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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북미관계 발전 딜레마에 빠진 한국 외교

북미 뉴욕회담 그 후

  • 백승주│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bsj@mnd.go.kr

북미관계 발전 딜레마에 빠진 한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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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공식적 입장을 종합하면 북한은 이번 뉴욕회담을 북미 간 ‘고위급회담’으로 규정하고, 핵심의제는 ‘북미관계 발전’에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측 외무성이 밝힌 의제의 우선순위에 뉴욕회담에 임하는 북측의 입장이 분명히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북미회담의 중심의제로 북미관계를 상정하고 있다. 사실,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나서는 이유가 북핵문제 해결이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에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 가치가 없는 통설이다.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 핵실험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북미관계를 주시하며 6자회담에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북한은 전술적 표현만 달리했지 일관되게 북미관계 정상화에 집착해왔다고 볼 수 있다.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북한이 미국을 압박할 외교적 문건이 바로 2000년 10월12일의 ‘북미공동코뮤니케’라 할 수 있다. 2000년 10월9일부터 12일까지 군복을 입은 채 미국을 방문한 조명록 일행은 클린턴 대통령,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 미국 행정부의 고위관리를 두루 만난 이후 공동코뮤니케를 발표했다. 공동코뮤니케 중 북한이 미국을 압박할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쌍방은 미국과 북한 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시킬 새로운 기회들이 조성되었다고 판단하고…양국 사이의 쌍무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하고…1953년의 정전(停戰)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 체계로 바꾸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결시키는 여러 가지 방도를 추진한다.”

셔먼 차관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일하던 시기에 김계관은 북측의 4자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했고, 1998년 9월에 외무성 부상이 되었다. 그는 금창리 핵의혹 관련 북미회담 및 북미회담 수석대표를 지냈으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시 각종 회의에 참석한 경력을 갖고 있어 누구보다 미국 민주당 출신의 외교관 및 전문가들을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김계관을 앞세워 북한은 미국과 노골적으로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 웬디 셔먼도 재등장했다.



오바마 ‘전략적 인내’ 해법은 북미대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연속적인 대남 군사도발 과정에서 한국은 원칙을 강조하며 제재를 주도하고 북한을 압박했다. 그러한 과정에서 한미동맹 기조 속에 미국은 한국 정부를 적극 지원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강조한 전략적 인내의 대상은 북한이었다. 북한이 핵무장과 대남도발 유혹을 스스로 후회하고, 평화적 해결과정에 동참하기를 기다리는 외교적·전략적 태도를 ‘전략적 인내’라는 말에 담아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미국 고위 정책결정자들은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인내하고 변화를 바라고 있었던 것을 감추지 않고 있다. 2011년 6월27~28일 미 국방성 후원으로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 전략대화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잘 나타났다. 마이클 시퍼 국방성 동아태 부차관보 등 미국 측 정부 및 학계인사 20명과 한국 측 정부 및 학계인사 20명이 참가한 전략대화에서 미국의 일부 고위관리는 북미대화의 불가피성을 제기했다.

“남북대화가 필요하고, 남북대화와 비핵화회담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미국은 다양한 양자·다자협의를 중요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발언 직후 북미 뉴욕회담 계획이 발표됐다. 남북대화, 남북관계 진전과 병행해서 북한과 직접대화를 하겠다는 방침을 무작정 끌고 갈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사실 북미 직접대화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직접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북한의 연속적 도발로 인해 고통 받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원하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북핵문제, 남북관계, 북한문제가 진전되지 않은 가운데 오바마는 북한과 직접대화를 시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직접대화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는 지난 4월 하순 방북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북한 측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언론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문 일정과 의미에 대해 과소평가했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민주당 노(老)정객으로 북미회담을 주선한 것으로 보인다. 카터 방북 이후 북한은 2010년 11월부터 엄중한 범죄혐의로 북한에 억류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씨를 5월 하순에 석방함으로써 카터 방북에 대한 긍정 메시지를 미국에 보냈다. 평양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도중 그에게 북측 지도자의 메시지를 전해준 이용호 북한외무성 부상을 북측 6자회담 대표에 임명했고, 발리 남북 간 핵회담을 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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