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호

AI 모르면 곧 직장에서 도태

  • 유성민 IT칼럼니스트

    입력2019-02-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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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가져올 정보격차의 수혜자가 될 것인가, 희생자가 될 것인가. AI 시대를 살아가는 상당수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AI 기술 발전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AI 활용 능력이 곧 업무 경쟁력인 시대가 열린다. AI가 가져올 정보격차가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Pixabay]

    [Pixabay]

    2018년 12월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제공하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실습에 참여했다. 참여하기 전까지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반나절 동안 진행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의 내용은 생각보다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AI 서비스 구현이 너무 쉬웠던 덕분이다. 강사는 MS가 보유한 AI 연구 인력이 8000명이나 된다고 강조하면서 이들이 구축한 AI 플랫폼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진 속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는 AI 서비스, 이미지 내 사물을 인식하는 AI 서비스를 실습했는데, MS에서 제공하는 AI 플랫폼만 이용하면 됐다. MS에서 나온 강사는 이러한 AI를 빌트인 AI(Built-in AI)라고 설명했다. MS에서 제공하는 ‘머신 러닝 스튜디오(Machine Learning Studio)’도 잠깐 실습했다. 놀라운 점은 코딩 없이 AI 학습과 예측 모델을 그림판 이용하듯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 공간에 들어올 ‘빌트인 AI’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이어서 어렵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AI 플랫폼이 활성화하면 특정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게 매우 쉬워진다는 것을 반나절 실습을 거치면서 깨우쳤다. 물론 MS 등이 제공하는 플랫폼 없이 직접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실습을 통해 AI가 앞으로 새로운 정보격차(Digital Divide)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MS뿐 아니라 구글, IBM도 AI 플랫폼을 클라우드로 제공하기에 AI 서비스 구현의 난도가 내려가고 있다. 그런데도 많은 이는 아직 AI 서비스 구현이 고차원적이라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공학 대학원을 졸업한 필자도 AI 서비스 구현을 마냥 어렵게만 생각했다. 그러나 빌트인 AI를 체험해보니, 기업이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일이 곧 일반화할 것처럼 비친다.

    AI 활용이 확산됨에 따라 이를 친숙하게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정보격차가 나타날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폰에서 정보격차가 나타난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AI가 일으키는 정보격차는 어떤 양상일까.



    정보격차가 무엇인지부터 정의해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개인, 가구, 지역, 기업 간에 나타나는 정보통신기술(ICT)의 접근성과 활용성의 격차”로 규정한다. 정보격차가 사회·경제적 차이 때문에 나타난다고 OECD는 봤다.


    정보 부유층 vs 정보 빈곤층

    정보격차를 만들어낸 스마트폰. [Flickr]

    정보격차를 만들어낸 스마트폰. [Flickr]

    정보격차가 등장한 것은 ICT의 장을 연 인터넷이 출현하면서부터다. 인터넷 세상이 열리면서 정보 교류가 활발해졌다.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왔다. 그런데 이러한 혜택은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배분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다.

    1995년 미국 상무부는 처음으로 이 문제를 분석해 보고서를 내놨다. ‘완벽하지 못한 인터넷: 시골과 도시의 인터넷을 이용하지 못하는 시민에 관한 조사(Falling through the Net: A survey of the ‘have nots’ in rural and urban America)’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보격차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다.

    정보격차 용어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한 연설에서 정보격차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정보격차를 줄이고자 K-12(유치원~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인터넷 과목을 개설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등장한 지 20년이 넘은 인터넷 세계에서 정보격차는 여전하다. 비영리 연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내 인터넷 보급률은 2015년 기준 67%에 그친다. 선진국의 인터넷 활용도는 87%, 개발도상국은 54%다.

    ICT는 고인 물이 아니다. 빠르게 발전한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정보격차가 생겨났다. 이는 모바일 격차(Mobile Divide)로 불리기도 한다.

    모바일 격차에 관해서는 논쟁이 많다. 스마트폰의 등장이 정보격차를 줄인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보다 접근성이 높아 편리하다. 컴퓨터는 본체, 모니터 전원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야 한다. 반면 스마트폰은 터치 몇 번만 하면 바로 켜진다. 조작도 간편하다. 터치만 하면 된다. 실제로 주변에서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한 노인을 보곤 한다. 스마트폰이 인터넷 세상의 접근성을 높인 셈이다.

    반면 다수의 연구자는 스마트폰이 정보격차를 더욱 확대했다고 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디지털경제연구소는 ‘2017년 정보격차’라는 글을 통해 정보격차가 과거보다 더욱 심해졌다고 강조했다. 2017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정보 빈곤층’에 속하는 미국인 수가 126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했다.

    이렇듯 상반된 주장 중 어느 쪽이 옳을까. 두 주장 모두 옳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정보격차를 줄였다고는 볼 수 없다. 스마트폰이 새로운 정보격차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는 스마트폰이 “컴퓨터 없이 인터넷에 접속할 기회를 제공했으나 정보격차를 줄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선진국은 스마트폰 소유 비율이 2015년 기준 68%인 반면 개발도상국은 37%였다. 구매력(PPP)과 스마트폰 소유의 상관관계도 0.84로 강했다. 정보 빈곤층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인터넷과 스마트폰 활용이 증가세를 보이지만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퓨리서치센터의 결론이다. 정보 부유층이 누리는 혜택 또한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물림되는 ‘정보 빈곤’

    AI 활용 능력이 곧 업무 경쟁력이다. [Flickr]

    AI 활용 능력이 곧 업무 경쟁력이다. [Flickr]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선례를 보면 AI가 새로운 형태의 정보격차를 만들어낼 것은 불문가지다.

    스마트폰은 인터넷 접근을 쉽게 하고자 개발됐으나 시골에 사는 농부와 도시의 컴퓨터 개발자 중 누가 스마트폰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그것에 적응하기 쉬울까.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정보격차는 ‘격차’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정보 활용 능력의 ‘다름’을 지칭한다. 해당 기술이 얼마나 쉽게 구현되는지에 상관없이 정보격차는 생길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인터넷 이용률이 10% 상승하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2% 증가한다. 그런데 이러한 GDP 증가 혜택이 개발도상국 내에서도 같지 않다. 정보격차에 따라 누군가에겐 더 적게 분배되는 것이다.

    AI가 가져올 정보격차도 마찬가지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2030년 세계적으로 AI로 인해 15조7000억 달러(18경84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PWC는 GDP에 AI가 미칠 효과율을 지역별로 분석했다. 선진국에 해당하는 미국(14.5%), 북유럽(9.9%), 남유럽(11.5%), 중국 (26.1%)에서 효과율이 높았다. 개발도상국이 모여 있는 라틴아메리카(5.4%)와 아프리카(5.6%)에서는 효과율이 낮았다.

    기존의 선진국은 AI를 활용해 더 발전하고 개발도상국도 혜택을 누리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는 더 커지는 것이다.

    정보격차를 줄이려면 ICT 인프라, 서비스 구매 능력, ICT 활용 능력이라는 삼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가난한 나라는 ICT 인프라를 갖추기 어렵다. 또한 소득이 낮으면 ICT 인프라에 접근하기 어렵다. ICT에 접근을 못 하면 활용 능력이 생길 수 없다. ‘정보 빈곤국’으로 꼽히는 나라는 AI 시대에서도 뒤처질 공산이 큰 것이다. 정보 빈곤도 대물림된다.


    더 편리한 AI가 ‘사무실’로 온다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인해 업무 공간에서도 곧 AI가 활용된다. AI 활용 능력 격차가 업무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클 것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작성한 ‘디지털화와 미국 노동력’이라는 보고서는 545개 직종의 ICT 적용 현황 데이터를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축적했으며 ICT 관련성에 따라 직군을 상·중·하로 나눴다.

    그 결과, ICT 관련성이 ‘상’인 직군에서 고용이 늘어난다는 점이 발견됐다. 2016년 전체 직군 고용 비중에서 이 직군은 23%를 차지했다. 이는 2002년 5%에서 네 배 넘게 상승한 것이다. 관련성이 ‘중’과 ‘하’인 직군에서도 ICT 활용 비중이 높아졌으며 ICT 활용 정도에 따라 평균 임금이 달라졌다. ICT 활용 능력이 고용·연봉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ICT 활용 능력과 업무 경쟁력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AI로 인한 정보격차가 삶의 질을 좌우할 것이다. AI는 사용하기 더욱 편리한 형태로 다가온다. AI 활용 능력이 곧 업무 경쟁력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개인에게 중요한 것은 AI 기술 발전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이다. 정보 부유층이 될 것인가, 빈곤층이 될 것인가. AI를 활용할 줄 모르면 직장에서 도태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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