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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폐쇄 둘러싼 한수원 ‘거짓말’ 논란

“경제성평가, 판매단가·인건비조작”, “평가 결과 설명 전혀 듣지 못했다”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월성 1호기 폐쇄 둘러싼 한수원 ‘거짓말’ 논란

  • ●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 입수…폐쇄 종용 흔적 역력
    ● 폐쇄 결정 이사회, 하루 전 갑자기 결정된 까닭
    ● 한수원 이사들 월성1호기 폐쇄 후 UAE 원전 외유성 시찰
    ● 산자부 공무원들 “4대강 사업보다 더 시달리게 생겼다”
    ● 한수원 “경제성평가 단가 조작 없고, 조 이사 만나 설명했다”
    ● 한수원 “판매단가 발전원가보다 낮아 실제 적자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직후인 6월 15일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진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2018년 6·13 지방선거 직후인 6월 15일 조기 폐쇄 결정이 내려진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7000억 원’. 2012년 수명이 다한 월성원자력발전 1호기 연장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최근까지 쏟아부은 금액이다. 하지만 한수원 이사회는 2018년 6월 15일 예정에 없던 긴급 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한수원은 이날 이사회를 개최한다고 그 전날 이사들에게 통보했다. 이날은 마침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바로 다음 날이다.

한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이미 수차례 언론을 통해 비판받은 바 있다. 한수원 이사회가 ‘당당하게’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삼덕회계법인에 용역 발주한 ‘월성 1호기 운영정책 검토를 위한 경제성평가 용역 보고서(이하 경제성 보고서)’를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를 통해 경제성평가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동아’ 취재 결과, 한수원은 긴급 소집된 2018년 6월 15일 회의에서 비상임이사들에게 경제성평가 결과에 대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동아’가 입수한 ‘제7차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이사회 측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상임·비상임이사들에게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 결과를 보고하면서 “월성 1호기 가동률이 54.4% 미만인 경우에는 적자가 난다” “최근의 낮은 운영 실적을 고려할 경우 향후 이용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해도 경제성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월성1호기 폐쇄

삼덕회계법인이 제출한 경제성 보고서에는 월성1호기의 경제성은 ‘낙관적 시나리오(이용률 80%)’, ‘중립적 시나리오(이용률 60%)’, ‘비관적 시나리오(이용률 40%)’로 각각 나눠져 있고, 낙관적·중립적 시나리오에서는 모두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이사회는 이러한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고 무조건 ‘향후 가동률이 저조할 게 뻔하기에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강행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회의 전 비상임이사들을 미리 만나 경제성평가 결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성1호기 폐쇄 결정 이사회(6월 15일) 직후 한수원 이사직을 사퇴한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긴급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경제성평가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전달받지 못했고, 회의 당일(6월 15일) 오전에 보여준 반쪽짜리 보고서로는 경제성평가 결과가 맞는지 틀린지 알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한수원 측은 일관되게 조 교수와 반대되는 의견을 개진했다. “조 교수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경제성평가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는지 알려달라”는 ‘신동아’의 계속된 질의에 한수원 측은 “6월 7일 경주 본사에서 설명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한수원 측이 명백한 거짓말을 하고 있다. 6월 7일은 제6차 이사회가 열린 날인데, 내가 오전 11시에 경성대 수업을 마치고 경주로 가 바로 회의를 했고, 회의가 끝난 뒤 곧장 부산으로 돌아왔다. 한수원이 내게 설명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이 내용은 고속도로 통행기록이나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다 나온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아’ 확인 결과, 한수원 측은 2018년 9월 21일 장석춘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국회 요구 답변서’에도 같은 날인 ‘6월 7일 조성진 이사에게 설명한 것’으로 써놓았다. 만약 조 교수의 주장대로 한수원이 조 교수에게 해당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위증에 해당한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제14조(위증 등의 죄)에 따라,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을 포함)이나 감정을 했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한수원 이사들이 UAE 시찰 간 이유

조 교수는 주 전공이 원자핵 분야이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 결국 그는 한수원이 추진한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인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건설 백지화에 홀로 반대 의견을 내고 6월 20일 이사회를 떠났다. 조 교수 사퇴 이후 한수원 비상임 이사진은 전원 반핵주의자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신규 비상임이사로 강래구 더불어민주당 전국원외위원장협의회 회장과 부산범시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및 탈핵에너지전환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김해창 경성대 산학협력 교수가 채용됐다.

한수원 이사회는 매달 한 번 정도 열리며 300억 원 이상 지출이 필요한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한다. 또 비상임이사 3~4인, 외부인사 2~3인이 사장·감사 등을 추천하는 임원추천위원회도 운영한다. 비상임이사 역시 임원추천위를 통해 선발하는데, 공공기관 운영법령과 한수원 규정 등에 따라 모집 공고를 내 3배수로 추천하면 정부가 낙점한다. 조 교수는 “한수원이 반핵 인사를 비상임이사로 추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수원 비상임이사들은 지난 7월 10일부터 3박5일간 한수원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을 내린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다 보니 ‘보상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7월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 의하면 김해창 교수를 제외한 사외이사 5명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조성단지 등을 둘러본다는 명목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경비는 비상임이사들의 비즈니스석 항공권 등을 포함해 총 2731만 원이 소요됐다. 1인당 404만 원씩 든 셈이다.

한수원 측이 작성한 ‘국외 출장계획서’에는 사외이사들의 중동 방문 사유가 ‘원전 건설 이해도 제고 및 현장직원 격려’로 돼 있다. 이를 두고 원전 관계자들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한창 부지 매입 중이던 천지·대진 등 신규 원전 4기의 건설을 백지화한 이사들이, 그 결정을 한 지 얼마 안 돼 원전 건설의 이해도를 높이려고 UAE행을 택했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한수원이 경제성 따지는 것 자체가 모순”

2018년 10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2018년 10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답변하고 있다.

월성1호기 폐쇄의 결정적 근거로 사용된 ‘경제성 보고서’ 결과 또한 신뢰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총 49쪽에 달하는 경제성 보고서는 월성 1호기의 매출액과 원가·인건비성 비용 등을 추정해 계속 가동할 때와 즉시 정지했을 때 각각의 경제성을 평가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수원이 과도하게 낮은 원전 판매단가 전망치를 적용해 판매수익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내용을 보자.

보고서에는 연도별 메가와트(MWh)당 전기 판매단가 추정액이 2018년 5만5960원, 2019년 5만2670원, 2020년 5만1410원, 2021년 4만8780원, 2022년 5만8780원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 쓰인 2018년 판매단가(5만5960원)는 2018년 상반기 기준 실제 원전 판매단가 6만1820원보다 5860원 낮다. 특히 경제성 보고서를 토대로 산출한 5년(2018~2022년) 평균 판매단가 전망치는 5만1520원으로 2016년 우리나라 전체 원전의 평균 판매단가 5만3000원보다도 낮아 평가기준으로 사용하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원전 전문가는 “이렇게 낮은 판매단가를 경제성평가에 적용하면 월성1호기는 물론 국내 대다수 발전설비는 경제성이 없어 폐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경제성평가에 적용한 전기 판매단가는 전망치다. 이는 실제 판매단가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판매단가를 고의로 낮춘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전기 판매단가는 원전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전력 시장은 발전자회사의 총원가를 보전해주는 ‘원가반영시장’이기 때문이다. 판매단가는 전력거래소(KPX) 내 비용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비용평가위원회는 모회사인 한전그룹이 전체 영업이익 내에서 발전자회사(한수원 등)가 낸 적자를 보전할 수 있도록 판매단가를 조정한다. 실제로 2017년 10월 27일 비용평가위원회는 월성 1호기 정지 장기화 등에 따라 한수원의 순손실이 예상되자 원자력 판매단가를 인상해준 바 있다.

따라서 경제성평가는 한수원의 입장이 아닌 한전의 영업이익 관점에서 분석하는 게 맞다.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면 원전보다 발전단가가 비싼 다른 발전소를 추가 가동해야 한다. 그러면 연료 구매비용 증가로 인해 한전의 적자 폭이 커지고 한전은 싼값에 전기를 사들이기 위해 자회사인 원전의 판매단가를 더욱 낮추게 된다. 이는 한수원의 손실로 연결된다. 월성 1호기는 이용률에 따라 연간 24억kWh(이용률 40%)~50억kWh(이용률 85%)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를 폐기할 경우 한전은 결국 그나마 덜 비싼 LNG발전소의 전기를 구매해야 한다. LNG발전소와 월성 1호기 연료비 차이가 104원/kWh에 달하는 만큼, 이 경우 한전이 입게 되는 손실은 약 1조1000억~2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성평가보고서 문제없다” vs “우긴다고 되는 거 아냐”

또한 경제성평가보고서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할 경우 발생할 운전유지비도 과하게 낮게 책정하고 있다. 현재 한수원 측은 “월성 1호기를 폐쇄하면 정상운전 시보다 운전유지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운전유지비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기존의 50%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원자력안전법상 ‘원전 발전팀 인력은 원전 폐기 후에도 80% 이상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월성1호기 1개 발전팀(원전호기당 6개 팀) 인원은 10명으로, 법적 요건인 운영 기술지침서 및 화재방호계획서에 따라 최소 8명의 운전원이 근무해야 한다.

한수원 측은 이런 총체적 지적들에 대해 “경제성평가보고서의 내용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회계법인을 통해 나온 보고서로 이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진행된 사안으로, 한수원은 결정된 정책을 받아서 수행할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한수원이 설령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탈원전 계획에 따라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그 상위 계획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은 원전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는 만큼,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은 타당성을 얻기 힘들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우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훗날 우리나라에 얼마나 큰 손실을 안겨줄지 상상도 하기 싫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실책 책임 문제로 ‘4대강 사업보다 더 시달리게 생겼다’는 푸념이 들려온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국감에서 한수원의 경제성평가보고서 조작 의혹을 제기한 장석춘 의원은 국회법 제127조의 2에 따라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및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 요구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신동아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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