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

20대 리포트

반려동물 키우는 자취생의 고충

“눈총에 두 번 이사 잦은 저녁 회식 때문에 골머리”

  • 김우진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7575kwj@naver.com

    입력2019-01-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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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짖는 소리’ 민원 탓에”

    • “강아지냐 직장이냐”

    • “1인 가구라 맡길 데 없고”

    • 동물병원 진료비 “헉”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여·27) 씨가 자취방에서 기르는 고양이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최모(여·27) 씨가 자취방에서 기르는 고양이들.

    적지 않은 젊은이들은 요즘 개나 고양이 등과 함께 자취생활을 한다. 그러나 주인과 다른 세입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점, 1인 가구라는 점, 직장에서 을의 위치라는 점, 동물병원 의료비용이 적지 않다는 점 같은 어려움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자취생의 고충을 알아봤다.

    취재를 위해 문을 열자 작은 털뭉치들이 달려왔다. 올해로 세 살이 된 시추(Shih Tzu·체중 5~7kg의 애완견) 두 마리다. 서울 강서구 소재 한 복지기관에 근무하는 김모(여·27) 씨는 자취방에 반려동물들과 함께 살고 있다.

    “제 가족이나 다름없죠.” 김씨의 무릎엔 ‘가족’인 둘이 올라가 있었다. “집에 오면 이렇게 안고 있어요. 없는 동안 쓸쓸해했을 터라….” 김씨는 강아지들에게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김씨는 함께 사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말한다.

    “처음 살던 곳에서는 주인이 개를 기르지 못하게 해 나왔어요. 두 번째 살던 곳에선 주인이 허락해 키웠어요. 옆 세입자가 개 짖는 문제로 몇 달 항의해왔죠. 대화로 풀려 했지만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더라고요.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세 번째인 지금의 월셋집에 와서야 편하게 생활해요. 같은 건물에 사는 몇 분도 동물을 기르는데, 각자의 동물을 데리고 함께 산책을 나가기도 해요.”

    반려동물을 기르는 도시의 젊은 자취생들은 대개 원룸이나 오피스텔 같은 다세대건물에 산다. 주인이나 세입자의 거부나 민원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



    김씨에겐 다른 걱정거리도 있다. 퇴근시간만 되면 김씨는 상사의 눈치를 본다. 오늘도 회식을 하자고 할까봐서다. 집에 혼자 있을 강아지들이 걱정돼 빨리 귀가하고 싶지만, 막 취업준비생 딱지를 뗀 신입사원인 김씨는 상사의 회식 제의를 거절하기 힘들다.

    언젠가 곧이곧대로 사정을 말했다가 “강아지가 중요해, 사회생활이 중요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김씨는 “1인 가구라 맡길 데도 없고 직장에서 을의 위치라 반려동물을 건사하기 힘들다”고 했다.

    서울 한양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24) 씨는 자취방에서 몰티즈(Maltese) ‘뭉치’를 기른다. 그는 뭉치가 아파 한숨을 쉬는 일이 잦아졌다.

    “동물병원에 한 번 갈 때마다 몇 만 원이 깨져요. 먼 곳에 싼 병원이 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거기까지 갈 시간이 나지 않고.”

    경제적 여력이 없는 20대에게 반려동물 치료비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 이씨는 동물병원 진료비라도 통일해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것 같아”

    자취방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는 서울 마포구 요양원 직원 최모(여·27) 씨는 “비용이 들긴 하지만, 살아가는 데 힘이 돼 반려동물과 끝까지 함께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당수 자취생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싶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것 같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구 한 광고대행사 사원(여·27)은 “외로움을 달랠 겸 해서 자취방에서 동물을 키우려 했다. 그러나 야근이 잦아 포기했다”고 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수업(담당 허만섭 강사·신동아 기자) 수강생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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