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호

처음 읽는 부여사 外

  • 담당 · 최호열 기자

    입력2015-10-22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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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처음 읽는 부여사

    송호정 지음, 사계절, 256쪽, 1만8000원

    처음 읽는 부여사 外
    부여의 역사는 그동안 일반인은 물론 연구자들로부터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기존 개설서나 교과서에서 부여를 옥저나 동예 등 초기 국가와 같은 발전 과정에 있던 연맹왕국으로 이해했기에 부여사를 아주 간략하게 언급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부여는 기원전 3세기에 역사 무대에 등장해 700년 이상 만주 일대를 무대로 활약한 우리 고대 국가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은 부여 왕실에서 태어나 성장한 부여 왕자다. 백제도 온조 집단이 부여 후손임을 자처했고, 나중에 국가 부흥을 꾀하며 국호를 남부여라고 한 데서 드러나듯 그 연원이 부여에 있다. 신라와 가야 역시 부여에서 내려온 주민 집단이 아주 중요한 구실을 했다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발해도 부여 후손으로서 옛 부여 지역을 회복하고 자랑스러워한 것이 사료에 기록돼 있다. 이처럼 부여의 역사는 한국 고대국가 발전 과정에서 변방이 아닌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찍이 부여를 주목한 신채호는 ‘독사신론’에서 ‘4000년 우리 역사는 부여족 성장 발전의 역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단군의 정통이 부여로 계승되고 기자, 한(韓) 등이 단군 후예인 부여 왕조의 명령을 받들었으며, 부여에서 고구려가 파생됐다고 보았다. 부여는 오늘날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고대국가 발전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품으려고 노력한 지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그러나 부여의 활동 지역이 중국 땅이다보니 우리가 유적 현장에 접근할 기회조차 쉽게 갖지 못하는 동안 부여사 연구의 주도권이 중국 학계로 넘어갔다. 동북공정이 추진되기 전부터 중국 학계에서는 부여를 중국 지방민족 정권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다 동북공정의 시작과 함께 부여는 더욱 집중적인 연구 대상이 됐고, 고고 조사와 병행해 중국의 고대 역사로서 정리하는 많은 연구 성과가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동북공정 탓에 우리 고대 역사인 고구려사가 중국사로 편입됐다고 걱정하며 동북공정에 대한 반박 논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그 반박 논리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주몽을 비롯해 고구려를 세운 집단이 예맥족이 세운 부여의 왕족 출신이라는 점이다.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여사를 중국 역사가 아닌 예맥족이 세운 한국 고대 역사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후손이 고구려, 백제, 신라(가야), 발해를 세웠다는 점에서 우리 역사의 출발점에 부여사가 있다.

    감춰진 우리 고대사로서 부여사의 제자리를 찾는 것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과제다. 이 책은 ‘국내 1호 고조선 박사’인 필자가 그동안 고대사의 변방에 있던 부여의 역사를 한국 고대국가의 출발점이자 원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지린, 선양 등 만주 지역을 수십 차례 답사하고 국내외 연구 성과를 종합해 저술한 책으로, 부여의 기원부터 성장과 쇠퇴, 제도, 생활과 문화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부여에 관해 밝혀진 모든 것을 집대성한 최초의 단행본이다.

    송호정 |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

    지낭-삶의 지혜란 무엇인가 _ 풍몽룡 지음, 문이원 옮김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지혜의 주머니’를 뜻하는 ‘지낭(智囊)’은 고대 중국인의 생활 속 지혜를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담은 기서(奇書)다. 명말의 문장가 풍몽룡(馮夢龍)이 요순 시대부터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고금의 지혜로운 이야기를 수집해 테마별로 분류해 엮였는데, 치국(治國)의 지혜에서 삶의 소소한 상황에 쓰인 작은 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쑨원, 장제스, 마오쩌둥 등 중국 역대 통치자들이 곁에 두고 참고하는 경략(經略)의 지침서로, 또 민중이 생활의 지혜가 필요할 때마다 열어보는 참고서가 된 것은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원작 1200여 편 중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150여 편을 엄선해 번역했다. 원견과 선견지명, 경제, 합리적 사고, 처세, 재판, 역발상 및 역이용, 전략과 전술, 속임수 등 9가지 주제로 분류해 현대적 해제를 덧붙였다. 동아일보사, 528쪽, 2만 원

    용재총화 _ 성현 지음, 김남이·전지원 옮김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용재총화’는 조선 전기 학자 겸 문인 성현이 남긴 잡록필기, 즉 붓 가는 대로 자유롭게 쓴 글이다. 글로 쓴 잡담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부 모았다는 ‘총화’라는 제목에 걸맞게 인물, 역사, 문학, 제도, 풍속, 설화, 웃기고 야하고 무서운 이야기 등 조선 전기 온갖 것에 관한 기록이 담겼다. 수록된 320여 개의 일화가 그 시대의 생생한 민낯을 보여준다. 500년 전 책이지만 거침없고 진솔하게 써서 고리타분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조선 전기의 세태 물정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유롭고 역동적이었던 당대 사람들의 방탕함과 호방함, 성과 윤리에 대한 생각, 인간에 대한 이해를 엿볼 수 있다. 기존 번역서의 오류를 바로잡고, 주석을 보완해 사실과 맥락을 한결 풍부하게 살필 수 있도록 정리했다. 휴머니스트, 744쪽, 3만2000원

    한자, 중국어와 함께하는 중국문화산책 _ 임진규 지음

    처음 읽는 부여사 外
    4년 동안 베이징에서 한화차이나 사업개발 총괄업무를 맡은 저자가 한자·중국어를 열쇳말 삼아 중국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중국의 다양한 모습을 인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부터 현지에서 경험한 생생한 현재의 중국까지 담았다. 중국어를 모르더라도 한자에 관심이 있다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설령 한자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중국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기사로 보는 키워드’ 코너에서는 키워드 한자가 들어간 신문기사를 인용해 오늘의 중국은 물론 중국의 시각에서 바라본 세계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다. 150여 개의 한자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중국이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순서대로 볼 필요 없이 흥미로운 대목부터 읽으면 된다. 한나래플러스, 440쪽, 1만8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인생, 한 곡

    김동률 지음, 권태균·석재현 사진, RHK코리아, 327쪽, 1만4000원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이 책은 한 시대를 관통한 노래가 인생에 던지는 깊은 의미들을 풀어낸다. 지금 기성세대와 함께한 노래에 저자만의 통찰과 감성을 더함으로써 읽는 이의 마음을 위무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전문적인 가요 비평 책이 아니다. 더구나 저자는 가요와는 거리가 있는 언론학 교수다.

    책은 폭주기관차처럼 정신없이 달리다 삶의 반환점을 돌아 문득 허망해 하는 중년에게 음악여행을 권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노랫말 행간을 같이 거닐며 당시의 시대 상황과 비하인드 스토리, 그 시절 청춘들의 낭만과 사랑, 그리고 각각의 노래가 이 땅에 미친 영향을 탐색한다. 시대를 키우고 이끌며 지금도 성장해온 책 속 노래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대체 가능하다.

    노래는 힘이 세다. 삶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 폭풍 같은 청춘기를 지내고 늦은 밤 귀갓길 남몰래 울적해 하는 중년들에게 노래가 주는 위로는 인생만큼이나 깊고도 넓다. 노래 한 곡 한 곡이 생에 던지는 이야기에 독자는 주목해야 한다.

    저자가 “돌이켜보면 인생도, 청춘도, 꿈도 노래와 함께 간다. 책은 삶의 신산함을 겪은 이 땅의 중년에게 바치는 소박한 헌사다”라고 서문에서 밝혔듯이, 이 책에 수록된 노래들엔 열병처럼 지나온 젊은 날의 사랑과 그리움이 녹아 있다. 다시 못 올 것에 대해 한번 그리워해보라고 속삭이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비롯해, 마음 한 켠에 남아서 가끔 슬퍼지거나 외로워질 때 덕수궁 돌담길과 함께 맴도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같은 노래들은 가버린 젊음과 사랑을 추억하며 묵직한 그리움에 젖게 한다.

    그렇다. 서른을 많이 넘지 않은 사람들은 노랫말이 주는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서른 즈음, 세상에 내동댕이쳐져 뜨거운 순댓국밥을 허겁지겁 먹어본 사람은 안다. 그리고 서른을 훌쩍 넘긴 사람들은 ‘서른 즈음에’가 주는 그 슬프고도 시린 마음에 잠을 뒤척이게 된다. 노래를 듣기 전에는 치기 어린 사랑 투정 정도로 지레 짐작했을 그 노래가 얼마나 가슴을 치는지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머물러 있는 청춘은 없다. -‘서른 즈음에 / 김광석’ 중에서

    청춘을 내던지고 억압의 시대를 외면하지 않은 노래들도 담았다. 깨진 보도블록을 던지며 “산자여 따르라”를 목놓아 외친 ‘임을 위한 행진곡’, 여성 보컬과 건반의 경쾌한 연주와는 극히 대조적인 여공들의 곤궁한 삶을 노래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통해 노래가 한국인들의 시대정신(zeitgeist)과 어떻게 호흡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노래 속에는 이처럼 사랑도, 이념도, 청춘도, 인생도 녹아 있다. 이런 노래가 우리 인생에 던지는 의미를 책을 통해 들여다보면 그 속에 우리가 내디뎌야 할 미래가 보인다.

    김동률 |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

    데칼로그 _ 김용규 지음

    처음 읽는 부여사 外
    ‘데칼로그(Dekalog)’란 십계명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이 책은 서양철학의 존재론 전통 위에서 십계명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담은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데칼로그’를 매개로 십계명을 새롭게 해석하고, 영화가 던지는 물음을 철학·신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저자는 십계명이 인간을 억압하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탐욕이라는 족쇄를 통해 파멸로 이끄는 ‘죄의 마성’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주는 ‘열 개의 열쇠’라고 말한다. 서양철학의 중요한 인물과 개념들에 관한 명쾌한 해설을 통해 기독교라는 종교의 시원과 본질, 그리스도론·삼위일체론·구원론에 관한 핵심적인 사항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또 칼뱅, 루터 등 종교개혁자들의 견해는 물론 기독교 신비주의 전통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사상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포이에마, 735쪽, 2만8000원

    고조선문화의 높이와 깊이 _ 임재해 지음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안동대 민속학 교수인 저자가 역사학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민속학의 본풀이사관을 바탕으로 고조선을 연구한 연구서. 우리에게 ‘단군신화’는 한 편의 짧은 이야기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 말대로 시각을 달리해서 접근해 보면 북방에서 활약한 고조선의 실체적 역사와 만나게 된다. 또 우리가 현재 누리는 한류(韓流) 문화가 고조선과도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단군보다 오히려 환웅의 역할을 주목하고 신시(神市)문화 해석에 관심을 쏟는다. 내몽골과 요하 유역에서 꽃핀 ‘홍산(紅山)문화’는 신시고국의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한다. 환웅의 태양시조 사상은 부여와 고구려, 신라를 거쳐 가야로 이어지며, 홍익인간 이념은 신라의 혁거세 사상으로 계승된다는 사실도 밝힌다. 경인문화사, 831쪽, 5만8000원.

    인류의 기원 _ 이상희·윤신영 지음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이상희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UC리버사이드) 교수와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편집장이 인류 역사에 이정표가 됐고 독자도 흥미로워할 22가지 인류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5100년 전에는 유럽에서도 흰 피부 인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첫 인류가 탄생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현생 인류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했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 직립을 하고 도구를 사용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한다. 원시인은 식인종이었다는 오해부터 백설공주의 유전자,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난쟁이 ‘호빗‘을 닮은 화석,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아버지라는 존재 등이 재미있게 읽힌다. 옛 화석 뼈에서 유전자를 추출·분석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이 드러난 인류의 역사 또한 독자의 흥미를 끈다. 사이언스북스, 352쪽, 1만7500원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다카하시 노보루의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의 발견부터 출판까지

    다카하시 고시로 엮음, 김용권 옮김, 민속원, 167쪽, 9000원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올해는 광복 70년이 되는 해다. 광복은 말 그대로 빛을 되찾은 것이다. 빛을 잃은 것은 1910년부터 1945년의 일제 강점기시대다. 이 시대는 말할 것도 없이 식민지 통치하의 어둠의 시대라는 말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 어둠의 시대라도 천편일률적으로 해석하면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도,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게 된다.

    간단히 해석할 수 없는 역사적인 일은 많다. 일제시대에 과학적, 객관적 자세로 조선 농업과 농민을 찾아가서 연구한 사람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다카하시 노보루(高橋昇)가 바로 그 사람이다. 다카하시 노보루는 일본이 패전한 그 북새통 속의 분주한 작업에 심신이 피로해 56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다카하시 노보루가 남긴 방대한 자료를 아들인 다카하시 고시로(高橋甲四郞) 씨가 2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정리 정돈해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이라는 책을 발간하게 됐다. 이 책의 발간에는 2명의 대학교수, 이누마 지로(飯沼二郞) 씨와 미야지마 히로시(宮嶋博史) 씨가 전면적으로 협력했다. 이누마 씨는 고인이 됐지만, 미야지마 씨는 도쿄대 교수를 지내고 성균관대 교수로 있다. ‘조선반도의 농법과 농민’은 2014년 4월 전 3권으로 번역돼 국내에서도 출간됐다.

    일제시대 조선 농업의 구체적인 상황을 전하는 자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 자료는 농업은 물론 사회학, 민속학 등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일제하 조선에 대한 연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이렇듯 20년에 걸친 다카하시 고시로 씨의 분투기가 이 책의 테마다. 역사는 언제나 일사천리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진행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느끼게 될 것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36년간 식민지 통치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시기를 일반적으로 탄압과 저항의 역사였다고 간단히 치부하고 만다. 그러나 한국인과 일본인이 대립하는 가운데 일본인으로서 한국인의 처지에서 일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자들이 이런 경우가 많다. 과학은 민족에 따라 편향되지 않고, 민족적 편견을 넘어서 진리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다카하시 노보루는 농학자로서 조선 농법과 조선 농민을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연구하기 위해 한글도 배우고, 조선 농민과 잠자리와 식사를 같이했다. 이 책은 그가 20여 년에 걸쳐 이룬 성과와 남긴 자료를 아들인 다카하시 고시로 씨가 정리정돈하기까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그의 커다란 작업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하나의 가교가 될 것이다.

    김용권 | ‘일본제국의 성립’ ‘조선한국근현대사사전’ 등 저술

    내가 사는 세상 내가 하는 인문학 _ 문성준 글, 하얀가루 그림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요즘 인문학이 대세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듯 인문학을 쳐다보지만 인문학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당대 석학이나 사상가, 작가들의 엄선된 사상이나 문학적 성과가 온전히 녹아 있는 게 대부분이다보니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 책은 보통사람들에게 어렵기만 한 인문학을 우리 ‘곁’으로, 즉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가지고 온다. 결혼정보회사, 동물원, 월드컵, 가방, 플래너, 학력 등 우리가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삶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인문학으로 다룬다. 남의 세상이 아닌, 즉 플라톤의 세상도, 니체의 세상도 아닌 바로 ‘내가 사는 세상’을 이야기한다. 삶의 모범 답안이 주어진 채로 살아가는 ‘내’가 추구할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다룬다. 촌철살인의 지혜를 담은 만화가 곁들여져 있어 부담스럽지 않은 게 미덕이다. 새잎, 412쪽, 1만6000원

    스웨덴 복지 모델의 이해 _ 고명현 엮음

    처음 읽는 부여사 外
    대표적인 선진복지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의 복지 역사와 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복지정책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지 살폈다. 많은 복지혜택을 제공하면서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는 스웨덴 모델은 우리 사회 복지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성공적인 복지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많은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개혁을 거친 결과물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등 많은 대외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복지정책은 흔들림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의 중요한 수단인 고등교육을 포함해 여러 분야에 사회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상생의 문화’에 기인한다고 전문가들은 이 책에서 분석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212쪽, 1만5000

    꿀벌과 게릴라 _ 게리 해멀 지음, 이동현 옮김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수십조 원의 적자에 신음하던 소니와 IBM에는 수많은 ‘꿀벌’이 있었다. 꼼꼼하게 계획하고 관리하는 간부,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직원…. 그러나 침몰하는 기업을 살린 건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긴 ‘게릴라’였다. 혁신하는 사람(또는 기업)들은 게임을 잘해서가 아니라 게임의 룰을 바꿨기 때문에 성공했다. 세계적인 경영학 석학인 저자는 ‘성실하지만 시키는 일만 잘하는 꿀벌’보다는 ‘파격적이지만 신선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게릴라’가 될 것을 주문한다. 게릴라형 인간은 조직이 아닌 ‘상상력’에 충성하는 사람, 새로운 것을 미친 듯이 파고드는 사람 등으로 정의한다. “혁명의 시대는 혁명적 사고를 지닌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당신이 만약 꼭두각시처럼 행동한다면 당신뿐 아니라 조직까지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세종서적, 540쪽, 1만95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축적의 시간

    서울대 공대 지음, 지식노마드, 559쪽, 2만8000원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지난 5월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로부터 ‘메이드 인 코리아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하는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축적’이라는 키워드에 위기에 처한 한국 산업의 미래가 있다는 요지의 설명을 듣는 순간 직감적으로 ‘아, 이것이다’라는 느낌이 왔다. 한국의 산업이 추격과 모방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의 영역으로 도약하려면 ‘창의적인 개념설계’ 역량을 갖춰야 하고, 개념설계 역량을 확보하려면 교과서나 논문으로는 배울 수 없고 오로지 도전과 시행착오를 통해 고급 경험지식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메시지였다.

    ‘위기’에 대한 걱정과 경고의 목소리는 많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진단이 현실에서 의미를 가지려면 ‘위기를 극복하려면 이렇게 해야겠다’는 행동의 지침을 제시하는 수준까지 심화, 구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현실감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원고는 드물게 그런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었다. 이 책의 바탕이 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도전과 과제’ 프로젝트는 각 산업 분야별로 국제적 수준의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산업 현장도 잘 이해하고 있는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의 직감적 통찰을 바탕으로 ‘한국 산업’의 미래 발전 방향을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1년 반 동안 진행된 작업이다. 필자가 알기로 서울대 공대가 집단적으로 사회적 발언에 나선 것은 개교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현재 한국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절박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원고 곳곳에서 그런 절박함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예를 들어보자. 10여 년 전, 한국의 교수가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를 얻었다. 그는 국내 반도체 회사에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기술 이전을 제안했지만, 이 회사는 그 기술을 채택하지 않았고, 결국 60여 년 반도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3차원 반도체 기술은 미국 회사에 넘어갔다. 인천대교는 한국 최초의 자립기술로 건설된 장대교(長大橋)로 평가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전체의 기획과 핵심 구조를 설계하는 개념설계는 일본, 캐나다, 영국 등의 투자 및 기술회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즉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알맹이는 우리 것이 아니었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저자들은 고급 경험지식을 축적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도약하려면 한국 사회 전체가 벤치마킹과 속도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며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기업은 물론 정부와 학교 등 한국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경험을 축적하고자 노력하는 조직과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센티브 체제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 나아가 압축성장기에 우리 산업계와 정책의사 결정자들이 갖고 있던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 시간을 들여 누적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시행착오의 과정과 결과를 꼼꼼히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김중현 | 지식노마드 대표 |

    보라카이 세부 보홀 홀리데이 _ 박애진 지음

    처음 읽는 부여사 外
    지상 최고의 해변이 있는 보라카이, 쇼핑·관광·휴양 모두 만족을 주는 만능 여행지 세부, 때 묻지 않은 원시자연이 보존된 보홀 등 세계인이 가장 즐겨 찾는 필리핀 3대 휴양지 가이드북. 보라카이, 세부, 보홀을 샅샅이 훑은 저자는 같은 필리핀이지만 이 세 곳의 색깔은 확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세 휴양지의 각기 다른 매력을 세밀하게 안내하는 것은 물론 여행지마다 최적의 스케줄을 제시, 만족스러운 여행스케줄을 짤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휴식을 위해 세부를 찾는다면 막탄 섬을, 관광을 원한다면 세부 시티를 권하는 등 여행 패턴에 맞는 숙소를 엄선해 추천한다. 이외에도 다국적 요리 기법이 녹아든 맛집과 해상레포츠, 교통정보 등 제대로 즐기고 놀 수 있는 다양한 꿀팁이 가득하다. 꿈의지도, 320쪽, 1만5000원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남한강편 _ 유홍준 지음

    처음 읽는 부여사 外
    누적 판매부수 370만 권이 넘는 등 문화유산답사 붐을 이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새로 추가됐다. 7권 제주편 이후 3년 만이다. ‘남한강편’은 우리 국토의 핏줄이라 할 수 있는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펼쳐진다. 영월에서 시작해 단양, 제천, 충주, 원주, 여주, 이천을 거쳐 남양주 양수리로 이어진다. 이전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미술사적 유물에 집중했다면 남한강편은 문화유산 전반을 소개한다. 조선시대 문헌은 물론 저자가 수많은 사람과 나눈 개인적인 대화를 복기해 낯선 공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남한강 유역에 산재한 수려한 경관과 평화로운 강변 마을의 풍경, 각지의 문화유산에 얽힌 풍성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득한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 가슴 찡한 사람살이의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창비, 448쪽, 1만8000원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_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처음 읽는 부여사 外
    ‘불안’은 현대인이 가장 흔하게 겪는 심리적 증상이다. 의식주에 대한 걱정, 실직에 대한 두려움, 또는 빈부 격차를 체감하면서 사람들은 불안에 시달린다. 중증의 불안장애 환자이자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불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나선다. 책은 거의 모든 분야와 시대의 불안에 관한 지식을 완벽하게 망라한다.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을 거쳐 다윈, 프로이트의 연구를 들여다본다. 현대 신경과학과 유전학의 최전선까지 나아가기도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저자는 ‘커밍아웃’이라고 표현할 만큼 자기 자신의 삶을 촘촘히 훑어낸다. 우울해지기 쉬운 내용이지만, 곳곳에 녹아 있는 위트와 유머가 읽는 맛을 나게 한다. 저자가 털어놓는 긴 투병의 경력과 공포의 순간들은 매순간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유쾌함으로 가득 차 있다. 반비, 496쪽,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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