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때부터 논란 휩싸인 관장, 1년 반 만에 해임
보훈부, ‘호두과자 수수’ 등 14건 비위 적발
“정치적 목적 먼지털이식 짜깁기 감사”
내가 뉴라이트? 학문적·정치적으로 참여한 적 없어
일제 국적, 광복 관련 발언엔 “맥락 왜곡…송구하다”
공공기관 자율성, 직원들 명예 회복 위해 소송

김형석 전 독립기념관장은 “정치적 목적의 감사 여부와 공공기관 자율성 침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해임은 국가보훈부가 김 전 관장을 대상으로 한 특별감사 결과가 결정적 명분이 됐다. 감사 결과에는 김 관장이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사용한 점, 종교 행사에 기념관 시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출입이 제한된 수장고에 외부인이 들어가게 한 점, 기본재산인 ‘초원의집’ 카페를 무상 임대한 점, 호두과자와 식사 등 향응을 수수한 점 등 총 14건의 비위 혐의가 담겼다. 김 전 관장은 “억지 짜맞추기”라며 반발한다.
“정치적 맥락 속에 이뤄진 감사”
1955년생인 그는 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다. 총신대 교수,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초대 사무총장, 한민족복지재단 회장, 통일과나눔재단 운영위원장, 안익태기념재단 연구위원장 등을 지냈다.개인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역사 논쟁과 종교 편향, 공공기관장 임기 보장 문제라는 화두를 던진 이번 사태는 김 전 관장이 2월 27일 서울행정법원에 해임 취소 소송 및 해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해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지게 됐다. 공교롭게도 독립기념관장직을 두고 전임인 윤주경 전 관장도 2017년 7월경 임기를 남기고 ‘사퇴 종용’을 받은 사실이 크게 논란이 됐다(‘신동아’ 2019년 2월호 보도). 여야나 보수·진보가 없던 시절에 선조들의 독립과 국민 통합 역사를 기리는 공간이 여야 정권교체 때마다 분열의 공간이 되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3월 3일 김 전 관장을 만나 ‘뉴라이트 역사관’부터 해임 사유와 비위 의혹에 대한 입장, 기념관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보훈부 감사 결과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근거는 뭔가.
“지난해 8월 21일 제428회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에게 ‘국무조정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상의했으니 보훈부가 감사하라’고 했고, 9월 18일부터 보훈부 특별감사와 감사원 공익감사가 동시에 시작됐다. 이후 국정감사에서도 빠른 감사 진행과 (김형석) 해임을 요구하는 여당 의원들 질의가 이어졌다. 일련의 과정에서, 민주당 역사와정의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만)를 중심으로 광복회 등 일부 시민단체가 연대해 사안을 주도한 정황이 드러난다. 감사 결과도 이런 정치적 맥락 속에서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
지인들을 불러 예배를 보거나 ROTC 동기 모임을 독립기념관에서 진행한 것은 공적 공간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한데.
“지인을 불러 예배를 드렸다는 주장에는 할 말이 많다. 두 건 중 한 건은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한글학자 이강래 지사의 차남(이용익)이 선친의 조선어 연구 자료를 기증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기증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 이런 이유로 그가 소속된 종교교회 원로장로회가 수장고를 방문했을 때, 자체적으로 30분가량 감사 예배를 할 수 있도록 강의실을 제공한 것이다. 다른 한 건도 신반포교회 원로장로회가 문화강좌 차원에서 독립기념관을 관람하는 중에 자체 프로그램을 진행할 공간을 요청해 30분가량 강의실을 제공해 준 것이다. 지난해 5월 ROTC 15기생 120명이 정기 문화 탐방 프로그램으로 독립기념관을 방문하면서 독립군가 공연을 위한 컨벤션홀 사용을 요청해 1시간 동안 빌려준 적이 있다. 이때 장소 사용료(4시간 기준, 25만 원)를 면제해 준 것을 ‘독립기념관 사유화’라고 지적한다. 규정상 관장이 필요성을 인정할 때는 무상 임대가 가능하다. 이는 통상적인 것이고, 내가 부임한 후 전임 관장 때보다 면제(무상 임대) 건수도 많이 줄었다.”
“학문적 견해와 별개로 정부 입장 존중했는데…”
‘수장고에 비인가자를 들인 행위는 관장으로서 적절한 직무수행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유물 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박물관 수장고는 ‘국가 보안시설’이 아니라 ‘문화재 보관시설’이다. 유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비공개로 운영하는데, 요즘은 ‘개방형 수장고’로 바뀌는 추세다. 그래서 개방형으로 바꿀 수 없는 오래된 박물관에서는 ‘열린 수장고’ 행사를 통해 관람객을 유치한다. 더욱이 이번 감사에서 문제가 된 행사는 수장고 내부가 아니라 복도 열람 공간에서 진행됐다.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한 채 관장이 임의로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본다.”
광복회 등에서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로 지목했는데.
“우리 사회에서 뉴라이트는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보수 성향의 정치·사회운동을 의미하는데, 나는 정치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뉴라이트 운동에 참여한 적이 없다. 광복회에서는 ‘9가지 뉴라이트 감별법’을 제시하면서 내가 뉴라이트라고 주장하지만, 그 기준을 적용하면 1998년 건국50주년을 맞아 ‘제2의 건국운동’을 주창한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비롯해, 광복절 기념사에서 1948년을 기점으로 건국을 말한 역대 대통령들도 모두 뉴라이트가 되는 모순이 생긴다. 우리 사회의 갈등 종식을 위해서는 이승만과 김구를 대립적으로 보는 역사관을 넘어 미국처럼 다양한 독립운동 지도자를 ‘건국의 아버지들’로 인정하는 국민 통합의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끝나야 할 역사전쟁’이라는 책도 썼다.”
2025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1945년 광복은 연합군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한 발언이 독립운동의 가치를 폄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는 보수진영과 민족사적 관점에서 보는 진보진영의 인식을 아우르는 것이었는데…. 세계사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하면서 일본이 패전하고 그 결과로 광복이 됐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 민족도 3·1운동, 임시정부 활동, 광복군 투쟁 등 지속적인 독립운동을 펼쳐 광복을 쟁취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내용은 초·중·고교 역사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아주 일반적인 역사 서술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앞뒤 맥락을 제거하고 ‘1945년 광복은 연합군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는 문장만을 인용, 마치 독립기념관장이 독립운동의 가치를 폄훼한 것처럼 보도해 논란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의도야 어떻든, 기념관장으로서 이런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관장 후보 면접에서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언은 헌법의 임시정부 법통 계승 정신과 충돌한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적 논란도 많았다.
“그 당시 이종찬 광복회장이 일제강점기 국적을 묻기에 ‘나라가 망했기 때문에 당시 국적은 일본이었고, 그래서 독립운동을 통해 나라를 되찾으려 했던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학문적으로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을 ‘일본 국적의 외지인’으로 보는 논문이 있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한일병합조약이 무효라는 정부 입장에 따라 조선 국적을 유지한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면서 역사학자의 학문적 견해와 별개로 공직자인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정부 입장을 존중한다는 견해를 구분해서 밝혔다.”
“독립기념관, 정치권력으로부터 해방돼야”
취임 전 독립기념관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얘기도 나왔는데.“그건 정말 아무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확산된 것 같다. 대학교수 되기 전 서울 오산중·고교에서 역사 교사로 근무하면서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주경야독했다. 이 학교는 3·1운동의 주역인 남강 이승훈이 설립한 민족사학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과 여러 차례 방문했고, 방학 때 가족여행을 하며 방문한 경험도 있다.”
역사학자로서 느낀 한계나 성과는 무엇인가.
“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다시금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독립기념관을 만들 것인지에 골몰했다. 1987년 국민성금으로 개관한 기념관이 시간이 흐르면서 주목도가 떨어져 개관 당시 660만 명이던 관람객이 15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시설 개선과 콘텐츠 확대에 집중하고, 특히 관람객 비중이 높은 30~40대 가족 방문객의 불편 사항을 개선하려 노력했다. 또한 천주교·불교·유교·천도교·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와 독립운동의 관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 이것이 큰 호응을 얻어 관람객이 2024년 162만 명에서 2025년 약 179만6000명으로 11%가량 증가했다. 그 여파로 이후 천주교는 광주가톨릭박물관에서 장기간에 걸친 특별 전시를 열었고, 불교는 각 사찰로 이어지는 순회 전시를 펼쳤다.”
해임 이튿날인 2월 20일, 입장문을 통해 “독립기념관이 정치권력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해임 과정에는 3명의 민주당 국회의원 이사(김용만·문진석·송옥주)가 직접 해임건의서를 제출하고, 이사회를 주도해 해임을 의결하는 등 정치적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해임 사유에 ‘정부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표현까지 포함됐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MBC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독립기념관장으로서 징계받을 만큼의 비위 사실은 없지만, 정권이 교체됐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공공기관장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자리다. 더구나 독립기념관은 여야를 초월해 독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공공기관인데 ‘정치적 이유’로 관장이 해임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거 윤주경 전 관장은 임기를 남기고 ‘사퇴 종용’을 받아 크게 논란이 됐다. 해임 이전 청와대 등 ‘윗선’에서 사퇴 종용은 없었나.
“청와대 등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사퇴를 종용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특별감사 실시 전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우리 이념과 맞지 않으니 물러나라’는 등의 압박은 여러 차례 있었다.”
해임에 법정 소송으로 대응한 ‘진짜’ 이유
비위 혐의를 보니 ‘업무추진비 55만 원 불법 사용’ ‘비매품 호두과자 수수’ 등도 있던데.“그렇다. 감사에서 지적된 14건 중 대부분은 제도개선 주문 사항이다. 금전 문제는 주차료 미징수 2만2000원, 강의 사례금 과다 수수 20만 원, 업무추진비 55만 원 불법 사용 정도다. 나는 그 지적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동의한다 해도 독립기념관장직에서 해임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금품수수로 지적된 내용도 광복80주년 공익 캠페인 약정식을 마치고 1만7000원짜리 식사 대접을 받았다는 건데, 이는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김영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영상관 상영 프로그램 변경이나 학생 방문단에 태극기 담요를 제공한 일까지 해임 사유에 포함됐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이번 감사를 ‘먼지털이식·짜깁기 감사’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해임 취소 및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한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
“이번 소송을 통해 정치적 목적의 감사 여부와 공공기관 자율성 침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고자 한다. 또한 이번 감사 과정에서 억울하게 중징계를 받은 직원들의 문제도 함께 바로잡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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