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호

20대 리포트

‘혼밥 당연시’ 신풍속도

대학생 84% “혼밥 한다”

  • 양승민 연세대 글로벌인재대학 2학년

    ceebs99@hotmail.com

    입력2019-01-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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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정-메뉴 조율 귀찮아”

    • “취업난 ‘혼밥 문화’ 조장”

    • “‘나 혼자 산다’ TV 영향”

    • “아시아권 유학생 혼밥 기피”

    외식할 땐 보통 누군가와 짝을 이뤄 식사한다.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요즘엔 좀 달라졌다. ‘혼밥(혼자 밥 먹기)’을 당연시하는 풍속이 대학가에서 자리 잡고 있다.

    필자가 최근 ‘구글서베이’를 활용해 대학생 2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응답자의 84.6%(22명)는 “평소 혼밥 한다”고 답했다. .

    이들 중에서 연세대 재학생 김모(여·22) 씨는 “혼자 식사하는 것이 즐겁다. 메뉴 선택 등 누군가와 함께 갈 때 생길 수 있는 자잘한 충돌을 피하고 내 마음대로 먹는 게 좋다”고 했다. 일본에서 유학 온 한 연세대 재학생(22)은 “식사 약속을 잡기가 귀찮고 혼밥이 편해서 좋다”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 김모(여·20) 씨도 “혼밥이 편하다. ‘나 혼자 산다’ 같은 TV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혼밥족 대부분은 늘 혼밥을 하진 않는다. 고려대 재학생 우모(여·21) 씨는 “친구와 시간이 안 맞으면 혼밥을 한다. 혼자 밥 먹지 않기 위해 식사 약속을 잡으려고 애를 쓰지 않는 문화에 익숙하다. 약속이 없으면 자연스럽게 혼자 밥을 먹는다”고 했다. 건국대 재학생 박모(여·22) 씨는 “시험기간에 친구들과 밥을 함께 먹을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구대 재학생 이모(여·20) 씨는 “혼밥을 하다보면 ‘인생은 혼자구나’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혼자 먹는 게 뭐 어때”

    식비를 절약하기 위해 혼밥을 택하는 학생도 많았다. 자취를 하는 연세대 재학생 박모(여·22) 씨는 “친구들과 자주 식사하면 식비 지출이 혼자 식사하는 것에 비해 훨씬 늘어난다”고 했다.



    해외 대학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도 혼밥 문화에 익숙하다. 호주 시드니대 재학생 이모(여·21) 씨는 “친한 친구들과 수업시간이 다 다르다. 식사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자주 혼밥을 한다”고 말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재학생 안모(여·20) 씨도 “혼자 식사하면 마음이 편하다. 식사 중에 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고 덧붙였다.

    혼자 밥 먹는 사람을 보는 주변의 반응도 ‘무신경’ 해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재학생 김모(20) 씨는 “혼자 와서 식사를 하건 말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학가의 혼밥족은 주로 기숙사 커뮤니티 룸이나 학생식당, 1인 테이블이 있는 외부 식당, 편의점, 자취방에서 혼자 밥을 먹는 편이다. 연세대 재학생 양모(여·20) 씨는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학생식당이 혼밥 하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학생식당은 보통 2000~5000원대 메뉴를 내놓는다.


    보쌈, 삼겹살, 샤브샤브, 맥주도 혼자

    서울의 한 ‘1인 식당’에서 나홀로족이 ‘혼밥’을 즐기고 있다.

    서울의 한 ‘1인 식당’에서 나홀로족이 ‘혼밥’을 즐기고 있다.

    2017년 국내 1인 가구는 562만 가구로 2000년(222만 가구)보다 2.5배 늘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혼밥 문화의 확산, 혼밥 식당의 증가로 이어진다. ‘보쌈과 삼겹살을 혼자서 즐긴다’는 슬로건을 내건 한 음식점은 전국에 69곳의 점포를 열었다. 이 중 20곳 이상이 대학가에 자리 잡고 있다. 1인 고객용 샤브샤브, 혼술 맥주를 파는 곳도 늘고 있다. ‘나 혼자 먹는다’는 더는 민망한 일이 아니다.

    혼밥을 자주 하는 몇몇 대학생은 “청년실업난으로 요즘 20대는 주변과의 인간관계보다는 취업 준비를 위한 자기계발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런 점도 혼밥 문화 확산에 기여한다.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 혼밥의 일종인 컵밥이 유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학생들이 혼밥을 하기 꺼리는 곳은 고급 레스토랑, 고기 구워 먹는 식당, 뷔페식당 등이다. 고려대 재학생 우모(여·21) 씨는 “1인 메뉴가 많지 않은 식당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김규정 연세대 국제캠퍼스 영양사는 혼자 밥을 먹는 습관을 가진 학생들이 균형적이지 않은 식사를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메뉴, 간편한 메뉴만 주로 선택하니까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할 수 있다. 대체로 탄수화물 음식, 고칼로리 음식, 전자레인지 가열로 영양소가 파괴된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는 것이다. 김 영양사는 “혼자 먹더라도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3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혼자 밥 먹는 것을 꺼리는 심리도 여전히 상당하다.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원제 Mean Girls·2004)에서 주인공 케이디(린제이 로한)는 아프리카에서 살다 미국 고등학교에 전학을 온 후로 점심을 함께 먹을 친구를 갖지 못했다. 결국 화장실에서 식사를 했다. 혼자 숨어서 먹는 모습은 외톨이의 소외감을 잘 보여준다. 대학가에서 혼밥족이 부쩍 많아졌지만 일부는 소외돼 있다는 느낌이 싫어 혼밥을 피한다. 이들은 혼자 먹느니 차라리 굶는 것을 택한다.

    연세대생 김모(여·21) 씨는 “혼밥은 약속을 못 잡았을 때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학 온 연세대의 한 재학생(여·18)은 “혼밥은 안 한다. 혼밥을 하면 어색한 심정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인도에서 유학 온 연세대의 한 재학생(여·20)도 “혼밥은 슬퍼서 안 한다”고 했다. 중국에서 유학 온 연세대의 한 재학생(여·20)은 “같이 먹을 사람이 없으면 그냥 빵으로 때우지 혼자서 밥을 먹진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유학 온 연세대 재학생 H(여·19) 씨를 비롯한 설문조사 응답자 3명은 “혼밥을 하느니 굶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세대 재학생 이모(여·20) 씨는 “식당에서 혼밥 하는 사람을 보면 ‘많이 먹는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연세대생 김모(20·여) 씨도 “혼밥 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응답했다. 혼밥을 부자연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혼밥은 외롭다, 슬프다, 어색하다?

    연세대생 김모(여·21) 씨는 “혼자 식사하는 도중에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날까봐 두렵다”고 했다. 혼밥을 기피하는 학생들은 혼밥을 ‘우울하다’ ‘외롭다’ ‘슬프다’ ‘어색하다’는 느낌과 연결 지었다. 특히 한국에 유학 온 아시아권 외국인들은 대체로 혼밥을 기피했다.

    ※ 이 기사는 연세대 글로벌인재대학 ‘미디어와 현대사회’ 과목(담당 홍권희 교수) 수강생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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