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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화이트리스트 인사? 과거 정부와 인사 절차 달라”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 “장관 1년 6개월, 숲의 시간을 잃고 사막의 시간을 얻었다”
    ● “쌓아온 명예 잃더라도 사회적 책임 다하려 선택”
    ● “문학을 잃었다? 나중에 평가 받겠다”
    ● “문학 메리트 사라진 시대…작가들 반성하고 치열한 노력 필요”
    ● “여행은 ‘쉼표가 있는 삶’…근로자 휴가비 지원 확대”
    ● “게임, 캐릭터, 디자인, 관광벤처…청년 선호 일자리 확대”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시인이 있다. 풀잎 하나, 떨어지는 꽃잎 하나도 연민으로 다독이는 서정 시인이 있다. 아이들을 사랑한 죄로 해직교사가 되고, 잘못된 권력을 향해 직선적으로 저항할 때에도 여전히 따뜻한 시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잃지 않는 천생(天生) 여린 시인이 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정치라는 아사리판에 뛰어들더니, 장관에 임명되며 행정가로 변신했다. 도종환(64)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야기다.

이유 없는 변신은 없다. 자칫 평생 쌓은 시적 성취를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을 한 이유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서 보낸 지난 1년 6개월 소회를 듣기 위해 12월 5일, 문체부 서울사무소 장관집무실을 찾았다. 도 장관은 손수 보이차를 우려내고 따라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입안에 은은하게 머무는 보이차 향이 그를 닮았다.

“건강하시죠?” 인사말에 도 장관은 “아주 안 좋아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편히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니까요. 장관도 주52시간 근로 기준을 지켜야 하는데…(웃음).”

동석한 전병극 문체부 대변인에 따르면 도 장관의 하루는 오전 7시에 출근해 밤 9시 넘어까지 업무가 이어진다고 한다. 이날도 오전 국회 출석에 이어 오후엔 각종 면담과 업무보고가, 저녁엔 행사 참석이 예정돼 있었다. 주말에도 평일과 다름없이 행사가 연속적으로 잡혀 있다고 한다. 외국 출장도 잦다. 최근에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청 방문과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수행했다.

- 국회의원 때랑 비교하면 어떤가요.




“훨씬 더 바빠요. 국회의원은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와 견제, 감사 기능을 주로 수행한다면, 이 자리는 정책을 결정하고 책임지고 집행하는 자리니까요. 책임감이 더 무겁죠.”


고난의 길, 십자가의 길

도종환 장관이 2018년 10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도종환 장관이 2018년 10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 정치인으로, 행정가로의 변신은 뜻밖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정치는 연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에서 출발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해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갔죠. 재선의원으로 국회에 있으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촛불 열망을 모아 정권을 교체했잖아요. 그랬으면 당연히 책임을 져야죠. 책임지는 자리를 맡아달라고 해서 장관을 맡은 거죠. 행정가로 뜻밖의 변신을 했다기보다는, 연장선상에 있는 거죠.”

- 그래도 장관 제안을 받고 고민이 컸을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평생 쌓아올린 시업이 무너질 수도 있고.


“이미 다 무너졌죠(웃음). 늘 쌓아온 게 무너지고, 무너지면 다시 새로 쌓는 걸 반복하는 게 인생이죠. 고민은, 많이 했죠. 고민 안 하고 결정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 길이 힘든 고난의 길이고, 지금까지 쌓아올린 걸 다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보다 더 큰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면서 이 길을 선택한 거죠.”

- 주어진 역할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거죠.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 후 제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이 미사 후 저를 부르더니 십자가를 주며 ‘이 길은 영광의 길이 아닌 고난의 길이다. 그 고난의 길을 잘 걸으시라는 뜻으로 이 십자가를 드린다’고 하더라고요.”

- 가까운 문인들도 걱정을 많이 했을 텐데.

“특히 신경림 선생님은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걱정을 많이 하셨고, 안 했으면 하셨죠. ‘문학은 평생을 해야 하는 공부인데 중단하고 딴짓하다 오면 공부가 제대로 안 되는데’ 하시면서…. 고마운 말씀이죠.”


문학을 통한 성지순례

- 장관 취임 1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면.

“숲의 시간을 잃고 사막의 시간을 얻었다고 할까요. 고요의 시간을 잃고 고난의 시간을 얻었죠. 저에게 ‘문학을 잃고, 대신 권력을 얻었지 않았냐’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는 적어도 문재인 정부의 권력은 선한 권력, 따뜻한 권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권력을 얻었다면 그런 권력일 겁니다. 그리고 제가 문학을 잃었는지는 좀 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작품을 쓰고 있으니까요.”

- 주로 언제 쓰나요.

“틈틈이 쓰는 거죠. 일하다가도 쓰고, 행사 중에도 생각이 떠오르면 어디 가서 몰래 쓰고, 남북 정상회담 후 돌아오는 길에도 쓰고, 교황님을 만나 평화를 위한 저녁미사를 보는 중에도 영감이 떠오르면 메모해놓았다 숙소에 돌아와 쓰기도 하고요.”

- 시가 완성되면 발표하고 싶은 욕심이 생길 텐데.


“일부러 안 하고 있어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여지가 있을까봐. 발표하면 야당이 정치적으로 문제 삼고 언론에서 정치적으로 해석해 기사를 쓸 테니까요. 활동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그때 시집을 내거나 산문집을 낼 생각입니다. 그때 가서 문학적으로 평가받아야죠.”

도 장관은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순례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톨스토이의 단편 ‘두 노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 노인’은 평생 꿈이던 성지순례를 떠난 두 노인의 이야기다. 성실한 농부였던 예리세이와 누구도 잘 믿지 않는 부자인 예핌은 함께 성지순례를 떠났다 죽을 위기에 처한 가족을 만난다. 이들을 지나칠 수 없었던 예리세이는 자신이 가진 돈으로 음식을 사서 먹이는 등 가족을 돕는다. 예핌은 혼자 성지순례를 계속한다. 예리세이는 가족을 돌보다 돈도 떨어지고 시일도 놓쳐 성지순례를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반면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예핌은 일을 제대로 안 하는 아들과 크게 싸우고 집안이 풍비박산 난다. 톨스토이는 두 노인을 통해 누가 진정 성지순례로 고귀한 영혼을 얻었는지, 성인의 가르침대로 사는지를 묻는다.

“저도 지금 문학을 통한 성지순례를 중지하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셈인데, ‘누가 진정 끝까지 성지순례를 한 것인지는 더 지나봐야 안다’고 저 혼자 생각합니다. 한평생 자기가 가장 열망했던 곳을 향해 가고, 거기서 받은 성스러운 영혼으로 남은 인생을 성스럽게 살아가는 게 성지순례의 참의미라면,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적 평가는 조금 더 유보해주었으면 합니다.”


징계 범위 어디까지

그에게 아픈 질문부터 던졌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계기가 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문체부의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우군(友軍)인 진보진영에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와 문체부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는가 하면, 해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답답한 마음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활동을 했어요. 진상조사위원들 외에 투입된 전문위원만 25명에 달합니다. 저기 있는 10권이 그 결과물입니다(장관 책상에 놓인 자료집은 높이가 1m에 달할 만큼 방대했다). 해당자 130여 명을 세세히 조사했는데, 자기들 행위를 솔직하게 다 진술했어요. 그 과정도 매우 중요한 작업이에요. 다른 기관은 그렇게 한 경우가 없어요. 그렇게 조사한 후 처벌 문제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없으니 문체부에 넘기자, 그렇게 된 겁니다. 그런데 문체부 징계대상자 44명 중엔 퇴직자도 많고 징계시효를 넘긴 경우도 많아요. 그들을 징계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법조인 출신 전문가에게 의뢰해 수사의뢰 대상자 7명, 신분조치 대상자 12명으로 정리된 겁니다.”

- 징계 숫자가 너무 적다는 주장입니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모든 공무원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인데요.

“징계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해 감사원에서 ‘권한이 있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낸 바 있어요. 이에 따라 우리는 국·실장까지 책임을 묻기로 한 거고요. 그 밑에 직원들은 상사 지시를 이행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입니다. 대통령께서도 국무회의에서 ‘전달자 역할에 있었던 말단 공무원에게까지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지시하셨어요. 그래서 말단 공무원 10여 명 정도가 징계 대상에 안 들어간 겁니다. 그들도 자기는 책임이 없다고 변명하지 않고 징계를 받겠다며 많은 반성을 하고 있어요. 심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분들을 제가 직접 만나 4시간 반 동안 자세하게 설명을 드렸어요. 충분히 이해하셨고, 마지막으로 징계나 수사대상에 빠진 공무원이 있는지 한 번 더 검토해보자고 해서 그쪽에서 추천한 변호사들과 우리 측 변호사들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 블랙리스트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책 마련은.

“앞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거나 그 일에 관여했다간 더는 공무원을 못 하게 된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엄하게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예술인들의 지위와 권리 보장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자유롭고 공정한 창작 환경을 만들려 합니다.”

- 현 정부 들어 문화예술 분야 인사가 진보진영 출신으로 편중됐다며 화이트리스트인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화예술 분야 공공기관장 인사는 제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닙니다. 인사혁신처에서 정해진 규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합니다. 서류, 면접은 물론 프레젠테이션 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점수를 매기고 인사 검증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최종적으로 통과한 분을 저는 임명만 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누굴 임명하고 싶어도 관여할 여지가 없어요. 그게 과거 정권과는 다른 인사 시스템입니다. 응모한 분들을 대상으로 경쟁과 객관적 평가를 통해 가장 적합한 인물을 임명하고 있습니다.”


국립한국문학관

- 문학 위기의 시대입니다. 작가 출신 장관으로서 문학을 살리기 위한 구상은.

“문학이 사회에 주는 영향력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저는 2016년 문학을 진흥시켜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문학진흥법을 발의해 통과시켰습니다. 문학진흥법에 우리 문학계의 숙원사업인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이 들어 있습니다. 국립한국문학관을 중심으로 전국 모든 한국문학관을 네트워크화해서 자료를 공유하고 전시도 지원하고 운영 인력도 지원하는 등 문학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펼칠 계획입니다.”

- 국립한국문학관에 대해 좀 더 소개하면.


“문학관 하면 흔히 전시만 생각하는데 전시는 일부분입니다. 흩어지고 사라질 위기에 처한 소중한 우리 한국문학 유산을 집대성해 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 교육하는 문학 진흥의 전당이자 중추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자료 보존 보관을 잘할 수 있도록 수장고를 잘 만들 겁니다. 한국문학에 대한 모든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전부 디지털화할 거고요. 문학을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으로 만든 것을 보여줄 공간과 연구 공간을 갖출 뿐 아니라 창작 공간, 문학 진흥을 위한 공간도 마련하고 세미나실, 문학 행사 공간도 조성해 명실상부한 문학 진흥의 중심지로 만들려 합니다.”

당초 국립한국문학관은 용산에 만들어질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은평구에 만드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러게요. 시내 한복판인 용산에 1만3000평의 넓은 문화부 소유 부지가 있는데…, 용산공원 때문에 안 된다고 하네요” 하며 한숨을 쉬었다.

“아쉬움이야 많지만, 결론이 났으니까…. 아무튼 2022년 건립을 목표로 건축에 600억 원을 투입하고, 자료 확보에 90억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 그 외에 문학 활성화를 위한 사업은.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그동안 많이 부족했습니다. 60억 원에 불과하던 번역 지원 예산을 2018년에 100억 원으로 늘렸고, 우리 작가가 해외에서 좋은 상을 받고 해외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려 합니다. 우리 문학이 해외에 활발하게 진출하려면 출판도 함께 커야 해요. 북페어 진출을 통해 해외에서 우리 출판에 더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 출판을 새로운 산업으로 발돋움하게 할 생각입니다.”

- 언제부턴가 방송에서 문학을 소개하고, 작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문학이 메리트를 잃었다는 이야기죠. 작가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 작가들에게 하고픈 말은.

“최근 몇 년 동안 문단 이슈를 보면 긍정적인 것보다는 ‘표절’ ‘미투’ ‘친일’ 등 부정적인 게 더 많았어요. 독자들이 문학에서 점점 멀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긍정적 이슈가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또한 과거 작가들은 치열한 작품으로 국민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고 시대를 이끌어왔는데, 지금은 ‘채식주의자’나 ‘82년생 김지영’ 같은 작품이 있긴 하지만 그 힘이 약화된 듯합니다. 정부가 억지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작가들이 치열하게 노력해 독자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32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종착점

- 재임 중 성과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른 것을 꼽을 수 있겠죠. 북한이 참여하면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등 국가 운명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인계받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는데, 하늘이 많이 도왔어요. 개막식이 추위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노천경기장에서 열려 걱정을 했는데 개막식 날 따뜻했고, 3월에 열린 패럴림픽을 앞두고 눈이 펑펑 내려주고, 패럴림픽 개막식 날도 잔뜩 꼈던 안개가 공연을 앞두고 10여 분 만에 싹 걷히고…(웃음).”

- 앞으로 체육교류 계획은.

“지난번 아시안게임에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카누 용선이 단일팀으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잖아요. 탁구도 코리아오픈탁구대회에서 남의 장우진 선수와 북의 차효심 선수가 혼합복식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고요.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는 더 많은 단일팀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 합니다.”


안보관광에서 평화관광으로

도종환 장관이 2018년 4월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도종환 장관이 2018년 4월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봄이 온다’ 공연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람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동아DB]

-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이야기도 진행 중인데요.

“지난 평양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합의한 바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저와 김일국 북한 체육상 앞으로 서한을 보내 남북이 함께 IOC에 와서 공동개최에 대한 계획을 발표해달라는 제안을 했어요. 우리가 부탁해야 할 사안인데, 먼저 요청을 하니 고맙죠. 2032년 하계올림픽은 독일,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등 여러 나라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요. 이르면 2021년에 개최지가 결정될 수도 있어요. 앞으로 3년간 홍보를 잘해서 유치해야죠. 지난 12월 초 바흐 위원장이 한국에 와 조찬모임을 가졌는데,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출발점이었다면 2032년 올림픽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종착점이 되면 좋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 2019년 7월에 스페인리그 프로축구팀 바르셀로나팀과 남북단일팀 친선경기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던데.

“바르셀로나팀에서 제안이 왔는데, 아직 결정된 건 아니에요. 우선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과 상의해야 하고, 북한하고도 조율해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 여론을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메시가 10분만 뛰고 벤치에 앉아 있는 식이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경기 조건도 살펴봐야 하고….”

- 남북문화교류 추진 상황은 어떤가요.

“우선 역사적 동질성 회복을 위해 고려 왕궁인 개성 만월대를 남북 공동으로 발굴·보존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2015년 이후 중단되었던 것을 올해 재개해 총 1만5000점 이상의 유물을 발굴했습니다. 언어 동질성 확인 작업으로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도 추진하고 있고요. 고려건국 1100년을 앞두고 12월 4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대고려전’ 전시회를 하면서 북한에 유물 17점 대여를 부탁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왕건상입니다. 해인사에 있는 희랑대사상(왕건의 스승)과 왕건상을 함께 모실 계획인데,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이면서 북한 유물이 오지 못하고 있는데, 우선 왕건상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앞으로 북·미관계가 접점을 찾으면 영화, 미술 전시, 음악 공연 등 다양한 교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비무장지대(DMZ) 관광 계획도 구상 중이던데요.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안보관광에 치중해온 기존 DMZ 관광을 평화교육관광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 여름에 주한 외국대사들 요청으로 JSA(공동경비구역)와 도보다리를 찾았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시·도 교육감들도 DMZ를 평화교육 현장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에 공감했고요.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 휴전선이 걸쳐 있는 시군들과 함께 10여 곳을 특색 있게 조성해 연 400만 명이 찾는 평화관광지로 활용하려고 합니다.”

- 준비 상황은 어떤가요.

“이미 안보교육 현장으로 개발된 코스에 지뢰 제거 작업을 해 생긴 공간까지 확대해 조성할 겁니다. 덧붙이자면 DMZ는 6000여 점의 희귀 동식물이 사는 공간입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해 세계적인 환경보존구역, 생태관광지로 보존, 관리할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 특별히 주안점을 둔 정책이나 사업이 있다면.

“문화예술인들을 위해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첫 번째가 고갈된 문예진흥기금을 안정적,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일이었어요. 일반회계에서 2000억 원을 3년에 나눠서 집행하기로 했죠. 두 번째로 문화예술인들이 기본적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술인고용보험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 외에 책을 사거나 공연을 보면 그 비용을 소득공제해주는 제도도 마련했습니다.”

- 고용보험제도에 대해 좀 더 설명한다면.

“곧 확정된 안을 공개할 예정인데, 문화예술인이 일이 없는 시기에도 일정 정도 실업급여 형태로 돈을 받아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프랑스에서 수십 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앙테르미탕 제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예술노동은 특성상 일이 있다 없다 하잖아요. 배우가 무대에 설 때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아요. 무대에 서지 않더라도 노는 게 아니라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거잖아요. 그런 특성을 인정하는 것이죠. 1년에 일정 시간 이상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국가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죠.”

- 근로자 휴가비 지원제도도 눈에 띄던데요.

“국내여행 활성화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지만 국민들 삶을 여유 있게 합니다. 설문조사를 했는데, 주52시간 근로제가 정착되면 제일 하고 싶은 게 여행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저는 여행이 있는 삶을 ‘쉼표가 있는 삶’이라고 말하는데, 삶의 질이 높은 사회를 만들려면 국내여행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근로자 휴가비 지원제도는 본인이 20만 원을 마련하면 회사가 10만 원, 국가가 1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시범사업을 해보니까 그렇게 휴가를 가면 자기가 낸 돈의 평균 7배를 쓰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10만 명이 지원해 2만 명이 지원받았는데, 2019년엔 10만 명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흔들리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 향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일자리이지요. 게임, 캐릭터, 애니메이션, 만화, 디자인, 관광벤처 같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많아져야 합니다.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위기이고, 이로 인해 한 도시가 큰 타격을 받는 현실에서 4차산업, 특히 문화산업이 대안입니다. 2018년 콘텐츠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핑크퐁 캐릭터가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큰 인기입니다. ‘신과 함께’ ‘명량’ 등에서 선보인 VFX(시각적특수효과기술)는 우리가 아시아에서 최고입니다. 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동반자사업을 통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탄생했고 뮤지컬, 게임, 음악 등의 인재를 길러내고 있습니다. 이쪽의 인재를 많이 길러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려 합니다.”

임기를 마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도 장관은 “다시 숲속의 시골집으로 들어가서 자연 속에 푹 파묻혀 바람소리 새 소리 들으며 지내야죠. 하루 종일 책 읽고, 음악 듣고, 그 고요 속에서 제 속의 이야기를 다시 길어 올리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돌아오는 내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는 그의 시 구절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가 지금 정치인의 길, 장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세상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인으로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신동아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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