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호

2% 부족한 3기 신도시 계획

12·19 대책으론 집값 못 잡는다

  •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hong8706@naver.com

    입력2019-01-27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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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간의 대출 억제, 시장 안정에 효과 미미

    • 투기꾼 탓 삼가고 공급 계획 제시 긍정적

    • 3기 신도시만으로 수급 불균형 해소 난망

    • GTX-A, 신도시 예정지와 직접 연관 없어

    • 종로·을지로 등 도심 고밀도 개발에 나서야

    3기 신도시 부지로 발표된 경기 남양주시 왕숙1지구 일대 전경. [뉴스1]

    3기 신도시 부지로 발표된 경기 남양주시 왕숙1지구 일대 전경. [뉴스1]

    국토교통부가 2018년 12월 19일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이하 12·19 대책)에는 획기적 변화가 담겨 있다. 12·19 대책의 골자는 총 15.5만 호(2273만㎡) 규모의 3기 신도시를 건설하는 한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와 신안산선 조기 착공을 통해 광역교통망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12·19 대책을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정책 스탠스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2016년 11·3 대책부터 2017년 8·2 대책 등 최근 쏟아져 나온 정책 대부분의 골자는 같다. 대출을 억제하고 세금을 부과해 시장의 열기를 억누르겠다는 생각 말이다.

    아마 당시 정책 당국자들은 “2018년을 전후해 생산활동인구가 감소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불황이 시작되니, 투기적인 매수자를 억누르면 시장은 금방 안정될 것”이라고 여긴 것 같다.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대출받는 사람에게는 담보인정비율(LTV·Loan-to-value ratio) 40%가 적용되는 등 다양한 대출 억제 대책을 쏟아부었다. 그럼에도 서울 부동산 가격은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담보 효과

    대출을 억눌렀음에도 주택 가격이 왜 상승했으며, 또 대출도 크게 줄지 않았을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데 있다. 한국은행은 2018년 11월 말 정책금리를 기존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하지만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 등 시장금리는 하락했다. 가계의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연동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대출금리가 크게 오르기는 힘든 상황이다.

    대출을 억누르는 정책이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대부분 주택 가격이 상승한 다음에야 대출이 늘어났다. 이런 현상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제임스 클로인(James Cloyne) 등 영미권 경제학자들이 공저해 발표한 ‘주택 가격 상승이 가계의 차입에 미치는 영향: 새로운 접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다음에야 대출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의 원인을 밝혀 주목받았다.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부의 효과(Wealth effect)인데, 이는 집값이 상승하면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 논문의 저자들은 전혀 다른 요인, 바로 담보 효과(Collateral Effect)에 주목한다. 담보 효과란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 추가 담보대출이 더 쉬워지고 그렇게 빌린 돈을 소비에 활용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음을 뜻한다. 쉽게 이야기해 50만 달러 상당의 집에 대해 30만 달러의 모기지를 가지고 있었던 경우(LTV 60%), 이 집값이 100만 달러로 상승하면 LTV는 30%로 떨어질 것이다. 이때 이 가계가 추가로 30만 달러를 대출받아 LTV를 60%로 재조정하는 경우, 이 가계에는 30만 달러에 달하는 소득이 새로 추가된다.

    물론 이 인과관계를 어떻게 분석할 것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논문 저자들은 2005~2015년의 영국 가계대출 통계를 전수(全數)조사해 문제를 해결했다. 분석에 따르면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대출’의 탄력성이 약 0.2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의 상승률이 높아질수록 동일 주택을 담보로 추가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20%씩 높아진다는 뜻이다. 특히 LTV가 높은 집, 즉 주택담보비율이 높은 가계일수록 추가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가령 LTV가 30% 이하인 주택들의 추가 담보대출 확률은 20% 정도였지만, 85% 이상인 가구의 주택 담보대출 추가 확률은 60%를 넘어섰다. 주택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점쳐질 때,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큰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뜻이다.


    힘 잃은 인구절벽 가설

    2017년 말 발표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단위 1주택자의 LTV는 52.2%였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투기지역’ 1주택 보유자의 LTV는 47.9%에 그쳤다.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이 13% 이상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서울 지역 주택 보유자들의 LTV는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생산활동인구(15~64세 인구)가 줄어들며 한국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인구절벽 가설, 즉 1990년 일본 부동산 시장이 생산활동인구의 급격한 감소 충격으로 무너졌다는 주장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수년 전 필자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일본의 부동산 전문가들을 면담했다. 이들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생산활동인구가 본격 감소했지만, 주택 시장은 그보다 약 5년 먼저 붕괴했다. 일본의 주택 가격 고점은 1990년이다. 생산활동인구는 1996년에야 직전 연도에 비해 0.1% 감소했다.

    이상의 요인을 감안할 때, 12·19 대책을 통해 정부가 주택 공급 증대로 선회한 것은 긍정적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을 ‘일부 투기꾼의 책동’에 돌리기보다 수요·공급의 균형이 무너진 데 따른 현상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최근 발간된 책 ‘한국의 논점 2019’에서 최준영 박사는 2016년 시작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원인을 맞벌이 확대에서 찾는다. 맞벌이 부부는 양육 문제로 장거리 출퇴근을 기피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서울이 아닌 수도권 외곽 지역에 아무리 주택을 공급해본들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통계청에서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8’에 따르면 유배우 취업자, 다시 말해 가정을 꾸린 직장인 중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한 비율은 37.6%에 달했다. 출퇴근 시간이 2시간 이상인 직장인의 42.1%가 시간 부족을 호소했다. 반면 출퇴근 시간이 30분 미만인 응답자 중에서 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2.6%에 그쳤다. 이에 12·19 대책에서 3기 신도시가 1기 신도시와 서울 사이에 위치한 건 주목할 가치가 있다.


    2% 부족해

    그렇다면 12·19 대책은 서울의 집값 안정을 가져올 것인가? 2% 부족하다는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2010년 이후 전국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급 축소를 통한 주택시장 균형을 도모했다. 그 결과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택지 공급 실적은 2010년 5446만㎡를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수도권 연 평균 택지 공급 실적은 단 732만㎡에 불과한데, 이는 1991년 이후의 역사적인 평균에 비해서도 43% 수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주택 보급률 지표가 100%를 넘어서고 있어 주택 공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1970년에 지어진 아파트와 2017년 지어진 아파트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 견해다. 따라서 12·19 대책만으로는 기존에 쌓여 있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 광역교통망 확충이 그렇게 빨리 진척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대교라고 부르는 월드컵대교 건설 지연 사례가 보여주듯, 사회간접자본 건설은 계획보다 늦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12·19 대책에 포함된 교통망 확충 대책에서 실제로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해 진척되고 있는 것은 운정신도시와 수서역을 연결하는 GTX-A 정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GTX-A가 3기 신도시 건설 예정 지역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점이다. 3기 신도시와 연관을 맺고 있는 GTX-C는 이제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과해 2021년 착공이 목표인 단계다. 즉 목표대로 2021년부터 주택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상당 기간 출퇴근의 어려움이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안은 수도권 외곽의 그린벨트를 해제해 3기 신도시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많은 문제가 뒤따른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고 도시민에게 휴식과 여가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지정됐다. 정작 지정 후 제대로 관리가 안 됐다. 그 탓에 비닐하우스와 각종 창고 및 무허가 공장이 난립하는 지역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그린벨트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안은 일면 타당해 보이지만, 해제에 따른 개발 이익을 소수가 독점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외곽 아닌 도심 개발해야

    [동아DB]

    [동아DB]

    그럼 12·19 대책을 보완할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외곽이 아닌 도심 개발 활성화가 우선 필요하다. 종로와 을지로 등 강북 도심의 고밀도 개발은 직장과 인접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통 수요 감소를 통해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는 환경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밀집된 도시 형태인 콤팩트 시티(compact city) 건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수요가 큰 지역의 밀도는 높이고 외곽은 낮추는 것이 상식이다. 한국 도시의 밀도는 거꾸로다. 서울 도심이 가장 낮고 외곽으로 갈수록, 즉 경기도로 갈수록 더 높아지는 역진적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둘째, 각 기관을 인위적으로 지방에 분산하는 정책을 중단하고, 수도권 기능 정상화에 주력해야 한다. 행정도시 및 혁신도시는 분산이 효과적이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들이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뿌리는 돈도 돈이지만, 이동에 걸리는 시간 낭비도 문제다.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에 사로잡혀 세계적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해야 할 수도권을 억지로 눌러놓은 것이다. 이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GTX뿐 아니라 수도권 인프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벌어진 각종 사고에서 보듯, 1기 신도시의 인프라는 지속적 투자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 다다랐다. 1990년대부터 계획돼온 신안산선이 아직 착공조차 제대로 못 했다. ‘수도권에 대한 역차별’을 서둘러 시정해 길 위에서 허비되는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2018년 서울 핵심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에서 확인했듯, 주택 시장에 존재하는 만성적인 수급 불균형을 마냥 방치하면 더 급격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매 분기 측정하는 ‘주택구입 여력지수’에 따르면 전국 지수는 역사적인 평균 수준을 밑도는 반면 서울 지수는 이제야 평균 수준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 상황에서 주택 가격이 추가로 급등하면 무주택자는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고통받고, 유주택자는 ‘버블’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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