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보다 훨씬 저렴
‘협동조합’ ‘공적자금’이 비결
협동조합형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들.
취업준비생 김모(여·24·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졸업) 씨는 2018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기숙사에서 나가야 했다. 새로운 거처를 찾다 비영리협동조합 민달팽이유니온이 운영하는 공동주택에 입주했다. 조합 측은 이런 집을 달팽이집이라 부르는데 건물 2, 3, 4층에 한 가구씩 총 11명이 함께 생활한다.
김씨가 거처하는 곳은 침실 두 개에 거실, 부엌, 화장실로 돼 있다. 김씨는 룸메이트 1명과 방을 함께 쓴다. 김씨는 “화장실도 원룸에 비해 넓은 편이고. 만족하고 있다. 같이 사는 사람들과도 마음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1층 필로티에서 이웃과 삼겹살 파티”
월세를 확 낮춘 ‘협동조합형 셰어하우스’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주거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 졸업 후 4년째 달팽이집에서 거주 중인 직장인 강모(남·29·서울 남가좌동) 씨는 처음엔 동네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모여 있으니 ‘술 먹고 고성방가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어요.”강씨 측 입주자들은 서울 서대문구의 마을공동체사업에서 지원을 받아 주민들과 함께 바자회, 송년회, 운동회 행사를 열었다. 김씨는 “1층 필로티 빈 공간에서 삼겹살 파티도 하고 쉼터처럼 만들어놓으니까 지금은 이웃 주민들과 잘 지낸다. 동네 꼬마들도 스스럼없이 찾아온다”고 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현재 서울, 부천, 전주 등 전국 10곳에서 달팽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0만~30만 원으로 저렴하다. 조합원이 돼야 입주 신청을 할 수 있는데 39세 이하 청년은 30만 원 이상의 출자금과 매월 1만 원의 운영비만 입금하면 조합원이 된다.
달팽이집은 두 가지 운영 방식으로 임대료를 낮췄다. 우선 조합비와 공적자금인 사회투자기금을 이용해 건물을 저렴하게 임차해 이를 청년들에게 공급했다. 또한 LH공사가 싸게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해 셰어하우스형으로 기획했다. 공공재원을 활용해 청년들의 부담금을 낮췄다는 게 달팽이집의 가장 큰 특색이자 장점이다.
“다녀와” “왔어?” “저녁은?”
강씨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인 서울시내 대학가 원룸 시세에 비하면 매우 저렴하다.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한 집에서 매일 얼굴을 보며 지내다 보니 조합원들과 감정적 유대도 깊어진다. 서로 관심을 갖고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가족애가 생긴다고 한다. 한 달팽이집 조합원은 “누군가로부터 ‘다녀와’ ‘왔어?’ ‘저녁은?’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참 좋다.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수업(담당 허만섭 강사·신동아 기자) 수강생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