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호

20대 리포트

모바일 게임에 ‘현질’(현금질) 심각

“5000만 원 썼는데도 부족”

  • 김도형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totquf0126@naver.com

    입력2019-02-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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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금 많이 쓸수록 게임 속에서 승승장구”

    • “2시간 만에 10만 원 증발”

    • “현질 끊으면 순위 곤두박질”

    • “돈 쓴 이용자 우대”

    • “단순 오락? 비어가는 통장 잔고”

     “대단하다고요? 저보다 돈 더 쓴 분도 많을걸요?”

    대기업 S그룹에 근무 중인 안모(28·천안시) 씨는 2018년 11월 휴대전화 요금으로 120만 원을 냈다. 요금의 대부분은 휴대전화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인 C사 야구게임 결제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안씨는 “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좋은 스킬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돈을 쓰다 보면 이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야구 게임 주전 선수 영입하려고…”

    같은 게임을 하는 임용고시 준비생 김모(29·대구 북구) 씨는 아이템을 추가로 지급하는 이벤트가 열린 지난해 12월 1일 10만 원 상당의 상품 30세트를 구매했다. 충분해 보이는 양이었지만, 김씨는 2시간 만에 이를 모두 소모하고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확률이 좀 너무한다. 돈이 그대로 증발해버리니 허탈한 기분이다.”

    김씨는 ‘또다시 결제할 것이냐’는 질문을 웃음으로 넘겼다. 그러나 그는 결국 9일 뒤 또 질렀다. “원하는 주전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였다.



    모바일 게임은 무료로 휴대전화에 내려받아서 지하철 같은 곳에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즐기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요즘 상당수 젊은이는 이 모바일 게임에 빠져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측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게임 이용자의 88.3%는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며, 이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27.4%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쓴다.

    ‘리니지’로 대표되는 대작 게임도 모바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면서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아이템 구입 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모바일 게임 회사는 현금으로 구매하는 게임용 유료 아이템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겉모습을 화려하게 해주는 아이템이 ‘아바타’ ‘효과’ ‘스킨’ 같은 명칭으로 우선 판매된다. 이용자의 게임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기술, 장비, 특수효과 아이템도 절찬리에 팔린다.

    이런 유료 아이템을 사는 것을 뜻하는 ‘과금’은 ‘게임 노하우 공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제 수많은 모바일 게임 이용자 사이에선 ‘현금’과 어떤 행위를 낮춰서 부르는 접미사인 ‘질’의 합성어인 ‘현질’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나아가 ‘핵과금’(엄청난 금액의 과금), ‘과금전사’(고액 과금으로 강한 아이템을 산 게임 이용자) 같은 단어도 널리 사용된다.

    경북대 경영학과 재학생 W(25) 씨는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수시로 현질을 한다. W씨는 “예전에는 시간을 들여 게임에 익숙해지는 것만으로도 게임을 즐겼다. 이젠 너도나도 현질을 하기 때문에 등수가 뒤처지기 싫어 남들을 따라서 과금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질을 하지 않자 다른 이용자들이 나를 레이드(여러 이용자가 함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게임의 한 요소)에 끼워주지 않았다. 현질을 시작한 후 다시 이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핵과금” “과금전사”

    한 모바일 게임 화면.

    한 모바일 게임 화면.

    서울 광화문역 부근 한 금융회사 직원인 최모(30) 씨는 한때 유명 모바일 게임에서 전체 랭킹 8위에까지 올랐다. 이는 오직 ‘현질’ 덕분이었다. 최씨는 “현질을 하면 할수록 게임 속에서 승승장구했다. 그래서 더 많은 액수의 현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와의 대화다.

    - 그 게임을 하면서 얼마나 썼나?

    “1년 6개월 정도 플레이하면서 5000만 원 조금 안 되는 금액을 쓴 것 같다. 미친 듯이 현질할 때는 3개월에 2000만 원을 쏟아 넣기도 했다. 그렇게 썼는데도 사야 할 것이 끊임없이 나왔다. 내가 구매한 재화는 금방 떨어져 또 현질을 하게 되더라.”

    - 그런 가상세계 게임에 큰돈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임 속에서 강해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능력치를 상승시켜주는 장비를 구매하는 데 돈을 많이 쓰게 된다. 처음에는 월정금액만 썼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을 조금 더 쓰니까 캐릭터가 더 강해져 있고, 또 쓰니까 또 강해져 있고. 이렇게 계속하다 보니 자주 승리하게 되고 랭킹이 8위까지 올랐다. 정말 기분이 최고였다. 이후 랭킹이 더 올라가진 못했지만 그 등수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 돈을 써야 했다. 경쟁자들도 돈을 어마어마하게 써서 자신의 캐릭터를 강화시키니까.”

    - 어떤 식으로 구매했나?

    “한 번에 10만 원짜리 상품을 주로 구매했다. 1만 원짜리, 5만 원짜리도 있지만 비싼 것을 사면 아이템 내용물 구성이 다양해진다. 10만 원짜리에만 들어 있는 특별한 아이템도 있고. 게다가 재화를 사용할 곳이 능력치 강화, 아이템 강화, 버프 보너스 등 한두 군데가 아니다. 또 재화를 구매해도 강화에 100% 성공하는 것도 아니어서 현질 금액이 점점 커졌다. 리니지m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내가 한 게임을 포함해 다른 게임들도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고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야 1% 정도? 어쨌든 엄청 낮다. 조금이라도 더 세지고 싶다면 ‘로또’ 확률이라도 질러야 한다. 문득 정신 차리고 정산하면 이미 늦다. 1등하는 유저는 나보다 얼마나 더 썼겠나.”


    “돈 안 쓰자 느려지고 쾌감 사라져”

    - 결제 내역을 봤을 때 기분은?

    “게임에 얼마나 결제했는지 대략 알려주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금액이 많을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막상 결제 내역을 눈으로 직접 보니 충격이 컸다.”

    - 5000만 원 가까이 되니…그 기분이 이해된다.

    “처음엔 돈 쓰는 것을 줄이면서 계속 이 게임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돈을 안 쓰자 진행 속도가 느려졌고 캐릭터가 강해지는 쾌감을 느낄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손이 결제 버튼으로 향했다.”

    고려대 일반 대학원 재학생 L(29) 씨도 모바일 게임에 1000만 원 이상 썼다. L씨는 게임회사가 현질을 많이 하는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현질을 적극 유도한다고 말했다.

    “게임회사는 돈을 쓰면서 게임을 이용하는 고객이 무료로 게임을 이용하는 고객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한 간담회에서 내가 요금을 내는 한 모바일 게임의 운영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운영자가 놀랍게도 나를 알고 있었고 내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L씨는 “게임회사에 어떤 건의를 할 때에도 현질을 많이 하는 이용자에겐 빠르고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온다. 작은 게임회사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2016년 상반기 구글플레이 게임 카테고리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이해 상반기 동안 모바일 게임에 100만 원 이상 결제한 ‘고액 과금 결제 이용자’의 매출 기여도는 41%에 달했다. 한 모바일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회사는 고액 과금 결제 이용자를 우대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이들이 돈을 더 많이 내게끔 유도한다”고 말했다.


    무료로 게임 즐기면 찬밥 신세?

    무료로 모바일 게임을 하는 이용자는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사의 게임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ID ‘y○○○○○’를 쓰는 한 이용자는 게임 업데이트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이용자는 “게임회사가 요금을 많이 내는 VIP 고객을 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결제를 적게 하지만 게임을 여유롭게 즐기는 다수 유저도 고려해 게임을 운영해달라”고 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44) 씨는 모바일 게임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 사람이 자신의 주변에서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박씨는 “게임회사들은 다양한 루트로 과금을 유도한다. 사행성 도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이용자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현질에 의존해 게임을 하는 이용자들은 “이기기 위해 지불한다(pay to win)”는 표현에 공감한다. 모바일 게임이 ‘과금 결제가 게임 결과에 영향을 주는 체계’로 점점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과금이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유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누군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어떤 콘텐츠를 얻는데, 다른 누군가는 과금으로 이 콘텐츠를 즉시 획득할 수 있게 해준다. △일부 최고급 아이템의 획득 및 업그레이드의 경우 오직 유료 서비스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한다. 랜덤박스(확률형 아이템)를 뽑을 기회를 줘서 그 안에서 또다시 운에 따라 운명이 갈리게 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과 팀을 이뤄 게임을 하기 위해선 반강제로 현질을 하게 한다.

    특히 이용자들은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까지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게끔 만드는 시스템에 대해 대개 분개한다. 이들은 “어떤 경우 돈을 내고 아이템을 구매하지 않으면 게임에서 거의 이길 수 없거나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저 개인의 실력이나 노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며 오로지 투자 금액에 따라 게임 등수와 즐길 수 있는 정도가 갈린다”는 것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일어나는 과소비를 제도적으로 방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5년 3월 국회의원 10명은 게임의 사행성을 줄이고 과소비를 억제하려는 취지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발의는 결국 법제화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많은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법안 폐기를 아쉬워했다. 법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겠지만 출발점이 될 수는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의 한 이용자(ID ‘K○○○○○’)는 “게임회사의 과금 유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도저도 안하고 방치하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수업(담당 허만섭 강사·신동아 기자) 수강생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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