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대충 통합’ 아닌가” vs “그래도 통합해야 나아져”

[르포┃2026 民心은 어디로…] 숙의 없는 ‘대충(대전‧충남) 통합론’에 쪼개진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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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6-03-18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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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에게 묻지도 않고 통합론 펼친 與에 실망”

    • “통합 강행하는 與 싫지만, 다투는 野도 싫어”

    • “지역에 변화 필요, 통합해야 나아진다”

    • 충청권 정당 지지율 민주당 45% vs 국민의힘 17%

    • 지방선거 시 ‘與 지지’ 47% vs ‘野지지’ 43%

    • 코스피 시장 호황에 여당 지지 의사↑

    • 장동혁, “당내 권력다툼 하느라 바쁜지 충남은…”

    3월 11일 대전 둔산동 일대에 걸린 대전·충청 통합 찬반을 다룬 플랜카드. 박세준 기자

    3월 11일 대전 둔산동 일대에 걸린 대전·충청 통합 찬반을 다룬 플랜카드. 박세준 기자

    대한민국 선거 지형에서 충청은 항상 승패의 마침표였다. 보수세의 영남과 진보세의 호남 사이에서 중원인 충청의 선택이 민심을 결정했다. 이재명 정부 2년차에 치러지는 6·3지방선거는 정권 중간평가는 물론 향후 정치 구도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다. 

    특히 충남과 대전에 이번 6·3지방선거는 각별하다. 충남과 대전 통합 논의가 함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충청남도 타운홀 미팅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충남,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말해 통합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후 1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국방중심도시 조성 특별법안’(이하 대전·충남 통합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통합은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반대로 충남·대전 통합법은 국회를 넘지 못했다. 지방선거가 대전·충남 통합 찬반 투표의 성격을 띠게 된 셈이다. 

    이 같은 배경 때문일까. 3월 10~11일 대전과 충남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방선거보다 지역 통합에 관심이 있어 보였다. 충남 아산에서 만난 30대 자영업자 정모 씨는 “지방선거 날짜가 언제인지, 누가 후보로 출마하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대전·충남 통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진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여당은 통합을 추진하고 야당은 반대하는데, 지역 통합에 더 힘쓰는 당 후보에게 표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충남 주민 “통합되면 그래도 나아지지 않을까”

    6·3지방선거 충남도지사에 출마 선언한 후보들. 위쪽부터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소열 전 서천군수와 박정현 전 부여군수, 양승조 전 충남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동아DB

    6·3지방선거 충남도지사에 출마 선언한 후보들. 위쪽부터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나소열 전 서천군수와 박정현 전 부여군수, 양승조 전 충남지사, 김태흠 충남지사. 동아DB

    대전과 충남 주민들은 통합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1월 31일~2월 1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충남 거주 808명, 대전 거주 819명을 대상으로 대전·충청 통합에 관해 여론조사한 결과(충남·대전 거주 성인 남녀 1627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4%포인트, 응답률 6.4%, 무선 ARS 방식) 대전에 거주하는 응답자의 50.8%는 반대 의견을 내놨고, 41.7%가 찬성했다. 반면 충남의 경우 응답자의 55.8%가 찬성, 반대는 32.3%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3월 10일 늦은 저녁 충남 천안중앙시장 인근 국밥집에서 만난 이모(68) 씨는 “(대전·충남) 통합이 되면 뭐라도 나아지지 않겠나. 아파트는 들어서는데 사람은 늘지 않아서 먹고 살기가 어렵다는 상인이 주변에 많다”며 “반드시 통합이 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이 씨의 맞은편에 함께 앉아서 국밥에 술잔을 기울이던 최모(70) 씨도 말을 보탰다. 최 씨는 “정치권이 (대전·충남) 통합에 대해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묻지 않는 것은 실망스럽다”면서도 “통합만 되면 정부가 예산도 지원해 준다고 했으니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대전·충남 통합 지지가 여권 지지로 이어질까. 이들에게 이번 지방선거에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 물었다. 그러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전·충남 통합을 위해서는 여권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데, 아직 누가 나올지 모르니 확실히 여권을 지지하겠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 당초 대전·충남 통합 단체장으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출마가 점쳐졌으나 통합이 무산되며 불출마 가능성이 커졌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월 4일 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수현 의원이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는 말을 직접 저한테 했다”며 “그래서 ‘강 실장은 어떻게 됐냐’고 물었더니 ‘이미 우리끼리 얘기가 다 끝났다. 강 실장은 안 나오는 것으로’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 재선 국회의원이자 당 수석대변인이었던 박 의원은 그동안 충남지사 후보군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대전·충남 통합 추진 국면에서 강훈식 실장의 통합 시장 출마 필요성을 거론하며 공식 출마 선언 시기를 저울질해 왔다. 

    6·3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공직자 사퇴 시한인 3월 5일까지 강 실장이 직을 내려놓지 않자 박 의원은 3월 6일 당 수석대변인직을 사퇴하고 “충남·대전 통합특별시장 민주당 경선 후보 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변인에 앞서 나소열 전 서천군수와 박정현 전 부여군수,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 3명이 충남·대전 통합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 4명은 모두 민주당 충남지사 입후보 예정자로 등록한 상태다. 

    대전 주민 “주민투표도 거치지 않고 ‘대충’ 통합”에 분노

    대전·충남 통합에 반대하는 충남 유권자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3월 11일까지만 해도 국민의힘에서는 충남지사로 나서겠다는 후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역인 김태흠 충남지사도 출마를 보류하다 3월 12일에야 국민의힘에 충남지사 공천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후보로 나서기 전에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에 관한 일방적 논의를 멈춰야 한다며 공천 신청을 미뤄왔다. 

    충남 천안에서 만난 대학생들 가운데 보수정당을 지지한다는 유권자를 종종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김 지사에게 표를 주기는 꺼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3월 11일 오전 천안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26) 씨는 “주민 의사도 모으지 않고 대전과 충남을 통합하겠다고 나선 여당에 실망해 야권을 지지하려 해도 뽑을 후보가 없다”며 “김 지사가 출마 보류를 하는 모습도 통합을 막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당내 권력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의 양당 공천 상황도 충남과 비슷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다수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장우 대전시장만 공천을 신청했다. 민주당에서는 장종태·장철민 의원과 허태정 전 대전시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전·충남 통합을 전제로 출마를 공식화했던 박범계 의원은 3월 13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대전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별명에 걸맞게 충청 지역 역시 여당 지지율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권의 후보는 많고, 야권에서는 후보로 나서려는 사람이 적은 편”이라 설명했다. 

    6·3지방선거 대전시장에 출마 선언한 후보들. 위쪽부터 허태정 전 대전시장, 장종태·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장우 대전시장. 동아DB

    6·3지방선거 대전시장에 출마 선언한 후보들. 위쪽부터 허태정 전 대전시장, 장종태·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장우 대전시장. 동아DB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3월 9~11일 만 18세 이상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자체 공동 조사를 진행해 3월 12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7.3%, 전화 면접 방식. 자세한 여론조사 관련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대전·세종·충청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45%, 국민의힘 지지율은 17%였다. 

    하지만 6·3지방선거에서 어떤 당에 표를 던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전·세종·충청 지역 응답자 중 47%는 ‘현 정부의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답했지만 43%의 응답자는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답했다. 당 지지율의 차이는 크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만큼은 그 격차가 좁혀진 셈이다. 

    이 격차를 줄인 것도 결국 지역 통합과 그 방식이었다. 이날 대전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대부분 통합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3월 11일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2·여) 씨는 “2024년 총선은 물론 지난 대선에도 민주당에 표를 던졌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에 표를 줄 수 없다”며 “대전과 충남 통합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진행하며 주민투표는커녕 주민 의사를 모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여당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대전 서구 용두동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모(44) 씨는 “친구들끼리는 대전·충남 통합 시도를 ‘대충 통합’이라 한다. 대전과 충남의 앞 글자를 딴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대전과 충남의 통합 시도가 주민 동의 등 기본적 절차도 거치지 않고 대충 진행됐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루가 멀다 하고 당내 다툼을 벌이는 야권 후보에도 표를 줄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 시민 중 다수가 대전·충남 통합에 관한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대전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월 20~22일 만 18세 이상 주민 2153명을 대상으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시민 의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1%포인트 자동응답 ARS 방식.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 결과 응답자의 71.6%가 ‘통합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직접 듣는 주민투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월 23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70%가 넘는 시민이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만큼 정부와 여당은 밀어붙이기식 통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 대전시당은 2월 27일~3월 12일까지 대전시의회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촉구를 위해 이어온 삭발 및 단식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농성이 끝난 이유는 지방선거에서 통합특별시장을 뽑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3월 12일에도 통합법 처리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권력 다툼하느라 지역 민심은 소외”

    충청권 통합을 둘러싼 계속되는 정쟁에 지역 유권자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대전역 인근에서 만난 이모(72·여) 씨는 “통합이 단순히 여야 간 다툼의 도구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치인들이) 통합을 두고 싸울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주민들을 만나서 목소리를 듣는다면 통합을 둘러싼 주민 혼란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지역 통합에 관한 의견을 제외하면 충남·대전 지역의 유권자들은 야권보다는 여권에 호의적이었다. 대전 둔산동 갤러리아 백화점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송모(23·여) 씨는 “(이재명) 대통령 (집권) 이후 코스피도 빠르게 오르는 등 나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을 응원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예정”이라 밝혔다. 

    충남 천안에서 만난 윤모(62) 씨는 “일은 천안에서 하지만 사는 곳은 (충남) 보령이고, 주로 보수정당을 지지해 왔다”면서도 “이번에는 보수정당에 표를 주지 않을 작정”이라 말했다. 

    “여당이 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힘이 제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장동혁 대표만 해도 지역구가 충청도(충남 보령·서천)인데 이곳 민심을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하질 않고 당내에서 싸우는 모습만 보이는 것 같다. 오죽 (당의 상황이) 답답했으면 (김태흠) 지사는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출마를 미룰까. 당분간은 (여당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국민의힘에 표를 주지는 않을 것 같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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