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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여태껏 결제 건수 ‘제로’다, ‘제로’!”

  • 정낙영 인턴기자 taeptaep@naver.com

“제로페이? 여태껏 결제 건수 ‘제로’다, ‘제로’!”

  • ● 결제 ‘0건’ 가맹점 수두룩…이용률 ‘제로’ 페이
    ● 2030 “우리에겐 쓸모없고 어른엔 진입장벽”
    ●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 온갖 편의로 무장한 신용카드, 카카오페이와 경쟁
[뉴시스]

[뉴시스]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수산물을 파는 이모 씨는 10년 경력의 토박이 장사꾼이다. ‘제로페이’ QR코드를 발급받아 가게에 설치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지금껏 제로페이 결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씨가 오전에 “손님들 좀 들어차면 사용자가 있을 수 있으니 다시 와봐라”고 해 오후 5시에 다시 찾아가니 “장난하나! 여태껏 빵이다, 빵!”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가 보여준 가맹점용 스마트폰 제로페이 애플리케이션(앱)에 쓰인 오늘·일주일·한 달 결제액은 모두 ‘0원’이었다.

1월 1일 오전 자갈치시장 내 신동아수산물종합시장과 자갈치센터는 해돋이 보고 밥 먹으러 나온 손님들로 북새통이었다. 신동아시장과 자갈치센터의 제로페이 가맹점은 66개. 제로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열흘이 훌쩍 지난 시점이었지만 서른 곳 넘게 돌아다녀도 ‘마수걸이’ 결제에 성공한 상인은 없었다. 말 그대로 “빵 건에 빵 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방선거 공약이던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12월 20일 도입됐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용 은행 앱이나 간편결제 앱으로 QR코드를 촬영하고 금액을 입력하면 계좌이체 방식으로 현금이 지급된다. 연 매출 8억 원 이하 소상공인에게는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아 제로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울시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부산·경남도 참여해 시범사업 지역이 됐다. 자갈치시장은 부산의 대표적인 제로페이 시범지역이다.


이용률 ‘제로’ 페이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과 소상공인들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로페이 이용 확산 결의대회에서 ‘결제 수수료 0%, 정답은 제로페이’ 펼침막을 들고 있다. [뉴시스]

박원순(오른쪽) 서울시장과 소상공인들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로페이 이용 확산 결의대회에서 ‘결제 수수료 0%, 정답은 제로페이’ 펼침막을 들고 있다. [뉴시스]

사용자가 거의 없는 건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1월 2일 서울시가 ‘제로페이존’으로 지정한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의 상황은 자갈치시장과 비슷했다. 남성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제로페이에 가입하라는 권유가 난리도 아니었다”면서 “정작 찾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허탈해했다. 맞은편 구두 가게 사장은 지하상가 바닥에 부착된 제로페이 홍보물을 가리키며 “이거 붙이는 사람도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서울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터몰’은 620개 상가가 밀집한 곳이다. 서울시는 고속터미널역과 영등포역 지하상가를 제로페이존으로 선정했다. 그중 고터몰 내 가맹점은 590곳에 달한다. 1월 2일 하루 동안 고터몰의 가맹점 30여 곳을 취재한 결과, 제로페이 구매자가 있었던 매장은 딱 한 군데였다.



“지금껏 전부 다 해서 제로페이로 서너 건 결제했어요. 요 며칠 하루 1명가량 제로페이로 구매했습니다.”

서울시가 30억 원을 투입해 첫발을 뗀 제로페이가 이렇듯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 ‘제로페이 서포터즈’ 1000명을 모집해 운영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제로페이 결제 건수를 물었더니 “결제 건수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시의 제로페이 담당자 역시 “이용횟수와 총 결제액은 우리가 파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사용자 왜 이렇게 적을까

카카오페이 결제 안내 스티커. 카카오페이는 현재 10만 곳 넘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가맹점을 모집했다. [지호영 기자]

카카오페이 결제 안내 스티커. 카카오페이는 현재 10만 곳 넘는 오프라인 간편결제 가맹점을 모집했다. [지호영 기자]

왜 이렇게 제로페이 사용자를 찾기 어려운 걸까. 20대 여성 3명을 대상으로 ‘제로페이 구매’ 시간을 측정해봤다. 대학생 김민하(22) 씨는 2분 만에 결제를 끝냈다. 그는 대학 동아리 총무인 터라 핀테크를 애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핀테크 활용 능력을 스스로 ‘중상’이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모바일 학생증, 체크카드가 간편결제 앱 ‘페이코’와 연동돼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두 대학생은 결제에 각각 6분, 7분이 걸렸다. 이렇듯 같은 20대라도 금융 생활 습관에 따라 첫 사용 시 소요되는 시간이 차이가 났다.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한 앱을 찾아 설치하고, 아이디를 만들고, 인증 절차를 거쳐 계좌를 등록하는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3명 모두 “간편결제가 가능한 매장에서도 그냥 카드를 쓰겠다”면서 “중장년층이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령대별 모바일 지급 서비스 이용률은 20대(53.6%), 30대(50.6%), 40대(28.0%), 50대(8.5%), 60대(2.1%)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보안 문제, 인터넷 사용 미숙, 구매 절차 복잡 등의 이유로 모바일 지급 서비스 사용률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QR코드 스캔을 사용해본 경험은 20대(30.8%), 30대(18.0%), 40대(9.8%), 50대(2.1%), 60대(0.5%)로 모바일 지급 서비스 이용률보다 더 낮았다. 중장년층의 모바일 앱, 핀테크 이용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지지 않는 이상 실질적으로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건 20대와 30대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작 20대와 30대도 제로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2분 만에 제로페이 결제에 성공한 김민하 씨는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사용액 소득공제 40% 등의 혜택은 20대에게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또 제로페이 서포터즈가 홍보를 하는 상권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20, 30대는 전통시장에 어쩌다 한 번 갈 뿐이다. 건대나 홍대 거리를 가면 제로페이는 볼 수 없고 카카오페이 사용처임을 알리는 스티커만 붙어 있다.”


“30대는 바보가 아니다”

제로페이는 ‘소득공제 40%’를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 [정낙영 인턴기자]

제로페이는 ‘소득공제 40%’를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 [정낙영 인턴기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서포터즈 1000명을 모집해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제로페이 홍보를 시작했다. 규모가 크고 점포가 밀집돼 있으며 홍보할 공간이 있는 곳이 서포터즈의 주요 활동 지역이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상권은 전통시장과 지하상가다. 신동아시장과 자갈치센터에서는 서포터즈들이 설명회를 열고 신청서를 돌려 가맹점 66개를 확보했다. 12월 26일엔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설명회가 있었다. 전통시장과 지하상가는 서포터즈 활동에는 적합하지만, 제로페이 서비스 이용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젊은 소비자가 돈을 쓰는 곳은 아니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사업예산만 29억 원에 달한다.

30대 직장인 양모(35) 씨는 제로페이를 굳이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모임에서 보통 한 명이 카드로 긁어요. 신용카드 사용 실적을 몰아주는 거죠. 2차, 3차까지 갔다고 치면 얼마씩 부담해야 하는지 정리해서 카톡방에 올려요. 카뱅(카카오뱅크)으로 해당 금액만큼 쏴주고요.”

그는 ‘소득공제 40%’도 와닿지 않는 혜택이라고 했다. 제로페이 홍보 현수막에는 ‘연말 소득공제를 47만 원 더 받는 법, 정답은 제로페이다’라고 적혀 있다. 그 밑에 깨알 같은 글씨로 ‘연봉 5000만 원 직장인이 제로페이로 2500만 원 사용 시(신용카드 대비)’라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세금 47만 원 더 돌려받자고 2500만 원을 특정 결제수단으로 소비하는 건 불가능해요. 현수막 보고선 다들 ‘장난치냐’는 반응이었어요. 공무원들이 사기 친다고.”

사용액 40%를 소득공제 받으려면 세전 연봉의 25%를 제로페이로 사용해야 한다. ‘47만 원’은 연봉 5000만 원인 사람이 2500만 원을 제로페이로 사용했을 때 신용카드만 사용한 경우보다 더 되돌려받는 금액이다. 한 달에 200만 원을 제로페이로 사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김모(32) 씨는 “신용카드로 월 200만 원 넘게 쓰면 통신비, 영화관 할인, 항공 마일리지 등 누릴 수 있는 혜택이 47만 원을 훌쩍 넘긴다”면서 “무이자 할부를 무제한 제공하는 수준의 혜택이 없는 이상 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쓸 일은 없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도입한 지 얼마 안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용자는 찾아보기 힘들고 △홍보는 엉뚱한 데서 이뤄지고 있으며 △중장년층이 사용하기엔 과정이 복잡해 진입장벽이 존재하고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20, 30대는 사용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이용률은 바닥을 치고 확산은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가맹점 10만 넘은 카카오페이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 이모 씨의 스마트폰 제로페이 앱의 결제액은 ‘0원’이다. [정낙영 인턴기자]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 이모 씨의 스마트폰 제로페이 앱의 결제액은 ‘0원’이다. [정낙영 인턴기자]

자갈치시장 상인 이모 씨 가게의 카드단말기 옆에는 제로페이와 알리페이 QR코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씨는 “중국 관광객 열에 한둘은 알리페이를 사용한다”고 했다. 알리페이는 알리바바가 만든 중국 최대 규모 간편결제 서비스로 2011년 출범해 현재 매달 5억 명이 사용한다. 지난해부터 한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중국은 신용카드 이용률이 낮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중국 정부의 ‘선(先) 발전 후(後) 규제’ 방침도 뒷배로 작용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66조 위안(3경 원)에 달한다. 소상공인을 위한 ‘의지’가 아닌, 시장에서의 ‘성공 잠재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도입한 지 얼마 안 된 제로페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카카오페이 등 7개 간편결제 업체의 연간 이용액이 2016년 2조4413억 원에서 2017년 11조 원대로 급성장했다. 제로페이가 앞으로 어떻게 보완되느냐에 따라 현재 제기되는 우려와 불신을 떨쳐낼 가능성도 있다. 

제로페이의 경쟁자는 한둘이 아니다. 22개 신용카드사에서 발급된 카드만 9000만 개가 넘는다. 카드 3사(신한·롯데·비씨카드)는 800만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통합 QR결제 서비스’를 출시한다. 카카오페이는 10만 곳 넘는 간편결제 가맹점을 확보했다. 제로페이가 온갖 혜택과 편의로 무장한 신용카드, 사기업의 간편결제 서비스, 체크카드, 카카오페이 등과의 경쟁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신동아 2019년 2월호

정낙영 인턴기자 taeptae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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