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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로 본 중국 | 구이저우성

天·地·人 다 가난해도 욕망은 넘쳐난다

貴 마오타이酒의 고향

  • 글 · 사진 김용한 | yonghankim789@gmail.com

天·地·人 다 가난해도 욕망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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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중 오지

天·地·人 다 가난해도 욕망은 넘쳐난다

가파른 산동네를 오르내리는 시장의 당나귀, 멜대 하나로 짐을 지고 산을 오르내리는 시장 사람들.

밀려나고 밀려난 끝에 정착한 곳이 구이저우성이다. 그중에서도 산골짜기에 먀오족 최대의 마을인 ‘시장 천호 먀오족 마을(西江千戶苗寨)’이 있다. 시장은 구이저우 동남부의 중심지 카이리(凱里)에서 직선거리 20km에 불과하지만, 총알택시로도 1시간이나 걸렸다. 굽이굽이 산길을 빙빙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포장도로가 잘 깔린 지금도 이 정도니 길도 제대로 없던 옛날에는 오지 중에서도 오지였을 것이다. 더 이상 외부 세력에 시달리지 않고 피난도 가지 않으려고 이토록 산속 깊숙이 콕 박혀 살았을까.
울창한 숲으로 뒤덮인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란 만만찮다. 구이저우 소수민족들의 문화에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먀오족은 은이나 나무로 된 소뿔 혹은 큰 모자를 써서 머리를 커 보이게 한다. 조상인 치우가 전쟁의 신으로서 머리에 소뿔이 있었다는 전설도 있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보자면 숲 속에 사는 동물을 쫓기 위해서였다.
제한된 자원으로 살아남아야 하기에 소수민족의 삶은 매우 생태친화적이다. 환경과 인간의 삶이 균형을 이루며 지속가능한 생활을 이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둥족(侗族)의 삶을 잘 그려낸 영화 ‘군라라의 총(滚拉拉的枪)’을 보자. 바사(岜沙) 마을의 둥족은 멜대 한 짐만큼만 나무를 베서 나를 수 있다. 소년 군라라가 수레로 나무를 옮기자 촌장은 일장 훈시를 한다. “수레로 나무를 나르다보면 트럭으로 나르고 싶어지고, 트럭으로 나르다보면 결국 기차로 나무를 나르고 싶어질 게다. 그렇게 욕심이 커지면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내 결국 우리 삶의 보금자리인 숲이 사라지고 말 게야.” 군라라는 첩첩산중 산골에서 읍내까지 멜대로 나무를 지고 걸어서 운반한다. 그 대가로 고작 5위안을 받는다. 전통을 따르는 소수민족의 삶은 이처럼 고단하다.
그나마 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잔리(占里) 마을의 둥족은 대대로 철저하게 산아제한을 실시해왔다. 전통사회에서는 보통 노동력을 투입하는 만큼 살림이 나아지기에 다산을 장려하지만, 잔리 마을은 가용자원이 너무 모자라 700명이 좀 넘는 인구를 부양하기 힘들다. 맬서스의 덫이 불과 700명부터 작동하기에, 이들은 ‘160호 700명’의 인구 제한을 지키기 위해 피임과 낙태술을 발전시켰다.
잔리마을의 서사시에 따르면 이들은 원래 광시에 살았다. 인구가 점차 늘자 “총각들이 골목에 가득 차고 처녀들이 마을에 가득 차게 됐다.” 인구가 늘어 식량이 부족해지자 안으로는 분쟁, 밖으로는 전쟁이 일어났다. 피난 끝에 잔리에 정착한 이들은 오늘도 “아들 많으면 경작할 논이 없으니 며느리 얻지 못해, 딸 많으면 은이 없으니 시집 못 보내지…”라고 노래하며 작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전통과 정체성의 미래

天·地·人 다 가난해도 욕망은 넘쳐난다

푸른빛이 감도는 돌로 지은 칭옌구전(青岩古鎮). 명초 구이저우 주둔군의 전초기지로 발전하기 시작한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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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오족의 생활상을 그린 벽 앞을 지나가는 여행자.


그러나 환경이 열악할수록 힘을 합해야 할 필요도 커진다. 없는 살림에도 단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단적인 예가 먀오족의 흘고장(吃牯臟) 행사다. 흘고장은 13년에 한 번 열리는, 지역 마을들의 연합 제사다. 적게는 30~40마리, 많게는 200~300마리 소를 잡고 조상에게 “여기 당신의 자손이 있습니다. 우리를 부디 보호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이때 먀오족은 전통의상을 입고 여러 먀오족을 만나며 먀오어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같은 조상의 후손이잖아요”라며 사이좋게 쇠고기를 나눠 먹는다. 제사를 주관한 마을은 경제적으로 크게 휘청거릴 지경이지만, 먀오족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문화를 보존하며 평소 흩어져 살던 다른 먀오족들과의 유대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행사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은 아름답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외부의 압력, 중화민족으로서의 정체성 강요 등도 있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인간의 욕망이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정치, 종교, 철학, 사회규범 등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제어했다. 그러나 생산력이 발달한 자본주의 체제는 인간의 욕망을 긍정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없던 욕망도 갖게끔 부추긴다. 갈증이라는 ‘본능’을 코카콜라라는 ‘상품’을 소비하는 욕구로 전환시키는 게 자본주의의 요체 아닌가.

전통가옥은 나무집이다. 주변에서 가장 조달하기 쉬운 건축자재가 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집은 화재에 취약하다. ‘군라라의 총’에서 군라라는 여행 중 화재가 난 집을 본다. 사람들은 불을 끌 생각을 전혀 못한다. 물이 없기 때문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살림살이 몇 가지만 옮긴 뒤, 정든 집이 무너져가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뿐이다. 실제로 디먼 둥족 마을에서 대화재가 일어나 마을의 중심인 고루(鼓樓)를 비롯해 상당 부분이 전소됐다. 전통 방식의 나무집을 지으면 정부 보조금이 나오지만 마을 주민들은 벽돌집을 짓고 싶어 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내구성, 안전성, 생활편의성이 나무집과 비교할 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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