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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스캔들과 여권 내분

임종석-김경수 후계구도와 ‘안·이·박·김’ 숙청설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이재명 스캔들과 여권 내분

  • ● 안희정: 퇴출
    ● 이재명: 기소
    ● 박원순: 국정조사
    ● 김부겸: 장관 사퇴 후에?
    ● “반격-거래 가능성”
    ● “대통령 성공 한마음…내분 없어”
이재명 경기지사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반격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한국고용정보원 특혜채용 의혹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 그 신호다. 아내 김혜경 씨가 이른바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 계정주가 아니라는 것이 이 지사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문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쓴 ‘혜경궁 김씨’의 글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것도 규명해야 한다면서 이 의혹이 거짓이라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가 아니라면, ‘혜경궁 김씨’가 무엇을 썼건 변호할 필요가 없다. 그녀가 책임질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이 부분을 거론한 데에는 역시 정치적 포석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

이 지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쯤에서 정치적으로 종결짓자는 뜻이 아닐까?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렇게 진단한다. “내 아내를 건드리면 나도 당신 아들을 건드릴 거야. 협박을 한 거다.” 하 의원은 이 지사가 뭔가를 쥐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뭔가 쥐고 있지 않으면 저 패를 던질 수가 있겠느냐?”


“아내 건드리면 아들 건드릴 것”

이 지사는 정말 뭔가 쥐고 있을까? 그 것을 쥐여준 인물은 누굴까? 이와 관련해, 문준용 씨가 채용될 당시인 2007년 한국고용정보원에 근무했던 이 지사의 대학 후배이자 측근인 N씨가 아니겠느냐는 추정도 나온다. 물론 이 지사 측은 “그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태경 의원은 정치적 흥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권과 이 지사 간에 빅딜을 할 수 있지 않으냐? 서로 담합해 불기소 쪽으로 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2018년 12월 11일 김혜경 씨에 대해선 불기소한 반면, 이 지사를 기소했다.

수원지검 공안부(김주필 부장검사)는 이날 ‘혜경궁 김씨’ 논란과 관련해 증거 부족으로 김씨를 불기소한다고 밝혔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양동훈 부장검사)는 이날 친형 강제 정신병원 입원(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 검사 사칭(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유포) 혐의,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유포(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이 지사를 기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기소 시 이 지사를 출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이재명 지사는 자신과 아내에 대한 수사가 시작될 초기부터 정치탄압이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한 것에 대해 친문계 지지 세력이 앙심을 품고 보복하고 있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이 지사가 결국 배신할 것으로 보고 친문계가 사전 견제에 나섰다는 소문도 돌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2인자를 키우는 데 주저했다. 조기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계는 자기들 중심으로 차기 정권을 창출하려고 할지 모른다. 이해찬 대표의 20년 집권 필요성 주장은 그런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재명 지사는 걸림돌로 여겨질지 모른다. 완전 제거는 어렵더라도 상처를 많이 입혀 차기 대선주자군에서 탈락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왜 국정조사 수용했을까?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왼쪽부터) [전영한,양회성,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 (왼쪽부터) [전영한,양회성,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이 지사 제거설과 관련해 이른바 ‘안·이·박·김’ 논란도 있다. 문 대통령이나 친문계와 그리 가깝지 않았거나 악연이 있던 안희정과 이재명에 이어 박원순(서울시장)과 김부겸(행정안전부 장관)까지 결국 정치적으로 숙청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는 설이다.

안 전 충남지사는 김지은 전 수행비서의 미투 폭로로 지사직에서 하차함으로써 정치적 재기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이 지사도 기소가 되면 당장 출당 조치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출당이 되면 대법원 무죄 판결까지 나와야 복당이 가능하다. 무죄판결이 나올지도 의문이지만, 그 재판이 차기 대선 경선 이전에 마무리될지도 의문이다. 불기소 또는 당 지도부의 배려로 출당을 면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불거질 추가 의혹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대선 경선에 나가더라도 악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박원순 시장도 보기에 따라 이미 사정권에 들었다.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이 그것이다. 이 의혹을 처음 제기한 쪽은 유민봉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친문계가 작심하고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받아들인 부분이다.

박 시장은 국정조사 합의 뒤 “야당은 진실을 밝히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치공세의 소재가 필요했던 것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의 몇 안 되는 박원순계로 알려진 박홍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보수 야당의 막무가내식 협박정치 앞에서 의혹만 갖고 국정조사를 수용한 건 납득되지 않는다”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고용세습 국정조사 과정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박원순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악재가 추가로 불거진다면, 박 시장도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김부겸 장관은 아직까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스스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 차출설이 불거졌지만 나서지 않았다. 이어 8월 전당대회 대표 출마설이 돌았지만, 이때도 나서지 않았다. 그래서 ‘안·이·박’이 타격을 입고 나면, 의외의 수혜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의 교감하에 안·이·박·김 손보기가 진행되는 것이라면, 더 두고 봐야 한다. 김부겸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 중일 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입을 부정적 영향을 생각해서라도 건드리지 않을지 모른다. 김 장관까지 의혹에 휩싸이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안·이·박·김 논란은 가설이 아닌 정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다음에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이들로 마무리된 것일까? 다음엔 친문계 내부 권력다툼이 있을 것으로 봐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1위에 오른 인물은 이낙연 국무총리다. 그러나 여권 인사들은 “이 총리도 친문계 핵심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총리는 대권주자군에 무리 없이 진입할 수 있을까? 김 장관의 경우처럼 두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지지도 1위 이낙연도 친문 핵심 아냐”

임종석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동아DB,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임종석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동아DB,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현재 이 총리에겐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총리 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몸을 낮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간다면, 친문계 지지 세력은 이 총리를 예비 카드로 유지하려들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 지지 세력이 차기 대권주자로 밀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의외의 악재로 탈락할 경우를 대비한 카드다. 김부겸 장관 역시 따지고 보면, 이런 예비 카드로서 활용도가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경수 경남지사를 안·이·박·김의 ‘김’으로 생각하는 여권 인사는 거의 없다. 오히려 드루킹 댓글조작 관련 재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경우, 곧바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다. 실제로 드루킹 악재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에 대한 지지율은 비교적 높게 나오는 편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친문들은 임종석 실장이나 김경수 지사 같은 사람을 거명하면서 이 사람들로 후계 구도를 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쳐낼 거다’ 하는 말이 취임 얼마 안 돼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김 지사와 함께 거론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자기정치’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문제시 된 행보는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이던 2018년 10월 17일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 차장과 함께 선글라스를 낀 채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남북 공동유해발굴 현장을 시찰한 일이다. 결국 국회 국정감사 때 야당 의원들로부터 맹타를 당한 끝에 “더 옷깃을 여미는 계기로 삼겠다”는 사과 발언을 내놓아야 했다.


“후계 구도 짰기에 다른 사람 쳐낸다?”

임 실장이 당시 몸을 낮춘 이면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 내부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을 가능성이다. 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기 대선캠프인 광흥창팀을 이끈 이력으로 친문 핵심으로 불린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달리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을 비교적 늦게 돕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을 따른 친문계 핵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임 실장을 견제한다는 말도 간혹 들린다.

차기 대권구도는 친문계 지지 세력이 의도한 방향대로 흘러갈까? 그것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달렸다. 이재명 지사가 문준용 씨 특혜채용 의혹을 거론하고 나선 2018년 11월 즈음에 박원순 시장도 독자 행보를 했다. 정부 여당은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충격 완화 차원에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결정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야당 원내대표들과 이에 대해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이 11월 17일 한국노총의 탄력근로제 반대 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는 노조를 만들고 활동하는 것이 편안한 그런 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미묘한 시기에 갑자기 친노동계 행보를 보임으로써 결국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시장도 이 지사도 2018년 6월 지방선거 내내 문 대통령과 ‘원 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문재인 마케팅’에 주력한 이들이 다른 듯 같은 독자 행보에 나선 이면에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기 레임덕이 왔다고 목청을 높이는 중이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40%대로 주저앉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월 4∼6일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응답률은 49%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0월 26∼2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응답은 48.8%로 내려앉았다.

50% 붕괴는 심각한 경고다. 그래도 아직 본격적으로 레임덕을 말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았을 뿐만 아니라 마지노선으로 보는 30% 아래로 내려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 레임덕 논란이 벌어지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치고 빠지기 전략

2020년 4월 총선과 관련해 보수 야당 내 대권주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은 2019년 2월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차기 대권주자라면 누구나 이 자리를 노릴 것이다. 그래야 2020년 총선 때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기 계파의 확장을 노릴 수 있고 그 기반을 토대로 대선 경선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치활동 재개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복당도, 그리고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강연정치 개시도 모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그 전후한 시기에 추진될 보수 정계개편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모두 공격대상 1호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내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 대항마로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수 야권의 대권주자군이 활발한 활동에 나서면 여권 내 대권주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반격에 나서야 그들도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양 진영 대권주자들이 상호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보수 야당은 여권에서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공격하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박 시장도 이 지사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간다. 치고 빠지는 전략을 구사 중인 것으로 비치지만 그 강도가 강하지는 않다.

문준용 씨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이 지사는 “저와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국노총 행사 참가가 논란이 되자 박 시장은 “이것이 바람직한 정치의 모습 아닌가?”라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바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한국노총 간 정책협의회가 열렸고 이해찬 대표가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아직은 이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하락해 40% 선까지 붕괴하는 국면에 이른다면, 그때는 더 강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문 대통령과 친문 지지 세력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재명-안희정 부메랑 효과?

최근 친문 지지 세력 사이에서는 안희정의 범법혐의-정계 퇴출과 이재명의 범법혐의로 인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하락하는 것 같다는 시각이 나온다. 일종의 이재명-안희정 부메랑 효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수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해찬 대표는 2018년 12월 3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논란과 여론조사 결과를 엮어서 언급했다. “여러 경찰 수사 과정에서 많은 애기가 나왔는데 혼란스럽다. 어떤 건 사실인 것 같고 어떤 건 아닌 것 같고,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정권 핵심 지지 세력의 정권 수호 의지가 강해서 내분이 유발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여권 한 관계자는 “이 지사, 박 시장, 김 장관 등은 문 대통령의 성공에 이미 뜻을 모았다. 여권에 내분이나 갈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9년 1월호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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