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

“민노총이 청년 위해 뭘 내려놨나”vs“민노총 있어 재벌 상대 노동권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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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19-01-02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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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가 뒷걸음질 쳤다. 직격탄을 맞은 청년들의 곡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진다. 취업, 결혼, 주거, 육아 등 어느 하나 만만히 볼 게 없는 현실이다. 청년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건 고달픈 청년들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각 정당의 청년 대표주자들이 벌인 격론의 주요내용을 지면으로 옮겼다.

    왼쪽부터 김수민, 정현호, 장경태, 서진희, 정혜연. [김형우 기자]

    왼쪽부터 김수민, 정현호, 장경태, 서진희, 정혜연. [김형우 기자]

    •일 시 : 2018년 12월 10일 오후 2시

    •장 소 : 동아일보사 충정로사옥 6층 회의실

    •패 널(정당 의석순)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정현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전국청년위원장) 
    서진희 민주평화당 전국청년위원장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청년본부장)

    •사회·정리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 “소득주도성장은 체질개선책”(민주당)
    ● “경제 파이 키우잔 얘기 왜 안 하나”(한국당)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껍데기 프레임”(바른미래당)
    ● “대선 때 보수당도 비정규직 양산 반대”(정의당)
    ● “김정은 답방, 전쟁 않겠다는 의지”(평화당)
    ● “협상 기준점 북한에 찍혀 자존심 상해”(한국당)
    ● “박정희 아니라 국민이 경제 성장시켜”(민주당)



    사회 | 소득주도성장이 ‘고용 감소, 경기 침체 등 부작용을 초래했으므로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반면 ‘소득을 높여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이 청년의 삶을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됐을까요?

    장경태(더불어민주당) | 지금까지 대기업 위주 정책을 펼쳐 양극화가 심화됐습니다. 이제 근로조건이 열악한 상황에 있는 분들의 소득을 배가하면서 경기를 활성화할 정책이 필요한 때죠. 소득주도성장은 추진한 지 1년밖에 안 돼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거예요.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문제입니다. 근시안적으로 생각하기보다 중장기적인 안목과 의지를 갖고 가야 해요.

    정현호(자유한국당) |
    소득주도성장은 대체로 최저임금 인상을 바탕으로 시행하잖아요. 소수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혜택은 가나, 다수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으니 정책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쏟았던 모든 국가적 에너지를 혁신경제를 만드는 데 동원해야 해요.


    “국가 예산 투입해야” vs “무조건 정규직은 무리”

    정혜연(정의당) | 통계청의 2018년도 상반기 기업별 고용조사를 보면 월급 200만 원 미만 근로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3%로 전년 대비 상당히 떨어졌어요.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있었다는 겁니다. 저는 소득주도성장이 아픈 몸에 쓰는 감기약이라고 봐요. 국가가 예산을 획기적으로 투입하고 투자해서 일자리를 늘려야 합니다.

    정현호(한) | 재분배 얘기는 하면서 왜 부를 끌어오고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자는 얘기를 많이 안 하나요? 저희는 그게 필요하다 주장하는 거지, 분배를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정혜연(정) | 경제구조 체질개선 필요하죠. 투자가 필요한 부분도 있고요. 신산업, 특히 드론 같은 데 투자했어야 했는데 전 정부에서 투자가 아니라 규제완화에 집착했잖습니까.

    정현호(한) | 문재인 정부에서 스타트업들이 창의적 기술로 서비스를 내놓으려 하면 규제의 발목에 걸려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규제개혁 해야 하는데, 자꾸 규제완화라고 폄훼하더군요.

    김수민(바른미래당) | 소득주도성장, 아주 예쁜 말이죠. 그런데 그게 진짜 소득일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어요. 정책 시행속도가 너무 빠르고, 민간 주체의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추진하니 국가가 국민 세금을 걷어 민간에 지급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잖아요. 선심성 예산 덕에 1~2년 정도 단기적 효과는 있겠죠. 하지만 20~30대의 미래에 절대 좋게 작용할 리 없습니다.

    서진희(평) |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에 공감했어요. 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에서 업종별 차별을 둔다든지 등 사전조사와 준비 없이 일괄 적용했다는 거죠. 갑자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대혼란을 겪고 자생력을 잃게 됐어요. 현장에 나가보면 굉장히 심각해요. 결국 많은 청년이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사회 |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장경태(민) |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특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자본보다 노동이 중요하고, 노동보다 사람이 중요한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있다면 좋겠는데, 아직까진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아쉬워요.

    정현호(한) | 현 고용보험 제도는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일하는 자를 상정합니다. 지금은 탄력적으로 바뀐 경우가 많아요. 1인 크리에이터나 에이전트들이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는데 이분들도 (현행법상) 비정규직으로 간주될 수 있죠. 인식을 바꿔 제도를 정비하는 식으로 가야지, 무조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데 초점 맞춰 정책을 추구하면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정혜연(정) | 지속적으로 일하고 상시적 업무하는 분은 정규직이 돼야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도 대선 때 “비정규직 너무 양산하지 말자”고 했었어요.

    김수민(바)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전형적인 선악 프레임이고 흑백논리예요. 정부가 껍데기에 불과한 프레임을 잡아놓고 사회 갈등을 유발해 불편해요. 능력과 의지에 맞게 자유로이 경제활동하고, 의지가 있는 데도 경제활동 할 수 없는 상황이면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통해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죠. 그런 관점에서라면 비정규직이건, 정규직이건 일의 형태는 큰 의미가 없어요. 기득권이라도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정규직이라는 단어 자체의 정의를 깨야 해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김형우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장 [김형우 기자]

    사회 |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장경태(민) | 유럽에는 불안정 고용수당 개념이 있어요. 정규직으로 100만원 받으면 프리랜서로는 150만 원 쳐줘요. 우리나라는 정규직이 100만 원이면 프리랜서는 70만~80만 원으로 더 깎아버리죠. 불안정 고용 형태에 대한 수당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우리 고용 형태는 정규직, 비정규직처럼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는 정규직을 좀 더 권장하는 게 아닌가 하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혜연(정) | 기업들이 수많은 갑질과 임금차별을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문제 삼는 거죠. 지난 대선 때 다 문제라고 해놓고 지금 와서 이분법 프레임이라고 하는 건 이해 가지 않는 대목이네요.

    서진희(평) | 일본에서 신칸센 기차 타고 가는데, 어떤 청년이 근사하게 양복을 입고 가는 거예요. 제 옆에 있던 분이 궁금해서 물어보니 청년의 직업은 변기 수리공이더라고요. 정부가 사람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해요. 비정규직도 정규직처럼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정해주고 4대 보험 들어줘서 먹고살 수 있는 상황 만들어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사회 |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제발 경사노위 참여했으면…”

    장경태(민) | 민주노총 제발 좀 경사노위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상생의 협의안이 나온 건 대단히 높게 평가합니다. 기업이 제시한 연봉 3500만 원에 광주시가 조금 더 보조금 넣는 형태인데, 이 모델이 앞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고민해봐야 해요. 지방정부 재정이 넉넉지 않고, 격차도 큽니다. 그럼에도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해 지방정부가 나섰다는 점을 인정해야죠.

    정혜연(정) | 광주형 일자리는 굉장히 좋은 모델입니다. 다만,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4대 원칙이 있어요. 적정 임금 주고, 적정 근로시간 주고, 노사책임경영 강화하고,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이 원칙들이 자꾸 흔들리고 있어요. 기업 쪽에서 광주 완성차 공장이 자동차 35만 대를 생산할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하자고 했습니다. 이건 위법 사항이에요.

    물론 민주노총도 대화의 끈을 놓아버리면 안됩니다. 현 정부는 박근혜 정부와 굉장히 다른 정부잖아요.

    서진희(평) | 정부가 저녁이 있는 삶을 목표로 주52시간 제도를 도입했잖아요.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로 주52시간 취지를 훼손했어요. 이런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을 탓하는 건 난센스예요. 경사노위에 참여해 타협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탄력근로 자체가 사용자 측 입장을 고려한 것이니 타협이란 말이 이미 성립이 안 됩니다.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단체협약 유보는 현행법 위반이거든요. 노동계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죠. 다만 협상의 끈을 놓아선 안 돼요.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김형우 기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김형우 기자]

    김수민(바) | 민노총에 관해 이념적, 정치적으로 편향적 해석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기득권이라고 불리는 그룹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사고방식으로 정의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민노총은 자신들이 속해 있는 그룹의 이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요. 적어도 지금 20~30대들에게는 말이죠. 시대별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약자들이 존재합니다. 저는 이 시대 약자들이 청년들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을 위해 대체 민노총이 무엇을 내려놓고 있는지 의문점이 굉장히 많습니다.

    정현호(한) | 광주형 일자리는 좋은 모델이거든요. 그런데 민노총에서 현대차 다른 공장과 비슷한 임금을 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기업은 그러면 투자할 수 없다고 하다 보니 협상이 무너지는 거잖아요. 민노총이 노총의 권리 보호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결국 기업도 투자 못 하고 원하는 것도 못 얻을 거라고 봅니다.

    장경태(민) | 저항적 기득권과 패권적 기득권을 구분해야 해요. 약자가 강자에게 저항하기 위해 연대하고, 연대를 위해 권위를 인정하는 것이 노동3권에서 보장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입니다. 민주노총이라는 기구가 있음으로 해서 대기업과 재벌을 상대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습니다. 더 강한 경총이라든지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같은 거대한 특권을 상대로 노동자 권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기득권을 인정하는 거죠.

    김수민(바) | 민주노총이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는 말을 꺼낸 건 정부·여당이에요. 본인들이 대기업과 동등하게 저항할 수 있는 저항적 기득권임을 인정하고 대화와 협상에 참여해야 하는데 안 하고 있잖아요.

    정혜연(정) | ‘민노총은 원래 그렇다’고 해버리면 더 이상의 사회적 대화는 어렵죠.

    정현호(한) |
    민노총이 한국 사회에서 거대 재벌기업의 힘에 대항해 노동 권리를 확보해나가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너무 과할 때가 있어요. 최근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비리 행태 같은 경우가 민주노총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거죠. 전체 조사를 했더니 1만7000명 직원 중 11%가 친인척관계로 나타났잖아요.

    정혜연(정) | 서울교통공사 문제를 자꾸 꺼내는 의도가 불순해 보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슈를 계속 흔들려고 하는 모습으로 보여요. ‘이게 다 민주노총 탓이다’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아요.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내면 될 일이죠.

    김수민(바) | 공공부문 고용세습이라고 하는 게 우리 사회 공정성을 무너뜨린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걸 두고 어떤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제기하는 것 자체가 물타기 시도로 보여요. 그건 20~30대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신선한 발언이라기보다는, 그간 기성세대가 구사한 구태의연한 프레임 방식이라고 생각돼 저는 조금 아쉬워요.

    “김정은 답방, 전세계가 환영할 일”

    사회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부 청년단체에서 환영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정현호(한) | 오는 것 좋죠. 다만 위인으로 칭송하는 건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렵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것은 맞지만 북한 체제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 말살 등이 정당화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장경태(민) | 위인으로 생각하건 영웅으로 생각하건 바보로 생각하건 그건 자유 아니겠어요?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사니까요. 본인이 와서 눈으로 대한민국의 우수한 경제 발전상과 높은 민주주의 수준을 봤으면 좋겠어요. 김 위원장 답방은 전 세계가 환영할 일입니다.

    서진희 민주평화당 전국청년위원장 [김형우 기자]

    서진희 민주평화당 전국청년위원장 [김형우 기자]

    서진희(평) | 김 위원장 답방은 이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내에 네오콘처럼 북·미 간 협상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잖아요. 결국 자기들 이익에 반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겁니다. 이런 세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도 서울 답방은 큰 의미가 있어요. 찬성하고 환영해요. 한반도 평화에 분명 기여할 겁니다.

    정혜연(정) |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주민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 보며 굉장히 감동받았어요. 우리 민주주의의 성과를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에 왔을 때도 우리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김수민(바) | 어떻게 되든 우리 내부의 갈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다면 위험한 거잖아요. 중요한 건 국내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복안이 전혀 보이지 않아요.”

    정혜연(정) | 그건 우리 정치권 모두의 몫입니다. 이미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면 지지자들에게도 그런 입장을 밝히고 설득해야죠. 우리 정치권 모두가 함께 설득해가야 하는 거지 문재인 정부만의 과제라고 말씀하시는지….

    김수민(바) | 지금은 문재인 정부니까요. 박근혜 정부가 아니잖아요?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잖아요. 최종적인 결정의 책임에 대해 얘기하는 겁니다.

    정혜연(정) | 우리 정치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왔잖아요. 저는 그것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을 얘기하는 겁니다.

    김수민(바) | 지금 말씀이 맞는 비판이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반대한다’는 입장이 우리 당에서 나왔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하죠. 그런데 지금 모든 당이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는 찬성한단 말이에요. 좋은 결과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너무 부실해 문제 삼는 겁니다.

    사회 | 북한의 비핵화 주장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없다고 봅니까?

    서진희(평) | 베트남 작가 바오 닌이 “아무리 좋은 전쟁도 아무리 나쁜 평화보다 좋을 순 없다”고 얘기했거든요. 북한은 미국을 공포의 대상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이에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핵개발이라 본 거죠. 그러다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확보하게 된 겁니다. 북한은 핵 포기할 테니까 전쟁을 끝내자는 겁니다. 북한도 빈곤에서 벗어나고 싶거든요. 이런 진정성을 의심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장경태(민) | 미국은 비핵화해라, 북한은 체제 보장해달라는 데서 교착돼 있는 거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데, 둘이 동시에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양보와 이해가 중요한데, 저희 생각에는 강자가 양보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GP 철수, 걱정돼” vs “북한이 더 손해”

    사회 | 장 위원장께서는 문 대통령이 여전히 한반도 평화의 운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장경태(민) | 중재자 역할을 열심히 하고 계신 거죠. 북한과 미국 간 협상은 정말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이 협상을 이끌어낸 대통령의 의지가 돋보인다고 봐요.

    정현호(한) | 비핵화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하는 척하다가 결국 원하는 걸 얻어갈지 몰라’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저희가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겁니다. 협상을 할 때 국민이 우선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기준점이 저쪽에 찍혀 있다는 느낌이 들면 자존심 상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사회 | 저쪽이라 하면 북측을 말하시는 건가요?

    정현호(한) | 네. (여당에서) 김정은의 입장을 많이 이해해주면서 표현하지 않습니까. 신변 보장해줘야 오지 않느냐라는 표현도 있고.

    장경태(민) | 동아시아 정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대한민국이 운전자 역할을 하는 건 기본적으로 대단히 어려워요. 주변 4강국 중 가장 약한 나라잖아요. 운전대 안 잡으면 어때요? 보조석에 탈 수도 있는데, 그 방향이 평화였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정현호(한) | GP(감시초소) 철수하는 모습을 보면 과연 정말 우리나라 안보는 유지하면서 가는 거냐. 지도자가 서로 틀어졌을 때 위험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거냐 걱정스러워요.

    정혜연 정의당 청년본부장 [김형우 기자]

    정혜연 정의당 청년본부장 [김형우 기자]

    정혜연(정) | 굉장히 적절치 않은 말씀이에요. GP를 빼면서 북한이 더 많은 손해를 봤어요. 서로 합의해서 우리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줄이자는 뜻이죠.

    장경태(민) | GP와 DMZ(비무장지대)에서 조금씩 철수할수록, 즉 군사 간 이격거리가 길어질수록 우리에게 훨씬 유리하죠. 우리는 비행기 하나 뜨면 3시간 이내에 원산 이내 있는 전투기 공군비행장을 초토화할 수 있잖아요. F15 뜨면 북한 비행기 뜨지도 못해요.

    정현호(한) | 냉전 시절 미소가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오픈스카이란 합의를 봤지 않습니까. 서로 탐방하고 감시할 수 있게 열어준 거죠. 정작 우리가 합의할 때는 서로 탐방하고 볼 수 없게 철수했어요. 눈을 뺀 겁니다.

    장경태(민) | 육안 감시만 뺀 거죠, 레이더 감시 뺀 게 아니고. 정찰기 다 다니고 있어요.

    “닮고 싶은 정치인”

    사회 | 다른 얘기를 해보죠. 각 당 청년 대표께서 가장 닮고 싶은 현역 정치인은 누구입니까?

    서진희(평) | 스펙 아무리 많이 쌓고 돈 많이 벌어도 전쟁 나면 소용없죠. 남북경협으로 일자리가 늘 수 있고, 북한은 물론 러시아까지 북방경제가 순탄하게 열리니 경제대국으로 나갈 수 있죠. 정동영 대표님은 개성공단 만든 주인공이고, 평화가 밥이라는 걸 증명해 보였죠. 사회경제적 약자를 위해 풍찬노숙 마다하지 않고, 길거리 대통령이라는 별칭도 얻은 분입니다. 가장 닮고 싶은 정치인이에요.

    정혜연(정) | 평소 이정미 대표님이나 심상정 의원님과 토론을 많이 해요. 제 생각이 다르다는 의사도 표시하는데, 적극 받아주시고 논쟁도 해요. 청년정치인에게도 그런 모습이 필요합니다. 고 노회찬 의원님께서 18대 총선 때 하신 말도 기억나요. 어떤 결과가 나오건 국민 탓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하셨거든요. 저 역시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건 진보정당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노 의원님은 어려운 의제도 유머로 쉽게 표현하셨는데, 당신이 노력한 결과거든요. 그런 방법들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분이 노 의원님이셨어요.

    정현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김형우 기자]

    정현호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 [김형우 기자]

    정현호(한) | 보수가 무너진 원인은 비전과 철학 없는 계파, 권위주의, 정쟁에 있습니다. 청년세대가 이를 타파해가려는데, 기성세대 중 동의해주는 사람은 우리 당에서는 김병준 비대위원장뿐이에요. 현역 정치인 바깥에서 찾자면, 후배정치인을 적극 발굴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서 롤모델의 모습을 봤어요. 정치를 사랑의 정신으로 접근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서도 영향을 받았고요. 힘든 길이어도 결단하는 모습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좋아했습니다. 또 부민덕국 사상을 주장한 박세일 선생님을 굉장히 존경했어요.

    “민주당, 선거 개혁 안하면 盧 사진 내려야”

    장경태(민) | 제가 딛고 있는 두 다리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에요. 다만 거기에 무르지 말고 다음 세대 정치를 보여줘야죠. 우리가 대화와 타협을 해본 경험이 별로 없는 나라인데, 이제는 조금 더 성숙한 정치를 했으면 좋겠어요. 야당 청년정치인들과 10년간 호흡하면서 서로의 생각 너무 잘 알아요. 간극을 좁힐 노력을 해야죠.

    김수민(바) | 정치에 입문한 후 들은 세 가지 기억나는 언어가 있어요. 저와 박선숙 의원님이 굉장히 억울한 리베이트 사건에 휘말렸었잖아요. 2심까지 무죄가 난 후 박 의원님과 얘기하다 제가 울었어요. 그때 ‘앞으로 눈물은 남을 위해서만 흘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또 저는 최연소로 국회의원이 됐으니까 일할 때 나이에 의해 상황이 만들어질 때가 있어요. 유의동 의원께서 원내수석 때 대변인인 저에게 ‘업무는 수평적으로 합시다’라고 말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어요. 박주선 의원님과 같이 고기 먹을 때 일이에요. 냉면을 남겼어요. 먹던 건데 박 의원님이 “그 냉면 먹어도 돼?” 하고 드시는 거예요. 아무리 좋은 법안을 만들어도 그 이면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가르쳐준 게 박 의원님이에요.

    사회 | 박정희,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각 당 청년대표들께서 어떻게 평가하실지 궁금합니다.

    정현호(한) |
    박정희 대통령은 물질가치 중시하고 경제성장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분이죠. 다만 국가권력을 작동해 인권을 억누르고 공공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지금 시대에서 동의받을 수 없죠. 이런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젊은 사람으로서 맞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정당 안에 있으니까요.

    장경태(민) |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이 아니라 국민들이 허리띠 졸라매고 노동자가 피땀 흘려 경제성장할 수 있었죠. 질 낮은 한국 기업의 물건들을 국민들이 비싸게 사서 쓴 거 아니에요? 또 유신헌법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일제 무단통치하듯 통치했어요.

    서진희(평) | 박정희 정권 시기가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발점이지 않나 싶어요. 그렇게 존경받을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분이었고요. 역대 대통령의 공과가 있었지만, 저는 그중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합니다.

    정혜연(정)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 일을 하건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경제만능주의를 키운 신화였는데, 그 신화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붕괴됐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바보 노무현’ 정신이 인상 깊어요

    김수민(바) | 박 전 대통령이 경제 발전을 이루게 해준 분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죠. 다만 지금 20~30대들이 겪고 있듯 가난의 대물림을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어요.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의 절반을 내주더라도 좋은 선거제도 개혁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분이 얼마나 큰 그릇이었나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지금 30년 만에 찾아온 정치개혁의 기회를 민주당이 동조하지 않는다면 국회 본청 민주당 사무실에 걸린 노 전 대통령 사진은 내려야 합니다.

    사회 |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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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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