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

20대 리포트

‘알바 지옥’ 되는 대한민국

“최저임금 인상 후 ‘수습 알바’ 등장”

  • 김현호 강릉원주대 사학과 3학년

    savior1001@naver.com

    입력2018-12-23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수습 중엔 최저임금 미만 시급 받아”

    • “주휴수당, 야간수당 못 받아”

    • “4명이 하던 일 2명이 감당”

    • “알바 자리 얻기 대기업 입사만큼 힘들어”

    최저임금이 2018년에 전년 대비 16.4% 올라 시간당 7530원이 됐다. 2019년 1월 1일부턴 여기에서 10.9%가 더 올라 시간당 8350원이 된다. 노동시장은 당연히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중 하나가 20대 알바(아르바이트) 현장이다. 강원도 강릉 지역을 중심으로 알바 대학생 7명과 고용주 2명을 인터뷰해 현장 상황을 짚어봤다.

    알바 대학생들은 “최저임금이 오른 것은 반갑지만, 알바 자리가 감소해 오히려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이들은 “일부 업주의 갑질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PC방과 편의점을 중심으로 3년간 알바를 해온 가톨릭관동대 재학생 A(24) 씨는 “구직 사이트나 구직 광고를 보면 최저시급을 약속하고 다른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나 막상 연락해보면 다른 내용을 말한다”고 말했다. “‘실제 급여를 최저시급 이하로 주겠다’ ‘근무시간을 줄이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강원대 휴학생 B(21) 씨는 “2018년 최저시급 인상 후 채용 면접 자리에서 한 고용주로부터 ‘6500원을 줘도 괜찮겠느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알바생들은 “야간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아가 수습 알바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강릉원주대 재학생 C(24·사학과 4학년) 씨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2018년에 새로 생겨난 것이 수습 제도”라면서 “편의점에서 알바생을 구한다고 해서 갔더니 ‘수습기간에는 최저시급보다 적은 금액을 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알바생들은 “알바 자리가 줄어들자 일부 업주들이 알바 시급을 낮추기 위해 수습 알바 같은 편법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주가 “최저임금이 인상된 만큼의 값을 못 한다”는 식으로 핀잔을 줘 마음이 불편했던 경험을 가진 알바생도 여럿 있었다.



    반면, 업주들은 “2017년 최저시급 6470원에도 영업이 힘들었다. 매출액이 늘어나지 않으니 알바 수당을 제대로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재대에서 휴학한 뒤 알바 생활을 한 D(21) 씨는 “PC방에서 일주일 내내 70시간 이상 일했는데 업주가 ‘주휴수당을 줄 여유가 없다’며 끝내 주지 않아 최저시급만 받고 말았다”고 했다. 관련법에 따라 일주일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겐 보통 하루치 임금이 주휴수당으로 지급된다.


    “업무량 2배 늘어”

    최저시급 인상 후 알바생의 업무량은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음식점, PC방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강원대 휴학생 B씨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원을 감축하면서 종전에 3,4명이 하던 일을 1,2명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고용주가 요구하는 일거리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강릉원주대 재학생 E(22) 씨는 “예전엔 휴게소에서 알바생 3명이 일했는데 요즘은 같은 휴게소에서 2명이 떠맡는다. 경우에 따라 1명이 일하기도 한다. 업무 강도가 훨씬 세졌다”고 했다. 이어 “업주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시간제 근무 방식으로 바꾸려고 생각 중이어서 알바생들에게 좋은 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 재학생 A씨도 비슷한 경험담을 전했다.

    “고용주가 요구하는 업무는 늘어난 반면에 근무자 숫자는 줄어들었다. 업무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에는 고용주나 그 가족이 직접 일을 한다. 알바생이 일할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업무량이 늘어나거나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업무시간은 줄어 알바생은 힘들게 일하고 적게 번다.”

    강릉원주대 재학생 F(21·자치행정학과 2학년) 씨는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염가 뷔페식당의 경우 이전에는 직원들이 알아서 빈 접시를 치워줬다. 지금은 손님이 직접 치워야 한다”며 “알바생이 줄어드니 업무 일부를 손님에게 미루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서비스가 나빠졌고 이는 식비를 올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대학생들은 알바 자리 구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F씨는 “2017년에 한 수영장 인명구조팀 업무가 마음에 들어서 2018년 여름에 다시 갔는데 일자리가 절반 이하로 줄어 있었다”고 말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많은 대학생은 방학 때 ‘알바몬’ ‘알바천국’ 같은 알바 알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알바 직종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8년부터는 방학 전에 미리 구해놓지 않으면 알바 자리를 얻기 어려워졌다. 이런 변화는 2017년 말 예고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결정되자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알바 임금이 인상되면 자영업자 대부분이 고용 인력을 줄이고 매장을 직접 운영하겠다고 하는 분위기” “매장관리에 신경을 쓰고 매출 감소에 대비하라”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강릉원주대 재학생 G(24·사학과 3학년) 씨는 “예전에는 사무직을 비롯해 구할 수 있는 직종도 다양했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된 후에는 택배 상하차 같은 기피 직종을 제외하고는 단기 알바도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알바 구하기 경쟁이 치열해졌다. 안내를 보고 전화를 해봐도 ‘자리가 없으니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는 답변만 듣고 만다”고 전했다.


    “탁상행정 펴는 높은 분들”

    알바 대학생들은 정부가 펼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어 자신이 벌 수 있는 돈의 총액이 줄어드는 바람에 ‘갑작스러운 생활고’를 겪게 됐다고 걱정하는 모습이다.

    알바생을 쓰는 소상공인들도 죽을 지경이라고 말한다. 강릉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H(29) 씨는 “최저시급 인상이 잘된 것인지 평가하기에 앞서 인상 속도가 너무 빠르다.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시급 인상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인원 감축”이라며 “매출은 늘지 않고 월세와 관리비 부담도 큰데 인건비가 대폭 상승하게 돼 직원을 줄였다. 웬만한 일은 직접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릉에서 주점을 운영 중인 J(51) 씨는 “알바생 3명을 모두 내보냈다. 손님 응대가 부실해지지 않나 걱정스럽다”고 했다. J씨는 “탁상행정을 펴는 높은 분들이 가뜩이나 고용이 줄어드는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다. 그 바람에 알바생도 자영업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2018년 11월 국회 ‘청년이 바라본 소득주도성장’ 세미나에서 한 학생은 “영화관 알바 등의 좋은 알바 자리 얻기는 대기업 입사만큼이나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2019년 새해에 최저임금이 또 큰 폭으로 오르면 알바 현장은 격렬한 전쟁터처럼 변할지 모른다.


    ※ 이 기사는 강릉원주대 교양과정 ‘미디어와 현대사회’ 과목(담당 홍권희 교수) 수강생이 작성했습니다.




    사바나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