최고의 성적을 냈는데, 그 정도면 연봉을 더 받는다고 해서 이상할 게 전혀 없다. 팀의 구심점 노릇을 하면서 선수들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추신수같이 투지가 넘치는 선수를 좋아한다. 그가 원래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온 게 진심으로 반가웠다.”

올 시즌 추신수의 숙제 중 하나는 배니스터 감독과의 껄끄러운 관계 개선이었다. 배니스터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베테랑 선수에 대해 최대한 배려하고 예우하는 태도를 보였지만, 상대팀에서 좌투수가 나오면 추신수를 라인업에서 제외하고 우투수가 나와도 기용하지 않는 이해하기 힘든 처사로 의문을 자아냈다. 추신수도 처음엔 꾹 참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려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변화를 보이지 않는 감독의 행동에 대해 결국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추신수는 일기를 통해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선수 기용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은 선수를, 왜 이런 방식으로 대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를 전했다. 자신은 매일 경기에 나가 타격감을 되찾고 싶은데 휴식 차원의 결장이 계속되고, 야구장으로 출근해 라인업을 확인하며 자신의 이름을 찾아보는 상황이 익숙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에 소개된 이 일기는 큰 반향을 불렀다. 텍사스 현지 기자들이 일기를 번역해 소개했고, 급기야 배니스터 감독과 존 다니엘스 레인저스 단장까지 그 내용을 확인하게 된다.

군기 잡기 시범 케이스?

흥미로운 부분은, 그 일기가 알려진 이후 추신수가 정규 시즌을 마칠 때까지 단 한 경기도 빠진 적이 없고 계속 출전하면서 성적이 상승 가도를 달렸다는 점이다. 다니엘스 단장이 ‘일기 사건’ 후 배니스터 감독과 면담했고, 이후 추신수를 계속해서 경기에 출전시켰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위에서 언급한 제프 윌슨 기자는 추신수와 감독의 관계 중 감독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독이 베테랑 선수를 그런 식으로 군기 잡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베테랑들은 바보가 아니다. 오히려 믿고 맡겨야 한다. (배니스터) 감독도 첫 시즌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을 테고, 그러려면 뭔가 본보기가 될 만한 일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추신수의 라인업 제외였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감독의 마인드에 변화가 일어났고, 추신수가 경기에 나가면서 팀도 상승세를 탔다는 점이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추신수는 감독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자 한참을 생각하다 이렇게 입을 뗐다.

“그때만 해도 너무 힘들다보니 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부터는 감독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를 라인업에 넣든 빼든 되도록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내가 잘하면 언젠가는 라인업에 계속 넣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생각했다.

나는 나를 믿고 데려온 사람들한테 뭔가 보답하고 싶었다. 그들의 믿음이, 그들의 지지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 했고, 그런 기회가 줄어드는 데 대해 서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아무리 안 좋아도 마음 아파하지 말고,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너무 좋아하지 말자’는 거다. 내가 1할을 치든 2할을 치든, 시간이 지나면 2할7푼, 2할8푼 또는 3할의 성적을 낼 테니까.”

올스타 브레이크 修心

추신수의 올 시즌 성적은 7월 14일부터 4일간 휴식을 취한 올스타 브레이크 전과 후로 나눠볼 수 있다.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추신수는 이와 관련해 다소 길게 설명했다.

“3, 4일밖에 안 되는 휴가를 받고 할 수 있는 건 가족과의 여행이었다. 그래서 대여섯 시간을 운전해 바닷가를 찾았고, 아이들과 낚시를 하며 온전한 휴식을 취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큰 걸 보여주려고 하기보단 작은 부분에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작년에 두 차례 수술을 하고 재활 과정을 거쳐 올 시즌 복귀했기에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했다. ‘반드시 보여주고야 말겠어’라는 생각이 앞서다보니 부드러운 면을 잃었다.

후반기부터는 좋은 공만 치자고 다짐했다. 스트라이크가 아닌 공에 방망이를 대지 말고 안타 치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출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다보니 좋은 공을 치면 안타가 나오고, 나쁜 공에 손을 안 대니 볼넷이 나오면서 출루율이 올라갔다. 그렇게 시즌을 보내다 좀처럼 2할5푼을 넘지 못하던 타율이 반등 조짐을 보였고, 2할6푼, 2할7푼, 그리고 2할7푼6리에 도달했다.”

비록 힘든 시즌을 보냈지만, 아무리 성적이 좋지 않아도 시즌 마칠 때엔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추신수는 시즌 중 기자와 통화할 때도 “지금은 성적이 안 좋아도 시즌을 마칠 때쯤이면 2할7푼, 2할8푼 정도의 성적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자주 얘기했다. 4월 말, 9푼6리의 타율을 기록할 때도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에 와서 고백하자면, 기자인 나도 그때 추신수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참담할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을 낸 그가 2할7푼까지 타율을 끌어올린다는 건 기적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어느 누구도 내가 잘할 거라고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팬들도, 기자들도 모두 등을 돌렸으니까. 포털사이트에 ‘추신수 일기’를 연재하는데, 그 일기 댓글들이 대부분 나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졌다고 하더라. 나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컸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비난이 서운하기도 했다. 선수가 못할 때 좀 기다려주면 안 될까, 기다려주면 반드시 해낼 선수라고 믿고 응원해주면 안 될까 하는 생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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